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멘토로 성장하기 – 칼자루를 쥐다

저는 자식은 없지만, nurturing sense가 좀 강한 편입니다. 아마 그래서 멘토링을 자처해서 하겠다고 나서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주로 저와 같은 마이너리터 여자 후배들에게 조언을 많이 해주는 편입니다.

저는 제가 따뜻한 사람이지만 냉정한 사람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들어주고, 보듬어 줄 때는 보듬어 주지만,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으면 이 또한 지적해 주는 것을 피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혼을 내거나 화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지적” 또는 “피드백”도 애정이 필요한 행위입니다. 사실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으면, 그냥 그 사람을 피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그 사람을 없는 사람 취급하고 무시하고 겉으로는 친한척하고 뒤에서는, 속으로는 무시하고 욕을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저도 그렇게 당해본 적이 많습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뒤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제 비방을 한 윗사람들을 모셔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뼈아픈 경험이었던지요. 특히 그 윗분이 제가 믿고 따랐던 여자 상사였던 경우에는 더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정한 제 나름대로의 여자윗년차 practice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칭찬할 일이 있으면 꼭 칭찬해 준다.

칭찬을 아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잘 한 일이 있으면, 잘했다는 것을 알아야 다음에도 똑같이 그 잘한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반대 의견으로는 너무 잘했다 잘했다만 이야기를 해주면, 영어표현으로는 full of him or herself가 되어 잘난척을 하는 아랫사람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제 경험상, 잘했을 때는 칭찬을, 못 했을 때는 적절한 피드백과 잘 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 줄 수 있는 멘토가 좋습니다.

즉, 칭찬에 필요이상으로 인색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너무,

“자기~! 이거 너무 잘했다아~~!” 라고 칭찬해 줄 필요도 없습니다.

“누구누구, 이거 검토했는데, 뭐뭐뭐를 잘했네, 수고헀어.”로 프로페셔널 하게 칭찬 한마디를 해 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2. 잘못한 일이 있으면 바로 바로 피드백을 주되, 감정을 배제한 객관적 피드백은 제공한다.

얼마전, 저희 1년차와 정말 작은 프로젝트를 한 것이 있었습니다

Long story short, 이 1년차가 잘못한 것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 번째. 데드라인을 놓쳤습니다.

월요일까지 클라이언트에게 보내기로 한 문서를 화요일이 되어서도 저에게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사실 급한 문서가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러므로,

“제키, 나 지금 너무 바빠. 이 문서 화요일이나 수요일까지 보내줘도 될까? 미안하다.”

라는 말 한마디만 했다면 모든 것이 괜찮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데드라인을 째는 것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두 번째.

결국 제가 화요일에 물어봤습니다.

“너 바쁜 것 아는데, 내 문서는 어떻게 됐느냐. 클라이언트는 기다리고 있다. 네가 못하면 내가 하면 되지만, 나한테 이야기는 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

이 친구가 바쁜 것은 알았지만, 이럴 때 반응은,

“미안하다, 바빴다, 하루 시간을 더 줄 수 있느냐”

여야 하지,

“몰랐다, 나한테는 월요일이었다고 말하지 않았지 않았느냐”는 아니어야 합니다.

윗년차가 설마 월요일이라고 말도 안해놓고 월요일이라고 닥달을 할 리가 있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윗년차가 아얘 없다고는 장담할 수는 없지만…)

 

세 번째.

결국 이 친구는 울며겨자 먹기로 문서를 준비했지만, 그 완성도가 너무나도 낮아 제가 처음부터 그냥 다시 했습니다. 게다가, 문서를 저에게 보낸 이메일에 어찌나 짜증이 들어가 있었던지, 이메일을 받는 순간 솔직히 울컥했습니다.

‘내가 평소에 너에게 그렇게 잘해줬는데, 내 프로젝트를 이런식으로 하다니!’

 

하지만 제가 윗년차가 되면서 정한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1. 객관적으로 피드백 주기

제가 원래 사람을 만나는데 있어 three strike out 원칙이 있습니다.

저는 사람을 너무나도 좋아하지만, 모든 상처는 사람에게서 온다는 것도 알기에, 가족이 아닌 이상, 사람으로부터 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교 때부터 나름의 룰이 있습니다.

한 번 저에게 상처를 주면 용서를 하고, 두 번 저에게 상처를 주면 용서를 하지만, 세 번 저에게 상처를 주면 다시는 그 사람과 상대를 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대통령이건 대기업 회장이건 상관 없습니다. 저에게 3번 상처를 준 사람과는 상대를 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이렇게 보호해 왔고, 나름 그래서 사람을 많이 만나고 다니는 것에 비해 사기를 당하거나 사람으로 인해 받는 상처가 적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랫연차를 상대함에 있어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선 약간의 tweaking이 필요합니다. 잘못을 했다고 고칠 수 있는 기회 없이 무조건 strike one, two, three를 주기엔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랫연차를 멘토해야 하는 윗년차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아랫연차는 저에게 strike one이었습니다. 아무리 친구여도 일을 함께 하는 아랫연차로서는 스트라이크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의 사무실로 들어가 문을 닫은 후, 이야기를 했습니다.

