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v. 불신

대학원을 다닐 당시, 외국학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말이 “참석”이었지, 사실상 교수님들 보좌관 역할이 반 이상이긴 했습니다.

런던 공항을 지나, 학회국가의 수도 공항에서 다시 한 번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비행기 일정이 꼬여서 제 시간에 비행기가 출발하지 못하게 되었더랬습니다.

교수님들께서 저에게 그러셨습니다.

“가서 당장 담당자 나오라고 해!”

지금 저는 3월 부친상 이후, 8월의 긴 주말 휴가 이후 처음으로 휴가를 떠납니다. 반 년이 어떻게 지나갔나 싶으면서도,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고갈되었음을 느낍니다.

휴가를 시작하기 위해 마지막 2-3주는 매일 야근이었고, 어저께는 새벽 4시반까지 문서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휴가를 시작했습니다.

보스턴에서 출발하여, 샬럿 공항에서 비행기를 한 번 갈아타고 있습니다. 힘들고, 지쳤고, 뻗어서 자고만 싶습니다.

그런데, 보딩타임이 한 시간이 지연됐습니다. 비행기 타이어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해서 아무도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이는 오늘만이 아닙니다.

지난 9년 동안 미국에서 수 백번 비행기를 타며 정말 다양한 delay와 cancellation을 겪었지만, 단 한 번도 승객이,

“여기 담당자가 누구야!!!”

라고 외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문화적 차이라고 생각했지만,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사회구성원 사이의 믿음과 불신의 문제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피해의식이 underlying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즉, 무엇이 잘못되었을 경우, 다른 구성원이 당연히 잘못했을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자신이 차별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그래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더 큰 목소리로, 더욱 더 aggressive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또한,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lack of respect도 한 몫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trust-based 시스템일 수록, 기본적인 생각은 “다들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나는 동등하게, 평등하게, 공평하게 대우받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했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므로, 받아 들이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 보자”인 것 같습니다. 또한, 아무리 직원이어도, 고객이 함부로 대한다면, 법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보호장치들이 존재하고 있음도 무시할 수 없는 factor입니다.

이 글은 절대 한국은 잘못 되었고 미국은 좋은 나라다 라고 말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왜 한국사회가 불신이 만연한 사회가 되었으며, 어떻게 하면 trust-based 시스템으로 옮겨 갈 수 있는가 입니다.

물론, the lowest hanging fruit는 self-regulation일 것입니다. 자신과 자신의 주변, 자신이 속한 단체가 자기정화를 하고 self-regulation을 하여 나머지 사회구성원들에게 trust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정치인들과 정부기관들의 self-regulation and trust building exercise는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TAKING OFF FOR VACATION!

5 thoughts on “믿음 v. 불신

  1. tc

    정말이지 lack of trust가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의 공통분모가 맞는 것 같습니다. 지연/혈연/학연도 그래서 더 중요해진 것 같고 그러다보니 더 불신도 더 생기고… 그런 불확실성을 줄여보기 위해 한국인 특유의 in-group bias도 더 심해지는 거겠지요. Vicious cycle로 얽히고 얽혀있는데 짧은 시간안에 해결이 될 수 없는 문제라는게 참 허탈하네요.

    Enjoy your well-deserved va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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