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에 대한 단상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외국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학이 주 목적은 아니었고 가족적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조기유학생은 아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살았던 사람으로 항상 갖고 있는 생각을 조금 적어 보고자 합니다.

조기유학을 딱부러지게 반대하거나 찬성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사정이 다른데 무조건적으로 흑과 백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그냥 저와 제 주변에 저와 같은 하이브리드를 보며 느낀 바는 이렇습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중간만 해” “튀지마” “남들 하는 대로 해”라는 말을 듣습니다. 하이브리드들은 중간만 하기도, 튀지 않기도 힘든 존재들입니다. 강한 단일 문화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왔고 그로 인해 다른 배경을 갖게 된 하이브리드들은 한국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대로 모든 것을 따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희는 대부분 어려서부터 실제 지능에 상관 없이 바보 취급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외국에 가면 외국어를 못 해서, 그들의 문화에 익숙치 않아서, 한국에 돌아오면 한국어를 못해서, 획일적인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다르게 보일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바보 취급을 받기 일쑤입니다.

한국에서 성장한 후 외국에 가서 성공하면 국가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지만, 어린 나이에 외국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교에 입학하려 하면 뒷구멍으로 입학을 한다고 구박받는 존재들입니다.

동일한 경험을 하지 못 한 부모님에게 서포트를 받기는 힘듭니다. 친구들이 내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놀고 싶어도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모르는 아이들의 마음을 부모님이 헤아리기 힘듭니다. 한국에 돌아와도 획일적인 문화에 갑갑해 하는 아이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정서적으로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어린 자녀들에게 충분한 정서적 서포트를 해 줄 수 있다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조기유학도 나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을 뒤집어 엎는 것 같은 경험을 겪어야 하는 아이들의 인생은… it will never be the same.

8 thoughts on “조기유학에 대한 단상

  1. ssoo

    난 양쪽 나라에서 특수반에 들어갈 아이 취급을 받았던 적 있음. ㅋㅋ
    실제로 미국학교에선 특수반 교육 받음. 선생님과 오후에 1:1 교육…-_-v
    내가 ㅂㅅ 같이 좀 둔한 면이 있어서 애들이 놀리는 줄 몰랐음.
    역시 둔하고 맹한 건 내 장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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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in

    항상 들어와서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남깁니다.
    저도 초등학교 다닐적에 미국의 기숙학교를 시작으로 유학생활을 시작해서 10년만에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영어하나도 모르고 미국간거라 (그것도 학기 중간인 2월달에) ESL 반에서도 숙제를 못해가서 처음에 거의 문제아 취급을 당했었죠. 같은 한국인 유학생들 조차도 바보취급했구요. 6개월 열심히 보내고 상황역전될때까지 난생 처음 ‘특별관리대상’ 취급을 받았어요. 고등학교는 동양인 학생이 거의 없는 카톨릭 여고를 다녔는데 보이지않는 racism 이 분명히 있었어요. 무시당하지않으려 열심히 공부한 기억이 나네요.
    한국에 돌아와서도 적응하는데 2년쯤 걸렸어요. 한국사람처럼 생겼고 한국말을 하는데 한국인의 사고를 하지 않았으니까요. 지금은 어느정도 맞춰서 삽니다. 제키님 글 보고 여러가지 오버랩되는게 있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댓글을 남깁니다. ^^
    지금은 내년 2월 bar 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데요, 제키님께서 쓰신 미국로스쿨 이야기 틈틈히 찾아보며 조언도 얻고 도움을 받고 있어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조금 늦었지만 출판하시는것 축하드려요! 나오면 꼭 공지에 올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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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ekkie

      🙂 반가워요. 항상 it’s ok to be different란 생각을 하면서도 이렇게 울컥할 때가 있어요. I know there are others out there you feel the same way.

      시험 잘 보세요! 준비할 때는 왜 이라고 있나 싶다가도 끝나면 언제 봤나 싶어요.

      감사합니다, 1차 교정 중인데 꼭 공원 한 복판에서 옷을 홀랑벗는 느낌이에요. Hope it’s useful for oth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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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랑랑

    어제 비밀글 남겼었는데요.
    어쩜 이리 저와 비슷하신지요.
    저도 아버지 직장문제로 초등학교때부터 미국생활했었거든요.^^
    정말 공통분모가 많아요.
    혹시 대학도 Y대 나오신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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