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쌀밥 먹기

제가 성장한 국가들에는 한국음식을 하기 위한 재료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학교도 미국인 학교였으므로, 한국음식을 많이 먹고 자란 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지 김치도 잘 먹지 않습니다(유일하게 깎두기를 배불리 먹은건 설렁탕과 함께였는데, 이제는 고기를 먹지 않으니 김치 먹을 일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도 대학생이었던만큼,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 등을 즐겼지(including 술안주), 따뜻한 엄마 밥을 먹은 기억은 많이 없습니다.

신기하게도 30대 중반에 들어서니 한국음식이 그렇게 먹고 싶습니다. 정말 배가 고플때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에 반찬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문제는, 비록 보스턴이긴 하지만 한국장을 볼 수 있는 곳이 그렇게 많지도 않을 뿐더러, 장을 본다고 해도 요리를 할 시간이 없으며, 요리를 한다고 해도 혼자 사는 관계로 먹는 음식보다 버리는 음식이 더 많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최근 새로운 시도를 해 봤습니다. 제가 일주일 동안 외식과 장을 통해 쓰는 비용을 예산으로 잡고, 이 예산으로 매 주 한국음식을 해 주실 수 있는 분을 찾았습니다. 제가 항상하는 생각이지만, 제가 타고난 가장 큰 복이 인복인 것 같은데, 이 번에도 정말 좋은 분을 만나게 되어 약 한 달 전부터 매 주 한국음식을 배달받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반찬 몇 가지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분께서는 에페타이저(샐러드)에서 디저트(과일, 케익, 화채 등등)까지, 한국음식 외에도 제가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음식을 가져다 주고 계셔서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매일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믿을 수 있는 분이라 판단되어, 이제는 집열쇠까지 드려서 본인이 편하신 시간에 집에 오셔서 냉장고에 음식을 넣어주고 가십니다. ‘우렁각시가 이런 것이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최근 몸무게가 조금 늘기 시작했습니다. 1-2KG이 별거냐 싶을 수도 있지만, 저는 살이 오르면 배가 나오고, 배가 나오면 허리가 아픕니다. 그래서 몸무게 조절을 철저히하는 편입니다.

회사 점심은 그나마 열량을 조절할 수 있는 음식이 꽤 있는데, 저녁 같은 경우 고탄수화물 음식 위주이고 (고단백 고기가 있지만, 저는 고기를 먹지 않으므로 패스…) 7시 반부터 저녁을 주기 때문에 (공짜 저녁이어서 늦게 일하는 사람만 주기 위해 약간 늦게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식사시간이 늦어져 문제가 되는 것이였습니다.

그래서 이 번주부터 점심과 저녁 도시락을 준비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보온 도시락보다는 회사 냉장고에 음식을 넣어놓고 전자레인지로 데워 먹습니다.

솔직히… 처음에 한 고민은… 제가 회사 전체에 유일한 한국국적을 갖고 있는 변호사인만큼 한국음식 도시락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일텐데, 눈치가 보이지 않을까였습니다. 약 3일간 시도해 본 결과. I don’t care.

한국사람이 한국음식을 식사로 먹겠다는데 뭐라고 하는 사람이 더 이상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늘냄새가 나면 나는거고, 반찬냄새가 회사에 진동을 하면 진동을 하는거지 제가 먹고 싶은 것을 안 먹고 눈치를 봐가며 살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침내내 속이 부대껴서 점심을 굶을까 싶었는데, 혈당이 떨어지면 머리가 돌지 않아 밥을 먹었더니 속이 훨씬 편합니다. 역시 “밥심”입니다.

6 thoughts on “회사에서 쌀밥 먹기

  1. ssoo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을 바삭한 김으로 싸먹는 기분이 좋아.
    그렇게 두그릇도 먹을 수 있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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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ekkie

      우리도 햅쌀 다양하게 들어와. 경기미도 있고 눈이 있는 쌀인지 없는 쌀인지도 있고, 일본쌀도 많고,내가 쌀 걱정은 안 한다… 그래도 한국에서 먹는 쌀이 찰지고 맛있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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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soo

    김은 보낼 수 있는데, 돌김? 파래김? 들기름 바른거? 참기름 바른거?
    박스로 보내주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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