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What is my identity

사람마다 보이지 않는 태그를 달고 다닙니다. 흔히 옷을 살 때 “100% 면”이라고 쓰여 있듯, 각각의 인간도 보이지 않는 태그를 달고 있습니다. 이름, 나이, 성별 등등. 이 태그는 개개인에게 identity를 부여합니다. “이건 나야!”라고 말 할 수 있는.

저는 제 이름도 알고 나이도 알고 성별도 압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평생 mainstream이 었던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국적은 한국이지만 한국사람으로 받아 들여지지 않을 때도 많았습니다. 어렸을 때 한국 학교로 전학을 두 번 했었는데 어떤 친구들이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쳤던 것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하지만 미국사람에 더 가깝다고 해도 동양인으로써, 또 외국인으로써 mainstream이 아닌 것도 확실합니다. Mainstream 아이들과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니끼요.

그럼 난 누구인가요.

한 인간에게 identity는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마 자기 자신을 알고자 하는 욕구와 어딘가에 속하고자 하는 집단적 성향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80-90년 대 외국에 살면서 한국인이라는 것이 창피한 적이 많았습니다. 80년 대에는 매일 뉴스에 한국인들이 최류탄을 맞아가며 대모하는 모습을 봐 왔고 90년 대에는 백화점과 다리가 무너지는 뉴스들을 봐 왔습니다. 세계사를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는 매년 세계사 수업을 들었는데, 그리스, 이집트, 유럽 등의 화려한 역사와는 달리 한국은 분단국가, 식민지 시대와 전쟁을 거친 동양 한 구석의 작은 국가일 뿐이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단순히 “20대 여자” 그리고 “어린 여자 의사”라는 딱지를 달고 살았습니다. 한국 교육과 환경, 그리고 사회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보단 제가 어떤 스팩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 했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저를 평가했습니다. 그래서 불행했습니다.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고 저라는 하나의 개체로 거듭나고 싶었습니다.

30대 중반에 제 자신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 웃기기도 하지만 이제야 제가 누군지 서서히 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뭘 원하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에 괴로워 하고 슬퍼하는 지, 어떤 것들이 제 호기심을 자극하고 어떤 일들이 제게 성취감을 주는 지 이제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동양인이라는 것, 한국인이라는 것, 여자라는 것, 30대라는 것이 제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가고 있습니다. 아마 제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평생 이어질 것 같습니다.

7 thoughts on “나는 누구인가, What is my identity

  1. Najung

    Scholars seem to agree (and I also agree) that it is an ongoing process. I think the difference comes from whether you regularly self-reflect or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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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ekkie

      I’m glad I get to talk to a scholar about this as an on-going process!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은 즐겁기도 하지만 힘겨운 과정 같아. 어쩌면 사람들이 성찰을 하지 않는/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힘겹게 자신의 metric을 개발하기 보단 그냥 사회에서 정해주는 metric(돈, 명예, 나이)을 바탕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 편해서이기도 한 것 같아. 솔직히 아주 가끔 나도 자아발견 다 때려치고 그냥 남들 기준에 맞춰 살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

      I’m so glad you’re my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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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ess

    Jekkie님,

    30대에 겪으니 혼란스럽다고 하셨는데 40대 초반과 중반에 거쳐 자아발견을 하는건 실로 놀라운 체험입니다. 미국에 살땐 몰랐는데 한국에 오니 계속 어딜 가던 누굴 만나던 내가 누구인가…를 되묻고 내 자신의 정체성에 촛점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metric으로 저를 재고 싶은데 전에 보지 못한 prototype이라 신기한지 본인들이 직성이 풀릴때까지, 납득이 될때까지 아주 개인적인 것을 물어보기도 하구요… 다 귀찮을땐 약간의 fiction을 넣어 빨리 마무리 하기도 합니다 (yikes!).

    그런데 재미있는건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제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부분이 정말 있다는 거지요. 사춘기를 훨씬 지나 이런 경험을 하는건 글쎄요…. “회춘”을 한다고 표현을 해야하나?^^ 더 재미있는건 그게 제가 몰랐던 내 자신을 알게 된건지, 아니면 한국이라는 곳에 와서 살게 되어 나의 본질이 좀 바뀌어가고 있는 면이 있는건지 확실하지가 않다는 거에요. (뭐, 사실 바뀌었다고 생각한 부분도 뭔가 원래 근거가 있으니 바뀐거겠지만요).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산다는 것은 정말 색다른 경험입니다. 어렸을땐 나중에 애를 낳으면 절대로 그렇게 옮겨다니게 하지 않으리라 맹세했는데 그 다짐은 몇 년전에 무참히 깨졌지만 나름 이런 경험을 해보니 이 것도 나쁘지 않아….하고 자위해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Tales from my Father”에도 내가 과연 몇%가 백인이고 몇%가 흑인인가 하고 고2가 될때까지 혼란스러웠다고 하더군요. 그 다음 깨달았다고 합니다: “나는 100% 나일 뿐이야”라고.

    Well, here is a toast to all of us carrying on this mighty battle — in Korean style: Fight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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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celineinlondon

    저도 서른되면서 나는 언제 행복하고, 무엇을 해야 행복하고, 언어는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의문을 품고 알아가기 시작했거든요..저만 그런줄 알았는데 재키님도 그럴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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