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에 대한 단상

외국에서 살면서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심한 인종차별을 당해 본 적은 없습니다. 상당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동양인에 대한 편견 섞인 대우를 받은 적은 있지만 그런 편견은 그 사람을 대하면서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직도 제가 영어를 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미국의 관광도시들만 다녀보면서 크게 인종차별이란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은 없습니다. 뉴욕이나 마이애미 모두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크기 무리없는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물론 잠시 다녀가는 관광객의 눈으로 바라본 것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클리블랜드에 와서 가장 뼈속 깊숙히 느껴지는건 흑과 백이란 인종의 격차입니다. 동양인들이 아주 많지 않은 탓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 7살 때부터 영어를 배우고 외국인들과 접했지만 요즘처럼 제대로된 미국 흑인 영어를 접해본 것은 처음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listening이 안될 정도로 영화에서나 볼법한 흑인영어에 화들짝 놀랐습니다.

대부분의 저소득층이 흑인이고 대부분의 고소득층이 백인인 구조가 이렇게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강하게 다가오는 지도 믈겠습니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과거 노예제도가 합법화 돼서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백인들 동네가 따로 있는 것은 물론이요 흑과 백이 장을 보는 가게도 다르고 산책을 가는 공원도 다르며 외식을 하는 식당도 다릅니다. 제가 있는 캠퍼스와 병원 주위 동네를 원으로 생각한다면 그 원을 흑의 세계가 둘러싸고 있어 걸어서는 낮에도 흑인 동네에는 걸어서 지나지 말라는 얘기도 듣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사회적 문제가 미국의 원죄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그 죄값을 치뤄야 하는 사람들이 약자들이란 사실에 참 마음이 아픕니다. 최근들어 Hispanic 인구가 흑인을 앞질렀다고 하니 저소득층의 사회적 문제는 갈수록 심화될 것 같습니다.

한국이라고 해서 저소득층이 없는 것도 아니며 크나큰 사회적 문제가 아닌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피부색 때문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차별 받아야 하지는 않기에 미국의 흑과 백이란 상황보다는 낫지 않나 싶네요.

모든 인간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날을 꿈꿔 봅니다.

10 thoughts on “인종차별에 대한 단상

    1. Jekkie

      어? 휴가 다녀오셨어요???!!
      멋진 휴가… 부럽삼~!!!!
      여행기 올려주삼 올려주세요!!!!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말 좀 어렵기 해도 무슨 뜻인지는 알 것 같아요.. 이롭게 해주세요.

      Reply
  1. Laeela

    예전에 ‘블링크’라는 책에서, 시험칠 때 이름 학번 그리고 인종을 적으라고 했더니 흑인들 평균점수가 낮아졌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Black’이라고 기입하면서부터 자신감이 떨어진다는건데, 참, 슬펐던 기억이 납니다.

    Reply
    1. Jekkie

      뭐 우리도 흰색은 아니니 인종차별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까맣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렇게 차별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마음이 아프다.

      요새 학기 시작하기 전 숙제로 형법 교수님들이 Courtroom 302란 책을 읽으라고 연락이 왔는데 책 내용 자체가 현재 미국법제도, 특히 형법제도에 있어서 얼마나 흑인들이 차별받고 있는지에 대한 얘긴데 어찌나 지금 내 고민과 맞아 떨어지는지..

      문제는 나도 내 나름대로 나를 보호해야 겠단 본능이 앞서다 보니까 길에서 흑인들을 보면 옆으로 비켜가게 되고 그래.. 그래서 일부러 가계 같은데서 계산하고 물건 고를 때 조금씩 더 웃어주려고 하는데 어찌나 어색해 하던지.. 어저께는 cashier 흑인 여자한테 “Hi, how are you today?”라고 하니까 대답은 커녕 날 뚫어지라 쳐다보더라. 남의 나라와서 별 고민다하네…ㅠ0ㅠ

      Reply
  2. 소짱

    글게.. 인종 차별이 없는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정말 그것만은 너므 시러..

    Reply
    1. Jekkie

      같은 인종끼리도 차별하는 아시아 사람들도 사실은 큰 문제야. 같은 노란색이어도 진한 노랑과 덜 진한 노랑을 구별하니 말야..

      지금 막 떠오른 생각인데 모든 인간을 색맹으로 만드는건 어땠을까??

      Reply
  3. 최명수

    몇년전에 어머니께서 백인들은 금발머리로 태어나서 염색안해서좋겠다 라며 백인우월주의적으로 말씀하셨을때 엄청난 문화적충격 입었던거 기억하네요 전 모든인종에 차별없고 뭐가 우성인지 그런거 관심도 없던 사람이라서ㅎㅎ.. 여튼 이 블로그를 로스쿨이너 로펌 이야기 보러 왔다가 좋은거 보고가네요!

    Reply
    1. Jekkie Post author

      Many things to say, but understand the point. 🙂 Thanks for sharing.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ply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