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v. 좌파: 우파도, 좌파도 나쁜 것은 없습니다.

저는 정치학을 정식으로 공부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돌려 생각해 보면, 그렇다고 교육학을 정식으로 공부해 본 적도 없고, 사회학을 정식으로 공부해 본 적도 없으며, 인류학이나, 역사학, 하물며 매일 먹는 음식에 대한 조리법 조차 정식으로 배워본 적 없습니다. 하지만, 음식의 경우 만들지는 못해도 수 년간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먹으면서 조리방법을 간접적으로 익혀왔고, 저에게 맞는 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육방식의 경우, 저에게 맞는, 제가 지식을 가장 잘 습득할 수 있는 교육방식 또한 터득해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깊이와 교과서적인 체계가 부족할 지는 몰라도, 정책과 법학으로 쌓여진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학에 대한 나름의 체계적인 사고가 잡혀가고 있고, 끊임없이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기에, 최소한 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은 파악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와 정치는 제에게 큰 관심사입니다. 개인적으로, 모든 사람들은 어느정도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피하시려는 분들의 생각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야기를 피하려는 것이 정치적 주제를 피하려는 것이지, 정치적 대화를 하게 될 경우 종종 마주치게 되는 비논리적인, 비합리적인, 감정적인 대화 분위기를 피하려고 하시는 것인지 구별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부정적이고, 감정적이며, 비논리적이고 강압적인 정치논쟁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의 정치논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홍글씨”인 것 같습니다.

“특정집단”으로 분류되는 기득권을 우파라 칭하고, 이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정치적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좌파, 종북, 빨갱이로 칭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한국의 우파가 우파이며, 나머지 좌파, 종북, 빨갱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진정 좌파이자 종북이자 빨갱이인지를 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현재 한국은 우파(right wing)와 좌파(left wing)의 정의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채, 서로를 향해 모욕적으로 우파와 좌파란 단어를 집어 던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파와 좌파는 프랑스 혁명 당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혁명 당시, 프랑스의 입법기관이었던 Estates General 내에서 좌측에 앉았던 입법자들은 군주제를 반대하였고 혁명을 옹호하였으며, 우측에 앉았던 입법자들은 전통적인 군주제를 옹호하였다고 하여, “right and left”의 개념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좌파는 기존의 체계에는 기본적을 불평등이 존재하고,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운동을 해 온 셈이며, 19세기에는 사회주의, 민주주의, 막시즘, 노동조합이, 20세기 이후로는, 인권운동, 반전쟁운동, 환경운동, 복지국가 등의 특징적인 움직임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파는 사회의 불평등을 옹호하고, 불평등 유지를 지향하는 집단은 아니었고, 지금도 아닙니다. 우파는 영어로 conservatism으로 번역되지만, 사실 현대의 우파 철학은 자유주의인 liberalism에 더 가깝고 영어로 conservatism과 liberalism은 혼용되어 사용됩니다.

우파를 정의하는 것에 있어 문제는, 좌파와 다르게 우파 내에서는 정말 다양한 스펙트럼의 철학이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옥스포드 사전에 따르면 우파에는 “보수주의자, 기독교 민주주의자, 전통적 자유주의자, 국수주의자, 그리고 인종차별주의자와 파시스트가 포함된다”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즉, 인권, 반전쟁, 복지를 외치는 좌파에 비해, 우파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속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문제는 더 복잡해 집니다.

개개인은 한 스펙트럼 위에 놓여있지 않습니다. 하나의 경제논리를 믿는다 하더라도, 사회이론적으로는 또 다른 믿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저는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존중하고, 자유를 존중하며, 시장원리를 굳건히 믿으며, large government 보다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fiscal conservative and liberal conservative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social injustice가 불합리 하다고 생각하고, 여성의 인권, 성소수자의 인권, 인종차별 금지 등을 외칩니다. 그렇다면 저는 우파인가요, 좌파, 종북, 빨갱이인가요.

인간은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습니다. 즉, 우파에 속하는 사람들은 social injustice에 대해 무관심해야 한다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우파에 속한 사람들은 환경을 파괴해야 하고, 가부장적 제도에 순응해야 하며, 여성으로 제 권리를 당당히 요구할 수 없다고도 말 할 수 없습니다.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은 공화당 대통령이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흑인 노예제도를 없애기 위해 남북전쟁을 싸운 바 있으며, 이후 암살 당하였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우파였습니다. 흑과 백의 논리라면, 링컨 대통령이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이란 social injustice를 위해 싸울 이유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남쪽에서 노예제도 유지를 위해 싸워야 했을 것입니다.

