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쿨 유학기 – 끝

4년 전 시작했던 미국 로스쿨 유학기 관련 마지막 글이다.

아직 책도 정리해야 하고 방치해 놨던 집도 정리해야 하고, 그동안 못 본 해도 봐야하고 취할 정도로 못 마셨던 술도 마셔야 하고, 고양이들도 이뻐해 줘야하고 오빠랑 좀 더 부부 같은 생활도 해야 하지만…  그래도 그건 새로운 시작인까.  아직 어떤 카테고리로 다음 포스팅을 올릴 지는 못 정했지만…  어쨌던 나와 주관적으로 관련된 유학기 포스팅은 마지막이다.
시험 준비를 하면서 많은 친구들이 말했다.
“I want my life back.”
빨리 시험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었지만…  내 생각에 이제 더 이상 “일상”은 없다.  뭔가 읽지 않으면 불안하고 따지지 않으면 지는 것 같고 deadline이 없으면 의지가 없다.  쫒겨야 살아 있는 것 같다.  뭔가 미친 듯 쫓아갈 곳이 있어야 삶의 의미가 있다.  
“This is my life.”
예전부터 생각했었는데…
인생은 spiral 같다.
돌다 보면 원래 있던대로 돌아와 버린다.
(물론 항상 약간의 발전은 있다.  Think 3D).
손톱만으로 절벽을 기어 올라가면 5초 동안 자유낙하한 후 다시 기어 올라야 하는 기분.
약간 부정적으로 들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기어 올라가는 것이 싫지 않다.
매번 약간씩 더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릴 수 있게 되니까.
매번 자유낙하 시간이 조금씩 더 길어지는 것 같다.
등산하는 사람들, 그중 직업 산악인들을 잘 이해 못했는데…
곰곰히 앉아서 생각해 보니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마지막으로… (emotional roller coaster이 큐임)
시험 D-1
뉴욕 주의 수도인 Albany 옆의 Schenectedy 도착.
오빠가 운전해 가는 내내 객관신 문제 풀이를 읽음.
Evidence (증거법)이 15% 정도인데…
난 법정 일을 해 본적이 없어서 무슨 소리인지 도대체 모르겠음.
시험 전날인데 모르면 어쩌나 싶음.
순간 순간 나머지를 다 맞추면 된다는 착각을 하지만
다 맞출 수 없다는 사실은 인식하고 다시 걱정하는 순서를 반복함.
Hampton Inn check in.
주차 무료.
시험 장소인 Union College로 걸어 가던 중 위험하진 않지만 sketchy한 동네여서 다시 돌아와 차로 이동.
중간에 Cafe Nola라는 곳에서 간단하게 스낵을 했는데 괜찮아서 다음날 시험 점심을 먹기로 함.
피칸 파이가 맛있어서 순간 행복함.
문제 풀이를 다 해서 더더욱 행복함.
Hampton Inn으로 돌아와서 시험 장소 방문.
호텔로 복귀.
다음 날 아침에 먹을 물 사러 편의점 방문.
계속 허리, 머리가 아파서 (somatization 50%)
진통제를 사고 싶은데 편의점에 없음.
구글 맵에서 약국을 찾아 갔는데
공공기관 내에 있는 곳이어서 이미 닫았음.
무지 화가 남 (= 화가 치솟음).
차를 타고 약국가서 진통제를 삼.
여기서 물을 샀으면 됐다는 생각에 다시 욱 함.
호텔로 복귀.
바로 앞에 서브웨이가 있어서 저녁 해결.
저녁 먹고…
고양이 저녁을 주러 갔던 나정이가 하루 종일 오븐이 켜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함.
집이 홀랑 탈 수도 있었다는 사실과 고양이가 다쳤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충격 받아 1시간 동안 이불 속에서 패닉함.
Catatonia.
움.
정신 차리고 공부하려고 하는데 인터넷이 안됨.
시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었지만
인터넷이 된다고 해서 간 건데 안 돼서…
시험 전날이고…
제 정신도 아니고…
인터넷 담당 회사랑 20분 통화하고 호텔이랑 10분 싸우고
결국 Hampton Inn의 모회사인 힐튼으로 전화 걸어서 official complaint 제출.
불안해서 못 자다가 1시 반에 잠.
Day 1
뉴욕 에세이 + 객관식 시험
객관식을 풀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스턴에서 출발 할 때는 멀쩡하게 알고 연필을 갖고 출발했는데
막상 전날 연필은 왜 가져 온거야!!란 생각으로 호텔에 빼 놓고 옴.
시험장에 입장하려고 줄 서 있는데 사방에서 연필이 오고 감.
객관식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가슴이 철렁 함.
전화는 갖고 들어갈 수가 없어 아얘 안 갖고 왔고 오빠는 이미 호텔로 다시 돌아 갔다.
다행히 아는 친구 발견.
