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직 종사자 – 영어 이름 가져? 말어?

끊임 없이 영어 이름을 가져야 할 지 말아야 할 지에 대해 질문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오늘, 지금 현재 제 생각을 적어볼까 합니다. 생각은 변하는 거니까. 내년, 아니 내일 제 생각이 변할 수도 있습니다.

우선 제키가 영어이름 같긴 하지만 Jekkie는 티피컬한 영어이름이 아닙니다. 원래 재키(not 제키)는 Jackie로 재클린의 닉네임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흔히 듣는 영어이름들은 제대로 된(?) 영어이름을 줄여서 부르는 그 나름대로의 닉네임입니다.

Rob나 Bob는 로버트를 줄여서, 빌은 윌리엄을 줄여서, 존은 조나단이나 존슨 등을 줄여서(존은 사실 여러 다양한 이름의 닉네임입니다), 딕은 리차드를 줄여서, 닉은 니콜라스를 줄여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마찬가지로 여자이름에선 케이트는 캐서린을 줄여서, 브리는 브리아나를 줄여서, 제니는 제니퍼를 줄여서 닉네임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이름의 경우 구글에 Jekkie Kim 또는 Jungeun Jekkie Kim으로 검색하시면 저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즉, 저 같은 스펠링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들 중엔 제 이름을 보면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습니다. 스타벅스에서 제 이름을 제대로 커피잔에 쓴 적이 거의 없습니다. 클라이언트 중에도 “네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고, 사실 제키인데 재키로 발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후자의 처음에는 상당히 불쾌했으나 이젠 I don’t really care입니다. Actually, as a matter of fact, call me Jim, Bob, Charlie, I don’t care. Why? 상대방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이제는 알게 되었고 그런 사람에게 제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통화를 끝내고 나면 때론 제3자가 대신 사과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예: 제키야… 자꾸만 저 사람이 너를 재키라고 부르더라… 미안하다…). 그런 분은 정말 함께 일하고 싶은 분이고 그런 과정에서 누가 내 친구이고 누구와 더 친하게 잘 지내야 하는지도 알게 됩니다. So all is not a lose. 한 편으론 제가 제 자신에 대한 아이덴티티가 강해져서 그런 것도 있고 자신감과 자부심이 강해져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제 이름을 제대로 불려줘야 하는 상황이 되어가는 것도 분명 있습니다. So I don’t care. 저는 제 이름이 있고, 제 소개를 하고, 제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상대측의 책임입니다. (여담이지만, 이제는 “내가 김정은이다! 북한 김정은이가 여자이름을 갖고 있다! 내가 누나다!”라고 칵테일 파티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정말 재미있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러므로 “영어이름”이란 것이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을 할 때에는 과연 “영어이름”이 존, 잭, 밥, 에이미, 케이트 등의 티피컬한 서양이름인지 그냥 영어로 발음하기 쉬운 알파벳으로 된 이름인지를 우선 구별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을 위해서 이름을 짓기 보단 자신을 위해서 이름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 어색하다면 what’s the point? 우린 반려견도 아니고 반려 고양이도 아닙니다. 이름은 나를 대표하는 것이고 내가 원하는 이름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진정 자신이 원하는 상황에서 원하는 이름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제 남편은 5년 조금 전에 미국에 왔습니다. 영어이름을 만들까는 7년 전부터 고민했던 것 같은데 그냥 자신의 이름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여러 이름을 고민해 봤지만. 남편은 그냥 신동인이 가장 잘 어울립니다. 다들 처음 만나면 토니냐고 묻습니다. 그래서 아니다 동인이다라고 이야기하면 정말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래도 배울 사람은 다 배웁니다. 물론 못 배우는 사람은 못 배우지만.

I am back!

너무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너무 행복해서 왠지 다른 분들께 미안할 정도로, 미안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미안할 정도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 행복의 이유가 별건 아니에요. 매일 출근할 직장이 있고, 하루 종일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고민해야 하는 일을 하지만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이 즐겁고, 비록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오지만 돌아올 집과 가족이 있고 함께 저녁을 먹을 남편이 있다는 것이 행복해요. 매일 남편과 보리와 산책을 하고, 저녁 시간 동안 남을 일을 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그냥 인터넷 서핑을 하며 조용히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요.

주말에는 운동도 하고, 장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낮잠도 자고. 때론 주말이 더 바빠서 월요일에 가장 피곤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주말에 내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점에도 행복을 느껴요.

