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어렸을 때 부모님과 사회를 통해 수없이 듣고 배운 것들을 커서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흑인을 깜둥이,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을 뚱땡이, 키 작은 사람을 난쟁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음을 매우 잘 알지만 머리 속에서 연상을 통해 자극되는 단어들은 이미 어렸을 때 본의 아니게 주입되어 버렸다.  영어와 한국말을 혼용하여 사용하기에 한 개의 언어로 말할 때 몇 번을 생각하고 말하려고 하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옳지 못한 단어들 (politically incorrect words)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노력을 해야 한다.

한국에 살 때는 사회 전체가 사회가 생각하는 “정상”에서 벗어난 경우 대놓고 “까대는 것”에 노출되어 있었고 “까대임”이 싫으면 나도 동화되어야 한다는 무의식적 생각에 피부는 맑고 뽀얗게, 몸무게는 가능한 적게, 키는 가능한 크게 만들려고 노력함과 동시에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손가락 했던 적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동시에 난 아무리 노력해도 “한국사람”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떠난 것 같기도 하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참 다양한 곳이다.  어디를 가나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있다.  하지만 미국이 특이한 이유는 이미 수 백년 수 천년간 존재했던 기존 종족을 뿌리 뽑고 새롭고 다양한 이민자들이 모여 사회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노예제도와 세계대전들 당시 아시아계 차별 등 먼저 도착한 백인들 외의 민족들까지 섞여 버리면서 나름 220년 전 “먼저” 도착한 사람들과 그 보다 “나중에” 도착한 사람들, 영어를 쓰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백인 문화와 그렇지 않은 문화를 영유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개인적으로 정당함보다는 사회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모양이 되어 버렸다. 

내가 부여 받은 축복이자 curse는 동양과 서양의 중간 세상에 끼어 버린 것이다.  양쪽 세계를 이해하면서 이해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바깥 세상도 나를 이해하면서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내 역할은 두 세계를 연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들어 인종차별 관련 사건들이 많이 터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매일 있는 일이다.  주제가 조금씩 바뀔 뿐이다.  최근 주제는 아리조나 주의 이민법, 며 칠 전 하버드 로스쿨 3학년 백인 여학생의 “인종차별적”일 수 있는 이메일, 그리고 개인적으로 조금 전 벌어진 우리 콘도빌딩 어른들의 싸움이다.

아리조나 주의 이민법 문제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법제도는 연방법과 주법으로 나뉜다.  헌법상 연방법이 주법 위에 있다.  헌법상 논쟁 중 흔하게 일어나는 것은 과연 연방정부에게 어디까지 연방법을 제정할 권리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민법은 연방법이다.  그런데 최근 아리조나 주에서 주 경찰에게 이민관련 법집행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이 통과되었다.  결론적으로 길가는 사람 중 수상한 사람이 있으면 주 경찰이 신분증을 요청할 수 있고 법적으로 요하는 이민관련 서류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 주 차원에서 처벌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연방정부에게 인계를 하여 나라에서 추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하였다.  아직 자세한 세부규정이 나온 것도 없고 나도 법조문 자체를 읽지 않아서 뭘 어디까지 들고 다녀야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뭘 들고 다녀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불법체류자의 인권 뿐만 아니라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권까지 침해 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또한, 아리조나에 있는 대부분의 불법체류자는 히스패닉들이기 때문에 특정 인종을 차별하는 법이라는 주장이다.

나는 양면을 본다.  물론 위의 문제들도 있지만 불법체류자들 때문에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연방정부에서 책임져 줄리 없고 연방정부에서 불법체류자들에 대해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므로 주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주장이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미국에는 합법적인 이민자보다 불법 이민자가 더 많다는 주장도 있다.  이 통계에 따르면 한국 전체 인구의 약 1/4인 11만명 이상이 불법체류자라고 한다.  절대 아리조나 법이 옳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아리조나 주민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 로스쿨 이메일 사건은 조금 더 간단하다.  한 3학년 학생이 저녁 모임에서 흑인은 유전적으로 지능 (intelligence)이 다른 인종에 비해 낮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했는데 똑똑하지 못하게 집에 와서 자신 주장 이메일로 써서 돌렸다고 한다.  이 이메일이 Boston Globe에 까지 올라왔고 이에 다양한 인종들이 반응하고 있다.  이메일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흑인이란 한 인종이 다른 인종에 비해 지적인 능력이 낮을 “수도” 있으며 이른 반박하는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에 하나의 가능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항상 그렇듯 사과하는 백인들, 동조하는 백인들, 이래나 저래나 동양인이 제일 똑똑하다고 우기는 동양인들, 흑인들은 어차피 운동을 더 잘하니까 괜찮다는 주장들이 사방에서 나오고 있다. 

