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스 앤 그레이를 떠나며

저는 어저께 5년 간 제가 변호사로 근무한 친정을 떠났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남은 업무를 처리하고 남편과 남은 짐을 함께 정리한 후 빈 사무실을 나섰을 때도, 남편과 삼겹살을 먹으며 그 동안 수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오늘 아침 이 글을 쓰면서도 아직 별로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저는 몇 주간 휴식을 취하고 7월 말부터 실리콘 벨리에 있는 Latham & Watkins라는 로펌에서 다음 커리어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저는 아직 배울 것이 많은 변호사이기에 저를 옆에 두고 가르쳐 주실 스승 같은 분들이 필요했고, 운 좋게 그런 분들과 팀을 만나게 되어 이동하게 됐습니다.

Latham은. 랭킹 같은 것이 중요하지는 않지만… 글로벌 로펌을 rank하는 다양한 순위 중 American Lawyer(AmLaw)에서는 1위를 차지하는 로펌입니다. 제가 로펌의 수익을 보고 이동하는 것일리는 전혀 없고, 로펌의 명성을 보고 이동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현재 하고 싶어하는 업무와 그러한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제안, 저를 멘토링 해주실 수 있다는 점 등에 있어 기회가 너무 좋다고 판단되어 이동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약 2,200명의 변호사가 전 세계 30곳이 넘은 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만큼 글로벌 플랫폼을 갖고 있어, 인터뷰 내내 제가 한국 클라이언트들을 위해 글로벌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이를 서포트 해 줄 수 있는 환경이란 점을 강조한 것도 저에겐 매력적이었습니다.

보스턴에 계신 분들께는 너무나도 면목이 없었습니다. 지난 2주 간 한 분 한 분 찾아 뵙고 사과를 드렸고 다들 너무 놀라셨지만 이해해 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를 아껴 주시기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응원해 주시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저는 왠지 제가 “배신”을 하는 것 같아 Latham과 인터뷰 하는 내내 좌불안석이었고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사실 3주 전 한국에 잠시 다녀온 것도 한국에 계신 저희 사무소 분들, 특히 저를 딸 같이 아껴주시고 키워주신 저희 김용균 대표 변호사님께 직접 얼굴을 뵙고 말씀을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면목이 없었습니다. 감사했고, 죄송했고. 그냥 그랬습니다. 앞으로도 평생 뵐 분이지만. 그냥 그랬습니다.

모든 분들께서 “you need to do what is best for you”라고 말씀해 주실 때마다 감사함과 동시에 죄송함이 너무 컸습니다.

어떤 파트너 분들께서는 “걔네가 못되게 굴면 전화해라!”라고 해주신 분들도 계셨고, 샌프란시스코에 계신 파트너 분은 “가서 행복하더라고, 꼭 몇 달에 한 번씩은 연락하고, 밥 사줄께 와서 밥 먹고 가고”라고 말씀해 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제가 2월에 캘리포니아 바 시험을 봐야 하는데, 이 와중에 바 시험 준비 잘 하라고, 얕보지 말라고 걱정해 주신 분도 계셨고, 언제든 돌아오고 싶으면 받아 줄테니 돌아오라고 해주신 분들도 계셨답니다.

그리고 왕짱님은. 몇 번씩 안아 주셨습니다. 훌륭한 멘티였으니. 가서도 잘 할 거라고. 왕짱님도 훌륭한 멘토셨습니다. 법뿐만 아니라 저에게 인품과 성품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너무 너무 감사했고, 또 찾아뵙겠습니다.

이렇게.

남편과 저. 둘 다. 새로운 주. 새로운 도시.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함께 시작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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