쓰고 싶은 얘긴 많은데 너무 많이 써버리면 다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못 써버리는 그런 행복함인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과의 연동이 끊어져 버려서 사진도 못 올라오고.

이제 서부에도 익숙해져 가고.

다시 블로그로 돌아올까 해요.

기록을 남기는 행위로.

오늘 하루 

남편이 병원에 보스를 만나러 들어간 동안 난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기로 했다(나에게도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그러나 쇼핑도 해본 놈이 한다고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산책을 하러 나와 버렸다.
문제는 내가 차를 가지고 나왔다는 것을 깜했다는 것. 그랬다. 난 차를 그냥 쇼핑센터에 두고 멀리 멀리 산책을 나와 버렸다✌️
미팅을 마친 남편에게 이내 연락이 왔다.
남편: 간다. 어디냐.
나: 나… 어딘지 모르겠는데…
남편: 뭐가 보이는데? (가게가 뭘 보이는지 말하라는 것이었다 한다.)
나: Palm trees?
남편: 뭘 판다고?
나: 얘네 아무것도 안 팔아. They’re just palm trees…😭

남편: … 너… 아까 거기냐? (남편을 병원에 데려다 주면서 도대체 왜 캘리포니아에 palm tree가 있느냐, 가뜩이나 가뭄인데 물도 많이 잡아 먹는…이란 대화를 나눴었다. 그리고 “거긴” 차로 5분 이상 떨어진 곳이었다.)

나: 응. ‼️ 그래!! 거기!! 😳 남편! 차를 찾아서 날 데리러 와라!

남편: 😶 잠깐만. 너 차 안 가지고 걸어서 거기까지 갔냐?

나: 응! 차 주차장에 주차해 놨지!

남편: 내가 주차장이 어디있는지 어떻게 알아?

나: 길 건너! 길 건너!

남편: …. 뭔 길을 건너…

(꾸역 꾸역 어찌저찌 주차장 찾음)

남편: 차는 어디 있는데?

나: 1W!!!!

남편: 야!!!! 여기 다 1W다!!!
나: 😳🙄😶😐

(주차장을 종횡무진 돌며 무선키를 누르면서 겨우 겨우 차를 찾음.)

나: 자! 이제 나를 찾아!

남편: ….. 지도 보내라.
(구글맵에 내 위치를 찍어 보냄.)
결국 두 번 블록을 돌아 15분 후 남편이 나타났다. 사실. 그 시간이었음 내가 걸어갔어도 시간이 남았을 것 같긴하다😆

 

남편은 나 덕분에 매일 매일이 쇼킹하다고 한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행복하다💕❤️

롭스 앤 그레이를 떠나며

저는 어저께 5년 간 제가 변호사로 근무한 친정을 떠났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남은 업무를 처리하고 남편과 남은 짐을 함께 정리한 후 빈 사무실을 나섰을 때도, 남편과 삼겹살을 먹으며 그 동안 수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오늘 아침 이 글을 쓰면서도 아직 별로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저는 몇 주간 휴식을 취하고 7월 말부터 실리콘 벨리에 있는 Latham & Watkins라는 로펌에서 다음 커리어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저는 아직 배울 것이 많은 변호사이기에 저를 옆에 두고 가르쳐 주실 스승 같은 분들이 필요했고, 운 좋게 그런 분들과 팀을 만나게 되어 이동하게 됐습니다.

Latham은. 랭킹 같은 것이 중요하지는 않지만… 글로벌 로펌을 rank하는 다양한 순위 중 American Lawyer(AmLaw)에서는 1위를 차지하는 로펌입니다. 제가 로펌의 수익을 보고 이동하는 것일리는 전혀 없고, 로펌의 명성을 보고 이동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현재 하고 싶어하는 업무와 그러한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제안, 저를 멘토링 해주실 수 있다는 점 등에 있어 기회가 너무 좋다고 판단되어 이동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약 2,200명의 변호사가 전 세계 30곳이 넘은 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만큼 글로벌 플랫폼을 갖고 있어, 인터뷰 내내 제가 한국 클라이언트들을 위해 글로벌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이를 서포트 해 줄 수 있는 환경이란 점을 강조한 것도 저에겐 매력적이었습니다.