Again, I see both sides.  위의 학생 말대로 유전적으로 어떠한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사회과학을 포함한 과학 좋아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연구결과 중 위의 주장을 support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알기로는 없다.  그렇다면 위의 주장은 옳지고 그르지도 않은, 한 개인의 생각일 뿐일 수 있다.  반대로, 향후 미국 사회의 지도층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하버드 로스쿨 학생이 흑인의 지적능력이 유전적으로 낮다는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은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오늘 저녁 내 문 앞에서 앞집, 옆집, 아랫집 어른들이 말 다툼을 했다.  우리 콘도 건물 내부규정상 각 아파트에는 세탁기를 놓을 수 없는데 최근 건물 전체의 물 사용량이 증가하고 몇 시간 동안 물 흐르는 소리와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1층에서 난다는 소문과 제보에 아파트 관리인들이 의심세대를 방문하고 싶다고 편지를 보낸 모양이다.  1층에는 대부분 중국인들이 2층에는 대부분 백인들이 살고 있고 관리인들은 거의 다 2층에 살고 있으며 모두 백인이고 편지를 받은 세대 둘 다 중국인들이었던 모양이다.  이에 분노한 중국인들이 인종차별이라며 2층에 침투, 4시간 연속 시험을 보고 와 머리가 깨질 것 같음에도 내일 시험준비를 하고 있는 내 집 앞에서 말다툼을 했다.  세탁기와 물, 그리고 소음으로 시작했던 논쟁이 순식간에 인종차별과 가정폭력 비난으로 변질됐다.  처음에는 재미삼아 듣고 있었는데 안되겠다 싶어 결국에는 내가 나가서 공부해야 하니까 다들 집에 가라고 해산 시켰다.   

인종차별에서 차별은 discrimination이다.  Discrimination은 옳지 못하다.&nb
sp; 하지만 각 인종은 다르다.  이는 difference이다.  Difference는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그냥 fact 일 뿐이다.  백인의 피부는 하얗고 흑인의 피부는 어두우며 동양인들은… well, we’re yellow, light brown, whatever color you like.  수학경시대회나 스타크래프트 대회의 참가자들의 대부분은 동양계 사람들이고 보스턴 마라톤 순위권 내에 드는 사람들은 흑인들이다.  이러한 fact를 남용해 남을 차별할 때 인종차별이 되는 것이고 문제가 된다. 

나도 나의 생김새 때문에 미국에서 차별이 받은 적도 있고 나의 사회관념과 영어 때문에 한국에서 차별 받은 적도 있다.  반대로 생김새 때문에 한국에서는 차별 받지 않고 영어 발음 때문에 미국에서 차별 받지 않는다.  남녀차별은… I won’t even go there today, that’s a whole different story. 

하루의 포스팅에 깨끗이 정리할 수도 없는 주제이고 답도 없는 주제이다.  매번 인종에 대한 포스팅을 썼다 지웠다 했는데 오늘은 생각난 김에 써봐야 겠단 생각이 들어 주저려 봤다.  그냥 오늘의 결론은 미국의 경우 인종차별에 대해 너무 sensitive 해서 문제이고 한국은 너무 insensitive 해서 문제인 것 같다.  But Asian girls are hot and I’ll just leave it at that for today.

2 thoughts on “인종차별

  1. 라우

    안녕하세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 ) 저도 학교에서 discrimination과 reverse-discrimination에 관해서 발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제키님과 같은 고민을 하게 되더군요. Abigail의 입학에 관한 역차별 발언도 그렇고, 어떤 쪽이 딱 맞다고 할 수 없지만 한국과는 달리 여기서는 인종 단어나 차별이냐 아니냐는 분야로 상당히 많은 논쟁이 많더라구요. 한국식 사고로 평생을 살아온 저에게는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반대로 이제는 ‘역차별’로 ‘차별’을 만드는 여럿 일들을 접하니 당혹스럽기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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