“수고했다. 네가 지금 다른 일로 바쁜 것은 안다. 그리고 내 프로젝트가 그 다른 일에 비해 덜 중요해 한 것은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프로젝트를 쨀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너와 나는 친구이지만, 일을 할 때는 윗년차와 아랫연차다. 너는 지금 네 신뢰도에 금을 냈다.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었고, 나와 일을 할 때는 이렇게 이렇게 해 줬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

라고 물어봤습니다.

저는 그에게 화풀이를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피드백을 주지 않을 경우, 앞으로 저와 일을 할 때 계속 제 프로젝트를 그렇게 함부로 하게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감정을 배제하되, 객관적으로 너는 어떻게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하면 다음에는 그 실수를 다시 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설명해 줘야 다음에 다시 저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언젠가 술자리에서 저를 매우 disrespect한 또 다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와는 제가 로펌에 있는 한 절대로 함께 프로젝트를 하지 않을 것이며(즉, 제가 일을 주지 않을 것이며), 설사 정말 정말 일 할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함께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고 해도 이렇게 제 시간과 감정을 들여 피드백을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2. 한 번 준 피드백에 대해서는 다시는 언급하지 않기

제가 뒷끝이 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제 남편은 제가 뒷끝이 심한 사람이라고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무던히 노력하는 것 중 하나는, 최소한 아랫연차와는 뒷끝이 없으려고 노력합니다. 한 번 피드백을 줬으면 그것으로 끝나야 합니다. 그가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자신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알고보니 어저께가 그 아랫연차 생일이었습니다.

다른 프로젝트로 미친듯이 뛰어 다니던 중, 프린터 앞에서 각자의 프린트 물을 기다리던 중, 저와 잠시 대화를 나누던 중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아직 나이가 어린 이 친구는, 울먹이더니.

“징징대는거 아니야, 제키, 내 생일이야. 그리고, 저번에 정말 미안했어. 다음부터 잘 할께, 나 너랑 또 일하고 싶어.”

라고 얘기하길래, 둘이 부둥켜 안고 같이 울먹였더랬습니다.

생일날 모가지가 잘린 닭마냥 사무실을 뛰어 다니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기에,

그리고 한 번 나름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다시는 그 사람이 나에게 일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어떤 것인지 잘 알기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윗년차는 엄청난 칼자루를 쥔 사람이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칼자루를 정말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 친구는 지난 몇 주 동안 제가 다시는 자신에게 일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두려워하고 있었나 봅니다.

다시는 일을 줄 생각이 없었다면, 피드백도 주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한 번 피드백을 줬으면 그것으로 끝나야 합니다.
3. 공식적으로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절대로 나쁜 리뷰를 남기지 않기

저희는 3개월에 한 번씩 아랫연차를 리뷰합니다. 저도 3개월에 한 번씩 리뷰를 받고요. 초반에는 저도 적응을 잘 못한 편이어서 리뷰가 많이 엇갈렸었습니다. 그래서 좋지 않은 리뷰가 얼마나 자존심과 자신감에 타격을 주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피드백과 리뷰는 1:1로 면상에 대놓고 해야 하는 것이지,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인터넷 웹사이트 어딘가에 들어가 Excellent/Good/Average/Poor를 클릭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면상에 대놓고 리뷰를 할 자신감이 없다면, 아얘 리뷰를 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윗년차라면, 아랫년차가 무엇을 잘못했다면 최소한 얼굴을 보면서 왜 잘못을 했는지 설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지, 몇 달 후에 종이 쪼가리 한 장에

“너는 몇 달 전에 이렇게 일을 못했어”

라는 통보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비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나쁜 리뷰는 남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예외적인 경우란, 아랫연차가 저를 인간적으로 무시했거나, 인격적인 모욕을 했거나, 반복된 1:1 피드백에서 발전이 없는 경우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직급이 올라간다는 것은 아랫사람을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경우, 인재양성이 시급하고, 인재양성을 위해선 이미 성장궤도에 오른 사람들이 젊은 멘티들, 특히 잠재적이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여자들에 대한 멘토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One thought on “여자멘토로 성장하기 – 칼자루를 쥐다

  1. Woo

    “윗년차”라는 위치에 가기까지 하아안참 멀은 한 대학생입니다만, 참 멋진 마인드라고 생각됩니다!!제가 배우고 성장해 가는 과정에 있어 , 재키님괴과 동일하진 않더라도 아랫사람을 대하는 자신만의 일관적인 철학을 가진 따듯하고 엄격한 멘토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길 바라고 또 훗날, 저도 그런 윗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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