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life balance

크리스마스 주말 동안 남편과 시간을 보내던 중 work-life balance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일-가정 균형일 것 같고 이 문구를 사용하는 학술논문은 몇 개 찾았지만 아직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Work-life balance에 대한 얘기가 나온 이유는 남편이 작년에 미국 레지던트 인터뷰를 하면서 대답을 잘 하지 못했던 질문이 “어떻게 work-life balance를 유지하느냐”였다고 합니다. 남편왈, “이건 완전 bullshit 아니야?”

사실 1년 전, 아니 반 년 전만 해도 저도 work-life balance란 건 존재하지 않는 사탕발림 같은 얘기라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높은 스트레스 환경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work-life balance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됐습니다.

처음에 로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아침 9시에 딱 맞춰 출근해서 1-3시 사이에 점심을 먹고 7시 반에 회사에서 주는 밥을 먹고 9-10시 정도에 택시를 타고 퇴근을 했습니다. 주말에도 근무를 하기 일쑤여서 “나만의 life”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두 달 근무를 하고 나니 영어 표현으로 매우 매우 지치다인 burnt out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일이 재미 있다고는 해도 온 몸이 쑤시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고, 일도 하기 싫고 정말 회사에도 나가기 싫은 상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조금 쉬면 좋아지려니 생각을 했지만 주말 한 번 정도로는 체력도, 정신상태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밥은 밥대로 제대로 못 먹어 중학교 이후 처음으로 body mass index가 20 이하로 떨어질 정도였습니다. 물론 일은 재미 있었지만 이대로는 오래 버티지 못 할 것이란 것이 너무나도 확실했습니다. 나만의 삶도 없는 것 같았고 너무 힘든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work-life balance란 상상속, 또는 학계의 이론 중 하나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상생활에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조절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아침에는 가능한 늦게 일어납니다. 제가 아침형 인간이 아니어서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활동을 해 봤자 스트레스만 쌓일 뿐 생산적이지는 못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하루에 30분 정도 더 자고 있는데 확실히 하루 피로도가 덜 합니다.

두 번째로는 식사 시간과 양을 일정하게 정해 놨습니다. 일이 바쁠 때는 잘 조절할 수 없지만 식사 시간을 놓칠 수록 더 대충, 더 많이 먹어서 속이 불편하고 오히려 그래서 다음 끼니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 번째는 무조건 6시면 퇴근을 하려 합니다. 집에 와서 집안 일도 하고 책도 읽고 노래도 듣고 라디오도 듣고,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저만의 시간”을 보내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럴 경우 자기 전에 2-3시간 정도 더 근무를 해야 하지만 지쳐서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 오자마자 가방을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잠을 자는 것보다는 더 선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 침대에는 아무리 늦어도 12시 이전에는 누워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네 번째는 6시에 퇴근을 하려면 집에 먹을 것이 있어야 하므로 가능한 자주 음식을 하려고 합니다. 요리를 잘 못하는 편이고 매우 즐기지도 않지만 집에서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서는 억지로라도 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규칙적인 운동을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로펌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무리 운동을 안 해도 하루 30분씩 걷고 뛰기를 했는데 최근 몇 달 동안 바쁘고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운동을 안 했더니 온몸이 쑤시고 몸무게는 주는데 배만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궁금해 진 것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을 할 때는 새벽 같이 일어나 출근을 하고 저녁 늦게 퇴근을 하거나 회식 같은 모임에 자주 참석을 했었는데 젊었을 때야 가능한 생활패턴이라고 해도, 가정이 있고 40-50대가 되어서도 이런 생활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제가 느꼈던 burnt out 현상은 없는지입니다. 더 궁금한 것은 늦게 집에 들어오면 하물며 고양이들도 졸졸졸졸 쫓아 다니며 “왜 이제 왔어!” “만져줘!” “이뻐해줘!”를 외치는데 (샴 고양이들은 말이 정말 많고 애정표현이 강합니다) 어린 아이가 있는 부모님들의 경우 이 work-life balance를 어떻게 조절하는 지가 궁금해 졌습니다.

2년 만에 한인수퍼에서 보이길래 OB Lager를 사왔는데 꽤 먹을만 합니다. 맥주 다 마시고 다시 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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