샤프를 하나 인수 받음.
시험장에 입장.
관리가 너무 허술에서 기가 참.
내 ID도 안 본 것 같음.
시험 강의실을 들어갔는데 자리가 너무 좁아서 다시 한 번 기가 참.
컴퓨터로 에세이 작성을 신청해서 내 12인치 노트북을 들고 갔는데
그거 하나 얹어 놓으니 자리가 다 참.
멍하니 시험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누가 옆에서 내 이름을 부름.
올려다 보니 학교를 같이 다닌 아이가 (친구라 부르고 싶지 않음) 내 옆자리 앉음.
앉기도 전에 내게 하는 말.
“Can I get a ride with you?!”
넌 뭐냐 싶음…
다음날 보스턴으로 돌아가서 시험을 봐야 하는데 계획도 없이 왔나 싶어 또 기가 참.
뭐 버스를 타고 돌아가려 했다는 둥 지저귐.
웃어 줌.
우선은 그러라 함.
시험 중간 중간 욱 함.
어찌 어찌 오전 시험 보고 나옴.
다른 문제는 모르겠고 회사법 에세이 문제는 상당히 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기분이 좋았음.
점심을 먹기 위해 오빠가 시험 장소로 데리러 옴.
호텔에서 인터넷이 안된건 우리 컴퓨터 문제라 했다 함.
그대로 전화해서 PC 한 대, 맥 한대, 아이폰 두 대가 동시에 인터넷이 안되면 내 잘못이냐 인터넷 잘못이냐 따짐.
호텔비 180 달러 그대로 환불 받음.
바에서 이런 것도 감안해 줬으면 좋겠단 생각을 함.
Cafe Nola로 다시 가서 Portobello sandwich와 mozzarella stick을 주문했는데 꽤 매콤함.
알고보니 케이준 식당.
아이스 커피를 시켰는데 이쁜 커피 잔에 얼음 동동 띄워 줌.
이런 거 처음 봄.
시골을 뭔가 다르단 생각을 함.
웨이트레스 아줌마한테 시험 빨리 보러가야 해서 빨리 준비 해 줌.
무슨 시험 보냐고 해서 바 시험 본다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기도까지 해 줌.
역시 시골은 다름.
시험 장소로 복귀.
역시나 보안은 허술함.
오빠가 들어가서 시험봐도 됐을 듯.
오후 시험은 에세이.
뭐라 뭐라 3시간 넘게 정신 없이 타이핑 함.
한 문제는 이혼법인데 도저히 법을 하나도 모르겠었음.
아님 말고란 생각으로 상식선에서 해결해 줌.
이런 마인드 셋이 아님 미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듬.
시험 끝나고 옆자리 아이한테 데려가야 하니까 다른 아이 차를 구한 것 같다고 함.
시험을 USB 드라이브에 옮겨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고 헤맴.
아이야…
저장도 못하면 어떻게 바를 보니… 라고 말 해 주고 싶음.
그 와중에 다시 Albany에 있는 호텔로 돌아가서 짐을 챙겨야 하고 어쩌구 저쩌구 지저귐.
난 먼저 간다하고 나옴.
그러나..
주차장에서 빠지는데만 30분 걸림.
갓 시험보고 나온 제정신 아닌 사람들이 특히 앞에서 마구 들이대고 들어오는데
감히 오빠가 치고 들어오는 걸 막지 못 함.
제정신이 아닌 아이들을 막으면 그냥 박고 갈거란 걸 감지한 듯.
집에 도착하니 9시 반.
침대에서 증거법 공부를 더 해 보겠다고 노력해 봤으나 사실 배운건 없음.
역시 난 증거법은 모르겠음.
2시까지 잠이 안 오고 밤새 뒤척임.
Day 2
Multistate exam
200문제 객관식 날
8시 반까지 입장하라고 해서 7시 반 정도에 갔는데 8시 10분에 문 열어 줌
들어가서 앉았는데 어저께 보단 자리가 넓어서 우선은 만족함.
연필도 10 자루 들고 들어감!!
시작하기 전에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줄이 김.
그래도 섬.
나중에 시험 볼 때 가니 줄 하나도 없음.
그냥 시험 볼 때 가는 것이 좋을 듯.
100문제 풀고 나옴.
목도리, 3겹 옷을 입었는데도 추워서 죽을 뻔함
.
점심 먹음.
BU에서 쿠폰을 줘서 공짜로 해결.
100문제 또 품.
귀가.
쉬다가 9시에 처!음!으!로!!
Massachusetts 법을 공부하기 시작함.
뉴욕이랑 비슷하다 했는데…
다른 것도 많음.
그냥 뉴욕이랑 비교하면 되겠다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내가 아는 뉴욕법이 뉴욕법이 아니었음…
그냥 Massachusetts법을 새로 공부함…
2시 취침.
Day 3
Massachusetts 에세이 시험 날.
도착.
입장.
에세이 5개.
어저께 공부 안 했으면 큰 일 날뻔 했다는 생각 함.
손과 팔이 아픔.
점심 먹음.
에세이 5개 또 품.
손가락을 못 느끼고 팔이 아림.
난 팔로 쓰나봄.
첫 번째 문제는 문제를 잘못 읽어서 제대로 못 풀었고
(법도 모름)
한 문제는 문제는 잘 읽었지만…
법을 전혀 모름
.
그냥 다시 내 상식선에서 해결.
상식시험을 본 것 같기도 함.
7월 29일 4시 39분 시험 완료.