즉, 우파에 속한 경제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social injustice에 대항하여 충분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이 존재해 왔고,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에서 좌파, 종북, 빨갱이로 몰려지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사실 전혀 좌파도 아닌, 종북도 아닌 빨갱이도 아닌 사람들이 많을 것이며, 단순히 자신이 속한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뿐인 사람들을 주홍글씨로 매장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과연 현재 한국 여당이 우파의 정책을 이행하고 있는지도 고민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가장 큰 예로, 무상급식과 같은 무상복지와 국가보험보장성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복지를 늘리고 줄이고는 국민이 정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세금을 더 내고 국가차원의 복지를 늘리고 싶다면, 이는 국민이 투표를 통해 정하면 되는 문제입니다(시위가 아닌 투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보수주의적 이념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복지국가의 철학은 사회주의적 개념으로 좌파의 철학입니다. 즉, 야당에서 내놓아야 할 정책을 우파 여당에서 표심을 위해 선심 쓰듯 복지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파의 정책은 더 작은 정부, 최소한의 세금, 필요한 곳에 쓰여져야 할 복지이지, 전국민 복지를 우파가 고민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전국민 복지야 말로 사회주의적 발상으로, 우파들이 말하는 종북 빨갱이적 사고를 우파가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파가 됐건, 좌파가 됐건, 정부의 역할 범위에 대한 의견차이는 있으나, 정부가 주어진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차이는 없습니다. 우파는 국가가 국민 개개인을 책임져 줄 필요도, 책임져 줘야 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자유주의). 하지만, 세월호에 있어 문제가 됐던 것은, 최소한의 기본 역할은 해야 하는데(국민의 안전보장), 이러한 최소한의 역할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그 역할을 하지 못 했다는 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 우파와 좌파를 떠나 크나큰 실망감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는 점입니다.

남편이 물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너를 우파라, 좌파라 부른 것이 무엇이 중요하냐고.

저는 잘못된 정치적 철학과 체계를 바탕으로 저를 사람들이 판단하는 것이 싫습니다. 제가 제 정치적 성향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소위 말하는 우파라는 분들이 자식 잃은 부모 앞에서 폭식시위를 하며 우파의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싫습니다. 그리고, 우파를 대변한다는 정당이 제대로 된 우파적 정책을 세우지 못하고 표심에 휘둘려 지키지도 못 할 정책을 선거 때마다 남발하는 것이 싫습니다. 그래서 우파가 우파라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고, 건강한 우파를 좌파, 종북, 빨갱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싫습니다.

언젠가는 건강한 우파와 좌파의 대화가 필요하고 상생을 하며 대화를 통해 정책을 세우고 국가가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 모두가 우파와 좌파의 개념을 이해하고 정치과정에 어느정도는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파도, 좌파도 나쁜 것은 없습니다.

6 thoughts on “우파 v. 좌파: 우파도, 좌파도 나쁜 것은 없습니다.

  1. 노환규

    명문입니다. 많은 분들께 필요한 정답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필요할 때마다 이 글을 인용하겠습니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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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kris

    우연히 들리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많은분들이 님의 정치 성향을 분명하게 알고 싶어하고 그로 인해 심적 부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건강한 우파라고 자부했건만 세월호 사건을 보며 정부를 향한분노가 어느새 좌파 내지 빨갱이로 몰리는 사회 분위기? 가 솔직히 화가 납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아닌데 이대로 정부를 더 믿어야 하고 권력에 복종해야 하는것인지 답답한분들 요새 많을거라 생각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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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imun Jeong

      I am sorry I cannot write in Korean right now. I am on the same page. Whenever I think of my country, I am feeling so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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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GH Kim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핵심을 잘 집어 낸 글입니다. 한국에서 우파와 좌파는 정치적인 성향을 분류하기 위한 표현이기 보다는 상대방을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붙이면서 깍아 내려 사람들을 선동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자신의 표는 응집시키면서 상대방의 표는 분산 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아직까지 한국의 정치는 경제가 성장한 만큼 성장하지 못하였고 시대에 뒤쳐져 있습니다. 다양한 생각과 성향을 담아내지 못하고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고 매도해버리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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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he third way

    앞의 부분은 동의하지만 세월호에 대한 의견은 다릅니다.
    국가에 대한 분노가 있다고 하셨는데 최소한 세월호 관련 재판기록은 보셨겠지요? 그 재판에서 세월호가 사고가 난 이유와 결과가 모두 나와있습니다. 또한 세월호에 대한 기소권을 유가족한테 주는것도 한국의 사법체계를 잘 아실테니 무리라는 것도 아실겁니다. 세월호 관련해서 수많은 잠수사들이 투입되었고, 하루 수 십억의 크레인도 대기상태에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 인터넷 방송 생중계화면으로
    3일 내내 현장을 보았기 때문에 그 아수라장같은 광경도 모두 보았습니다. 한국 언론에서 말하는 것만 보지 마십시오.
    만약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게 있다면, 혹은 어떤항목에서 국가가 최소한의 의무도 하지 못했는지 설명해 주신다면 제가 세월호에 대한 관점을 다르게 볼 수 있을 것 같군요.
    단순히 사망한 사람의 애도의 문제를 떠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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