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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의약품 슈퍼 판매 논란을 지켜보며 (1) – 정책도 과학입니다

최근들어 한국에선 일반의약품을 약국이 아닌 슈퍼나 편의점에서 판매할 지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것 같습니다.  
사실 이는 새로운 논의가 아닙니다.
적어도 기록상으로는1990년대부터 거론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이 이슈 자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보다는 정책 확립에 대한 생각을 쓰고 싶습니다.

정책을 접근하는 방법이 다양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정책도 과학입니다, 새로운 정책을 세우거나 기존의 정책을 바꿀 때는 기본적인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증거는 임상시험일 수 있지만,
경제학, 사회과학이나 정치학에도 나름대로의 연구와 이를 바탕으로 한 증거/근거가 존재합니다.

정책을 세울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객관적 자료 없이 감정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또한 기본적인 배경 정보와 증거 없이 단순히 다른 사례의 결과만을
선택적으로 채택하는 것입니다
.  언론의 장단점을 잘 아는 입장에서, 종종 언론과 이익단체들이 객관적 자료 없이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으로 정책 방향을 내세우는 것 같아 정책자로써 안타깝습니다.

 

객관적 자료의 부재

10년이 넘도록 일반의약품을 슈퍼/편의점에서 팔아야 한다는 주장과 이를 반대하는 주장이 수 없이 오갔지만,
막상 그 어떤 주장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슈퍼/편의점 판매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건강보험료 재정을 아끼고 국민의 편의성을 위함이라 합니다
.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의약품 오남용이나 약국들의 생존을 거론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주장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내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 건강보험료 재정 문제와 의약품 오남용 문제는 충분히 현존하는 건강보험 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 모델만 제대로 세운다면 일반의약품을 슈펴/편의점에서 판매할 시 예측 판매량과 약국들의 판매 수요 감소를 말그대로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현재 존재하는 일반의약품 오남용 데이터를 통해 일반의약품
판매가 증가할 경우 오남용이 증가할 것인지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이러한 주장들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증거는 전혀 없고 각 측에서 그럴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을 뿐입니다
.  혹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자료가
있을 것이라 하지만, 만약 실제로 자료가 있다면 다행히 공개를 해서 모두가 나눠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잘못 찾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인터넷 상에서는 이런
자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만약 raw 데이터가 전혀 없다면…  이건 이 포스팅 이상의 더 큰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약국들의 생존 문제도 충분히 경제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약국들의 수입원을 분석하고, 슈퍼/편의점 판매가 시행될 경우 수입의 감소를 예측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다루고 싶은 얘기는 국민들이 원한다는 주장입니다한국말로는 잘 모르겠지만, 영어로는 Slippery Slope란 것이 존재합니다, 한 주장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말도 안되는 결론이 나올 경우 그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당연히
해 줘야 한다는 논리는
slippery slope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100년 전 노예제도가 존재할 당시, 60년 전 인종차별이 존재할 당시 많은 수의 국민들은 이를 유지하고 싶어 했습니다.
일반의약품과 노예제도 또는 인종차별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 이 모두 국민이 원하기
때문이란 이유가 공통점입니다
, 일반의약품과 노예제도 사이에는
수많은 다른
국민들이 원하는
것들이 존재하며 과연 어디서 선을 그어야 하는 지가 명확하지 않고,
그래서 이 모두 눈덩이 같은
slippery slope 상에 존재하게 됩니다.

또한 국민이 원해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증거 또한 불분명합니다최근 소비자보호원이 500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박카스를 약국 외 슈퍼에서 살 수 있길 바라느냐는 조사를 했다고 하고,
70% 넘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다양한 언론에서 보도된 후 인용되는 이 자료는 소비자보호원 홈페이지에서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박카스등으로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습니다조사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 조사가 어떻게 모델 되었고 어떤 질문들을 바탕을 어떻게 진행되었는 지
쉽게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과연 4
7백만 국민이 존재하는 한국에서 달랑
5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국민 전체가 원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지
의문입니다
물론, 그럼 국민 전체 조사를
해야 하냐
!라고 반박한다면
국민 전체 조사는 결국 국민 투표이고 이 사안이 국민 투표가 필요한
것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500명이 국민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건 확실합니다그럼 500명 결과를 만 배 하면 5천만이 되니까 결과를 만 배를 하면 되지 않느냔 주장은.
기본적인 과학 실험을 해 보신 분,
그 중 임상의약품 시험을 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500명으로 인구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큰 무리입니다.

또한 연구 방법도 중요합니다.

최근 컨설팅 펌 맥킨지에서 제정된 후부터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 의료개혁법과 관련된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결론은 의료개혁 때문에
30% 고용주들이 더 이상 직원들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의료보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
50% 정도가 직장을 통해 의료보험 혜택을 누리고 있으므로 정말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었고
, Wall Street Journal이나 로이터
등 다양한 언론에서 보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몇 몇 정책자들은 이 설문조사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기자 중 몇 명이 맥킨지의 설문 조사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설문 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 어떤 질문들을 이용해 설문 조사를 했으며, 몇 명에게 어떤 방식으로 문의하여 그 중 몇 퍼센트가 응답을 했는 지 등의 기본적인 연구 방식을 알
수 없었습니다
한 기자가 맥킨지에 연락을 취한 결과 설문 조사 방식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설문조사 방식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서는,
그 결과가 얼마나 신빙성 있는 지를 판가름 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특히, 질문에 따라 응답률과 응답 자체가 달라질 수 있음 명확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노예제도나 인종차별과
같이 인간의 기본권과 관련해서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  마찬가지로 임신중절수술이나
동성애자들의 인권도 경제학적,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없는 문제들입니다.  하지만 일반의약품과 같이 누가 봐도 경제 (commerce)와 관련된 정책 방향은 충분히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이슈입니다.  10년 넘게 정치적 공방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경제학적 분석이 없다는 것은 한국 정책에 있어 think tank들의 부재를 보여준다 생각합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