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에 대처하기

인종차별의 정의는 다양합니다. 한국인들의 경우 한 사람을 묘사할 때 인종관련 정보를 자주 사용하지만 미국인들의 경우에는 이를 가벼운 인종차별로 여길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인종차별은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로 형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친한 미국인이 아닌 경우 특정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인종과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 살면서 인종과 관련되어 긍정적인 경험과 부정적인 경험을 모두 겪어봤지만, 대놓고 “형법상 처벌을 받아야하는 차별”을 겪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지난 독립기념일까지는요.

남편과 찰스턴에서 긴 주말을 보내고 7월 4일 수요일 저녁에 보스턴에 도착했습니다. 주말내내 일을 해야했고, 그래서 여행가방 잔뜩 서류를 챙겨갔더랬습니다. 무거운 가방을 질질끌고 지하철로 집에 돌아올 엄두가 나지않아 택시를 탔습니다.

보스턴에서 택시요금을 카드로 지불할 수 있는건 승객의 합법적 권리이며, 보스턴 택시기사가 신용카드를 거부할 경우 면허정지를 받는 등 징계를 받게되어 있습니다.

택시에 올라탔는데 신용카드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보이길래,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나요? 현금도 없고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해서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택시 기사는

“걱정 말아요, 어차피 돈 안내면 내 택시에서 못 내려요, 하하.”라고 답했습니다.

사실 기계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승객은 차비를 지불하지 않고 내려도 될 권리 또한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사가 그냥 농담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약 20분 후 집앞에 도착해서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려하는데 기계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신용카드 기계가 안되는데요.”

“그래요?”

기사는 신용카드 기계를 재부팅했습니다. 몇 분이 지나 결제를 하려하는데, 꼼꼼히 비용을 살펴보니 틀린 구석이 몇군데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올 경우 택시 톨비가 $7.50인데 이를 $.7.58로 결제신청을 했습니다. 물론 8센트 차이지만 잘못된 건 잘못된거니까요. 게다가 실제 택시비도 약 40-50센트 더 추가했을 뿐만 아니라, 항목들을 샆펴보니 택시회사에 자신이 지불해야하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편법적인 택시비를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이거 틀렸어요. 다시 해 주세요.”

“뭐가 틀렸단 말이요?”

왜, 무엇이 틀렸는지 몇 번을 설명해도 그는 막무가내였습니다. 저 또한 한 고집하므로 40-50센트만 손해보면 되는 일었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이내 그는 저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욕이면 받아치면 되지만, 제가 기억하기로는 생전처음로 인종과 관련된 욕을 들었습니다. 자세히 묘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냥 3분 정도 제가 동양인 여자가 아니었다면 듣지 않았을 욕을 들었다 정도만 얘기하고 싶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매사추세츠이며, 그 수도인 보스턴입니다. 보스턴은 미국에서 가장 liberal한 도시 중 하니이며 평등성의 원칙에 충실한 곳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곳 중 하나이며 평등성에 위반되는 행위는 엄하게 처벌되는 곳입니다.

분했습니다. 보아하니 그 또한 이민을 온자였는데 자신이 소수민족이면서 다른 소수민족에게 욕설을 퍼붓는 것에 화가났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회사에 민원을 넣고, 경찰에 신고를 하고 검찰에 탄원서를 넣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두려웠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어디인줄 아는 사람을 경찰과 검찰에 고소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제 개인적인 보복감이나 복수심보다는 다른 동양인들, 특히 미국 문화에 익숙치 않은 동양인들이 이런 경험을하게 될 경우 얼마나 충격적일까란 생각을 했고 그래서 더더욱 용기를 내서 움직였습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영수증을 챙겨내리지 못했고 차 번호판은 외웠으나 택시의 고유번호를 보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매사추세츠의 모든 택시는 고유차량번호가 있는데 이 번호를 통해 택시를 추적하게 되므로 물건을 놓고 내렸거나 저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택시번호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행히 택시회사 이름을 기억했으므로 회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사정을 얘기하고 이런저런 방법을 써서 결국 택시의 고유번호와 기사 이름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그 영수증을 갖고 보스턴 경찰과 검찰에 각각 신고를 했습니다. 보스턴 경찰의 경우 보스턴 택시를 관할하는데, 이들은 인종차별적인 언행보다는 택시기사가 신용카드와 관련해서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것에 촛점을 맞췄습니다.

반대로 검찰의 경우 미국, 매사추세츠 헌법에 의거, 인종차별 관련 처벌을 담당하므로 검찰에는 제가 겪은 그대로를 글로 작성해서 제출했습니다. 검찰 웹사이트 (MA AG’s Office of Civil Rights)에 들어가면 손쉽게 complaint를 작성해 제출할 수 있습니다.

약 2주가 지난 지금.

회사 사장이 직접 전화를 해서 사과했고.

그 기사는  경찰에 의해 5일간 택시 면허정지를 당했으며.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중입니다. 제가 원하는 처벌은 돈도 아니고 그가 감옥에 가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그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다시는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검찰에게 인종차별 금지 관련 수업에 의무적으로 참석하는 벌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한국의 모습도 생각해 봤습니다. 한국에서는 악의는 없더라고 대놓고 외국인들을 다르게 대우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분명 외국인이고 한국인들과 차이가 있긴하지만, 과연 그러한 차별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있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런 경험은 더 이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6 thoughts on “인종차별에 대처하기

  1. 휴스턴에서

    ㅎㅎㅎ
    택시기사가 이야기를 조금만 나누다보면…
    이 고객이 어떤 수준인지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역시 아둔하군요…

    그나저나…
    검찰쪽 결과가 궁금하군요 ㅎㅎ

    Reply
    1. Jekkie

      안녕하세요?

      대화를 나눠도 제가 변호사인 티를 안내니까 그냥 어려보이는 동양여자 정도로 밖에 생각못하죠. 🙂
      기사는 교육은 받았는데, 검찰에서는 회사 자체에 경고나 처벌을 하려고 아직도 증거물을 모으고 있답니다. 어디나 검찰조사는 정말 오래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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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ess

    Jekkie님, 저도 미국에 어렸을때 갔다가 25년만에 귀국해서 (흠, 생각해보니 저도 남편을 따라온 셈이네요.ㅎ) 서울에 5년째 살고 있는 직장맘입니다. Jekkie님의 blog를 보다보니 제가 미국에서, 또 한국에서 work/family balance를 항상 고민하는 professional로서 겪었던 여러가지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군요…^^

    이 posting은 정말 읽기만해도 후련합니다. 사실 미국에 살때도 인종차별 숱하게 겪었고 한국에 와서는 또다른 자원의 차별에 종종 시달리지만 (That’s a separate book in itself as well) 항상 참는게 이기는거다…라고 자기세뇌를 하며 버티거든요. 이 글을 읽으니 저도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법대를 나온 분들이 더욱 부러워지는군요. 나이를 먹으면 조금 더 용감한 “아줌마”가 될 수 있다는 것 — 이건 그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거겠죠?

    이젠 종종 놀러와서 눈팅이라도 하겠습니다. Thanks for being so inspirational on several fron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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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ekkie

      Thank you so much for the kind note. 맞아요, 한국의 차별도 어마어마하고 그 내용도 쓰기 시작하면 정말 책 한권은 나올 것 같아요. ㅎㅎ

      자주 놀러와 주세요.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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