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가 설사해요.

보리양이 처음 미국에 올 때 가장 걱정했던 것이 사료를 바꾼데에 의한 설사였는데 새로운 사료를 먹고 변이 약간은 묽어졌지만 괜찮다 괜찮다 싶어 방심하고 약간 더 새로운 것에 시도 했다가 된통 설사병이 났어요. 

그저께 밤에 건사료에 섞어주는 캔음식을 같은 브랜드이지만 flavor가 다른 걸 섞어줬는데 잘 먹길래 그런가보다 하고 잤어요.  그런데 새벽에 자꾸만 침대 옆으로 오길래 “밥 줄께 밥 줄께” 말만 하고 있다가 안되겠다 싶어 8시쯤 일어나서 어저께 섞어줬던 같은 캔사료랑 건사료를 섞어주고 돌아 섰는데 왠 검은 puddle이 카페트 위에 두 개가 있길래 “내가 잠이 덜 깼나?” 싶어 자세히 봤더니 보리양 설사였어요.

우리 집도 아니고 카페트여서 똥부터 치워야 겠단 급한 마음에 먹는 음식을 뺐어야 겠단 생각은 차마하지 못하고 30분째 카페트를 벅벅 밀고 있자 남편이 뭐하나 싶어 일어나서 방에서 나왔어요.  그때부터 하루 종일 보리양이 문 가까이 가기만 하면 밖에 있는 풀밭=보리양 전용 화장실로 데리고 나갔고 매번 물 설사를 죽죽 해 대기 시작했어요. 

안 되겠다 싶어 Petco에 가서 패드랑 카페트 냄새 제거제 등을 사러 갔어요.  Petco는 애완견을 데리고 들어갈 수 있고 전날 갔을 때 쇼핑을 즐기는 것 같았던 보리양을 데리고 갔어요.  그때까진 애가 멀쩡해 보여서…

왠걸.  Petco 안에서 설사를 죽죽하기 시작한 보리양. 

이 때 눈치를 채고 저녁을 주지 말아야 했지만.  맘 약한 저희 부부가 집에 돌아와 약간의 건사료를 저녁으로 준 후.  폭풍처럼 휘몰아 치는 설사를 몇 번씩이나 갓 구입한 패드들로 받아 내고나니 새벽 1시.  나중에는 피까지 섞인 똥을 끙끙 거리며 싸는 보리양을 보면서 안스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고, 끙끙 거리는 애 뒤에서 이른 새벽에 애 똥 받고 있는 저희가 웃기기도 하고.

인간도 설사를 하면 결국 금식이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이고 탈수가 가장 큰 문제인 것 처럼 개도 그럴 것이란 가정 하에, 24시간 동안 음식을 끊고 물만 열심히 먹이기로 결정을 했지요.  보리양은 자기도 힘들다고 계속 저희 몸에 붙어 있고 저흰 보리가 언제 다시 설사를 휘몰아쳐 가며 할 지 몰라 결국 남편이 바닥에서 보리와 함께 자기로 하고 2시 쯤 잠이 들었습니다.

모두 지쳐 아침 10시까지 잠을 자고 일어나서 보리양을 데리고 나갔는데 역시나 설사.  그래도 새벽의 물설사에 비해서는 고형화 되는 것이 보여 다행, 피가 섞여 있어서 안 다행.

미안한 마음에 점심을 먹는데 식탁 옆에서 쳐다는 봐도 달라고 조르지는 않는 보리.  힘든 지 하루 종일 잠만 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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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겠어요...

오후 4시가 넘어 단지 내에서 잠시 산책을 해 봤는데.  고형화 된, 피가 섞이지 않은 똥을 싸기 시작한 보리양!  내친 김에 약간의 운동도 하기 위해 공원 산책로를 걷기로 했습니다.

평소에 비해 힘이 없는 보리양이었지만.  영역 표시 할 거 다하고 (탈수 안됨) 다람쥐만 보면 애가 공중으로 붕붕 뜨며 날아 다녀서 죽진 않겠다는 확신을 하고 집에 오는 길에 닭고기 가슴살을 사 왔습니다.  그나마 있는 기름기 잘라내고 물에 푹 끓여서 먹여주니 풀렸던 눈이 또렷해 지는데 웃기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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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십시요, 닭고기.


저녁을 먹이고 혹시 모를 설사 attack에 대비해서 밖으로 나갔지만 이미 비울대로 비워져 있는 장에선 더 이상 나올게 없었는지 고요했습니다.  되리어 요즘 보리양이 꽂힌 고양이와 새가 종종 발견되는 곳이 단지 안에 있는데 여기에 가야 한다며 전속력으로 고불고불한 인도를 달려 가는 것을 보고 아직은 기가 남았구나 싶어 다행이었어요.

원래는 내일 낮 비행기로 보스턴에 돌아가야 했지만.  남편은 출근을 해야 하고 보리는 응급상황인 관계로.  결국 제가 휴가를 3일 더 내고 이 번 주 토요일까지 찰스턴에 있기로 했어요.  이 선택을 하면서 한 다양한 생각은 다른 블로그 포스트로… 

2 thoughts on “보리가 설사해요.

    1. Jekkie

      풀린 눈에 촛점이 맞아지는 모습에 신동이 막 웃었어요.
      그래도 짖지고 않고 줄 때까지 기다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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