보스턴에 계신 분들께는 너무나도 면목이 없었습니다. 지난 2주 간 한 분 한 분 찾아 뵙고 사과를 드렸고 다들 너무 놀라셨지만 이해해 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를 아껴 주시기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응원해 주시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저는 왠지 제가 “배신”을 하는 것 같아 Latham과 인터뷰 하는 내내 좌불안석이었고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사실 3주 전 한국에 잠시 다녀온 것도 한국에 계신 저희 사무소 분들, 특히 저를 딸 같이 아껴주시고 키워주신 저희 김용균 대표 변호사님께 직접 얼굴을 뵙고 말씀을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면목이 없었습니다. 감사했고, 죄송했고. 그냥 그랬습니다. 앞으로도 평생 뵐 분이지만. 그냥 그랬습니다.

모든 분들께서 “you need to do what is best for you”라고 말씀해 주실 때마다 감사함과 동시에 죄송함이 너무 컸습니다.

어떤 파트너 분들께서는 “걔네가 못되게 굴면 전화해라!”라고 해주신 분들도 계셨고, 샌프란시스코에 계신 파트너 분은 “가서 행복하더라고, 꼭 몇 달에 한 번씩은 연락하고, 밥 사줄께 와서 밥 먹고 가고”라고 말씀해 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제가 2월에 캘리포니아 바 시험을 봐야 하는데, 이 와중에 바 시험 준비 잘 하라고, 얕보지 말라고 걱정해 주신 분도 계셨고, 언제든 돌아오고 싶으면 받아 줄테니 돌아오라고 해주신 분들도 계셨답니다.

그리고 왕짱님은. 몇 번씩 안아 주셨습니다. 훌륭한 멘티였으니. 가서도 잘 할 거라고. 왕짱님도 훌륭한 멘토셨습니다. 법뿐만 아니라 저에게 인품과 성품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너무 너무 감사했고, 또 찾아뵙겠습니다.

이렇게.

남편과 저. 둘 다. 새로운 주. 새로운 도시.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함께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루함

항상 수많은 감정들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는 기분이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지루함”을 느낀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항상 좋은, 긍정적인 감정만 갖고.느끼고 사는 것을 절대 아니다. 반대로 시간에 쫒겨 화장실에 제대로 가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최소한 나에겐 시간이란 자산을 net positive로 활용 또는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나름 터득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가장 공평한 자산이라 생각한다. 이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엄청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가면 갈수록 깨닫고 있다. 

자문변호사

지난 목요일 FB에 썼던 글인데 블로그에도 기록을 남겨 놓고 싶어 copy paste. 이래서 남편이 내게 내가 내 글을 중복게재한다고 문제 삼는다…
***

이틀 연속으로 딜을 2개 클로징했다. 몸이 만신창이다. 
Corporate attorney는 자문변호사로 번역되기도 한다. 나는 1-2년 차, 3년차까지만 해도 이러한 번역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수합병을 하고, 벤처투자를 하고, 라이선싱 딜을 하는 deal lawyer에게 왠지 “자문변호사”는. 좀 약하게 들렸다(내가 좀 어그레시브한 기질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deal lawyer를 자초한 것도 인정한다).

그런데 5년차에 접어들고 클라이언트들과 팀을 이뤄 업무를 하면서 깨달았다. 그들이 원하는, 때론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well thought out 된 자문이란 것을. 

변호사는 클라이언트 “비즈니스에 있어” 그 어떠한 decision making도 할 수 없다. 간혹, 알아서 해달라는 클라이언트도 있지만, 이것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이다. 능력이 안돼서라기 보단, corporate structure상 변호사에게 위임된 범위 내의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계약서를 찍어내는 사람들이 아니다. 계약서는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를 문서화함과 동시에 차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예측하고 이에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한 “룰”을 정하는 당사자 간의 규칙서와 같은 것이다. 이것은 변호사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클라이언트의 니즈와 바램이 반영되어여만 한다. 

단, 딜을 많이 접하면 접할 수록 “일반적인” 규칙들이 무엇인지, 즉 옆동네 아이들을 어떻게 노는지 변호사들은 알기에 우리 클라이언트에게 무엇이 일반적이고, 어떻게 하면 더 유리하고, 어떤 것이 덜 유리하고, 때론 어떤 것을 포기하고 어떤 것을 취해야 딜을 할 수 있을지, 비록 변호사가 결정을 하진 못해도 옆에서 코칭과 조언을 해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변호사들은 paper pusher들이 아니다. 클라이언트가 해달라는 대로 문서를 찍어내는 기계여서는 안된다. 

두 번째 딜을 클로즈하며. Excellent advice and counsel에 감사하단 클라이언트의 이메일을 읽으며. 자문변호사란 번역이 더 이상 마음에 안들지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