16 thoughts on “미국 로스쿨 유학기 – 끝

    1. Jekkie

      나도 시험 끝나면 쉴 수 있을 줄 알았어…
      몇 번 자고 나니까 벌려 놓은 일들 때문에 또 정신 없어…. ㅜ_ㅜ
      목걸이 올려 놨다~

      Reply
  1. Najung

    ㅋㅋ 이거 지금 읽었어. 난 에디팅을 하다가 위트니 아줌마의 I wanna dance with somebody 들으면서 휴식 취하는 중. 내일 일찍 일어나야하는데 컨퍼런스 전 증후군인듯. 암튼, 정말 축하해! One more step up!

    Reply
    1. Jekkie

      저보다… 신동이 더 좋아해요… ㅠ_ㅠ
      제가 많이 괴롭혔나봐요…

      그저께 현우현준이 인체체험 간 사진 봤는데…
      사진이 너무 웃겼어요… ㅎㅎ
      신동은… 애들 사진보단 인체의 위치 맞춘다고 더 흥분하던데요… ㅋㅋㅋ (“이거 위 아냐 위???”)

      Reply
  2. 현우엄마

    꼬질꼬질 엽기과학전에 나온 미끄럼틀은 식도부터 항문까지였어 ㅋㅋ
    맞어 맞어 사진에 나온부분이 위일껏이야
    뭔가를 아는 현우는 나는 “똥”이 되어 나왔다고 소리소리 지르면서 뛰어다니더라구
    부끄러워서… 아는 척 안…했..어…

    Reply
    1. Jekkie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현우 너무 보고 싶어요~~~~!!!!!!!
      진짜 전시회 이름에 꼬질꼬질이 들어가서 좀 놀랐어요… ㅡㅡ;;

      Reply
  3. 현우엄마

    글을 다시 한번 읽어봤는데… 어려워 ㅎㅎㅎ
    무슨 시험이 이리 복잡한지.. 대단해

    Reply
    1. Jekkie

      호호호…
      그냥 엉겁결에 우르르 들어가서 다다다다닥 바바바박 쓰고 찍고 나오면 3일이 지나는 것 같아요… ㅜ_ㅜ

      Reply
  4. ssoo

    지설 드레스 보러 다니는데 따라다녔는데…곽동호씨와 지설이 생각보다 또 잘 맞는다는 데서 잼있었고, 무튼…느끼는 바가 많았다. 사람은 역시 변하는 거야…

    Reply
    1. Jekkie

      변하는건지…
      사실 며칠 전에 신동한테 딱 이들을 바탕으로 얘기했었는데…
      어쩌면 우리는 매일 매일 상황에 맞게 연기하고 있는지도 몰라.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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