38번째 생일, 아델, 그리고 멕시코

우선. 생일 축하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늦게 감사인사 드려 죄송합니다. 올려주신 글과 보내주신 메시지는 당일 모두 읽었습니다. 🙂

그냥 “감사합니다~” 한 마디를 남겨드리고 싶진 않아서 고민하고 미루고 미루다 일주일이 훅 가버렸습니다. 요즘 시간은 정말 고속열차보다 빨리 지나갑니다.

우선 저는 기념일을 그렇게 따지는 성격이 아닙니다. 대학생 때야 이런저런 기념일들을 챙기는 것이 그냥 그 나이 때하는 일이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사실 남편과도 결혼기념일 정도 챙기는 것 외엔 생일, 발렌타인데이, 크리스마스 등등 챙긴 적이 (별로) 없습니다 (별로는 생일에만 해당됩니다; 발렌타인데이.크리스마스는 서로 챙겨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남편과 떨어져 산 9년 동안 제가 보낸 생일은.

2006년(로스쿨 1학년): 클리블랜드에서 친구 3명과 평일 조촐한 저녁식사. 남편은 한국.

2007년(MBA 해): 기억 안남. 남편은 한국.

2008년(로스쿨 2학년): 보스턴 친구들. 남편은 여전히 한국.

2009년(로스쿨 3학년): 보스턴 친구들. 남편은 아직도 한국.

2010년(로비이스트): 남편과 드디어 보스턴에서 데이트.

2011년(로펌 0/1년차): 9시인지 11시인지, 야근 후 혼자 프루덴셜 건물 52층에 있는 Top of the Hub에 올라가서 스카치 한 잔 마시고 집에 들어가서 잠이나 잠. 남편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당직?

2012년(로펌 1년차): … 기억 포기. 남편은 어디??

2013년(로펌 2년차): … 기억 안남… 밥은 먹었을까?

2014년(로펌 3년차): … … …

2015년(로펌 4년차): 남편과 함께 창원. 전날 대전에서 발표 후 새벽까지 뒷풀이에 참석한 후, 다음날 생일 당일 기차를 놓친 후 다른 기차를 부랴부랴 타고 창원(시댁)에 도착. 시어머님께서 끓여주신, 시아버님께서 사다주신 스테이크 고기를 넣은 미역국을 먹고 하루종일 뻗어 잠.

2016년(로펌 5년차): 남편과 멕시코에서 아델 공연 봄.

 

증거 영상 1: 아델의 Hello. 멋진 언니/동생?? (28살이라…고…)

증거 영상 2: 아델의 Million Years Ago.

이 영상의 포인트는 첫 시도에서 목에 뭐가 걸렸는지 매우 아주머니스럽게 살짝 욕을하며(너무 사랑스러웠음) 연주를 멈추게 하고 옆에 있던 차를 원샷하고, 차로 가글링를 한 후, 재시도하여 성공하는 것임.

 


아델 공연 전에 공원에서 다람쥐와 노는 영상은 보너스.

 

사실 야생동물에게 인간이 feeding을 하면 안된다가 원칙인 것을 매우 잘 알기 때문에 정말 안하려고 했고 아직도 죄책감을 갖고 있지만. 사실 그 전날 멕시칸 로컬들께서, 그것도 동네 아이들까지 하는 것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다가 결국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 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혹시나 제 rabbies를 걱정해 주시는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신기했던건. 그리고 멕시코 사람들이 자연/동물을 함부로 다루지 않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된건. 다람쥐들이 너무나도 다정다감하게 다가와 제 손을 살포시 잡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동네 사람들이 평소 다람쥐들에게 돌을 던지거나 함부로 대한다면, 인간에 대한 경계가 높을 것 같은데, 이 아이들은 인간친화성이 매우 높았습니다(야생동물은 인간친화성이 높으면 안되는 것도 잘 압니다… 죄송합니다…ㅜ_ㅜ).

 

이 번 주 제 주제곡은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였습니다.

뭐 항상 그런건 아니지만. 그리고 노력한다고 다 좋은 결과만 있는 건 아니지만.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언젠가 좋은 날이, 쨍하고 해뜰날이 올 것이란 믿음과 희망이 존재하고, 실제로 그러한 날이 항상은 아니지만, 매 번은 아니지만 언젠가 오긴 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전 제가 행복함? 돈지랄? 흔히 말하는 성공? 등등에 대해 단순히 제가 과거 노력했단 이유만으로, 과거 힘들었단 이유만으로, entitle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즉, 제가 7-8번 제대로 생일잔치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9번째에는 대박 큰 생일잔치를 할 수 있는 권리가 발생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생각 자체가 그른 생각이고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믿습니다.

특히 부정행위를 통해 권력과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법”이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법조인들의 경우 자신이 법조인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사법고시.로스쿨.변호사시험.변호사/판사/검사란 직함을 갖고 있단 이유만으로, 그 직함을 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단 이유만으로 잘 먹고 잘 살고 떵떵거릴 수 있어야 한다는 entitlement를 갖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그리고 사회가 그러한 expectation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그런 위험함을 부추긴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법조인이 거짓말하고 부정부패로 돈 버는 것. 더 나아가 부정부패하는 사람들의 시다바리나 하며 돈버는 것. 쪽팔리지 않습니까?

 

전 돈 많이 안 벌어도 되니. 권력 쥐락펴락 안해도 되니.

아델의 공연 마지막 모습처럼.

최소한 법조인 김정은으로는.

솔직하게. 공정하게. 자신있게. 윤리적으로. 프로페셔널하게.

그런 법조인으로 살다 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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