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All-in-One 프린터

예전 미국 경기가 좋을 때는, 로펌, 투자은행, 컨설팅회사 등에서는 테크놀로지 비용이라는 것을 직원들에게 나눠줬다고 합니다. 즉, 핸드폰이나 컴퓨터, 프린터 등 근무에 필요한 기기들을 구입하는 것을 보조해 주는 보너스와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악화된 이후 많은 회사들이 비용절감 모드에 들어갔고, 정말 일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기등을 회사에서 제공해 주거나, 데이터 사용료 등을 부담해 주는 것 외에는, 따로 테크놀로지 비용을 지불해 주는 케이스가 많이 줄었습니다.

저희 로펌의 경우, 자신의 핸드폰을 근무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 블랙베리를 제공해 주고 있고, 자신의 핸드폰을 사용하는 경우 무제한 데이터 비용을 부담해 주고 있습니다(제 경험상, 한달에 $50 정도 비용절감을 하고 있습니다). 근무용 기기로는 랩탑이나 데스크탑 중 하나를 골라야 하고, 출장을 가야하는 경우 에그 등과 같은 무선기기나 핫스팟 비용을 대신 지불해 줍니다. 하지만, 이외에 집에서 따로 사용하는 기기는 자신이 부담해야 합니다. (고백까지는 아니지만… 작년부터… 회사에서 프린트 종이를 가져와서 사용했습니다… 당연히 회사업무와 관련된 프린팅을 위해 종이를 가져오는 것이었으므로 괜찮다고 생각은 했지만 약간 찜찜하긴 했습니다. 그러던 중. 여러 왕짱님들께서도 회사 종이를 집에 가져가시는 것을 보고… 다들 원래 그러는 것이란 사실에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왜 이런 거에는 이렇게 소심해 지는지…)

저는 아침잠이 많고, 회사에서 근무할 때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편이서서, 아침에 느지막히 출근을 하고 남들보다 조금 늦게 퇴근을 하거나, 야근을 해야하는 경우 회사에서 늦게까지 작업을 마무리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변호사들, 특히 아이들이 있는 변호사들은 아침 8시, 늦어도 9시에 출근을 하고 6-7시에 퇴근을 해서 집에서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고 아이들을 재운 후, 9-12시 사이에 추가로 근무를 합니다. 저도 장기적으로 체력관리를 하기 위해선 매일 야근을 하는 것보다, 저녁에 퇴근을 한 후 운동도 하고 휴식을 취하고 추가적으로 집에서 편하게 근무하는 것을 시도해 볼만하다는 생각에 home office를 조금씩 갖추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갖추고 싶었던 기기는 컬러 프린터였습니다. 일의 대부분이 문서 에디팅인데, 에디팅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은 전 문서와 현재 문서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이 비교를 위해선 color 표기가 필수이고, 흑백 프린터로는 편집된 부분을 제대로 보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거의 3년 동안 고민에 고민을 하며 프린터를 사지 못한 이유는, 돈이 더 들더라도 레이저젯으로 스캔이 되는 기계를 살 것인지, 그냥 저렴한 잉크젯으로 프린트만 되는 기기를 살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해서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레이저젯으로 스캔이 되는 all-in-one 기기를 사게 되었고, 그 이유는 연차가 올라가면서 스캔을 많이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연차가 올라가면, 프린트된 문서를 연필로 수정하는 일을 많이 하는데, 손으로 수정된 문서를 파일에 적용하는 과정은 아랫연차나 문서담당 부서가 하게 됩니다. 이 경우, 직접 작업된 문서를 전달해 주기 보다는, 이메일로 스캔된 파일을 보내서 수정을 요청하므로, 프린터만큼 스캐너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복사 기능은 많이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지난 반년 동안은 집에서 작업을 할 경우 핸드폰 스캐너로 어찌저찌 해결을 했는데, 간단한 문서 수정에서 이제는 수십장에서 수백장의 문서를 하루 이틀 안에 수정해야 하는 위치에 도달해 보니, 도저히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더 이상 핸드폰 스캐너로 이메일을 보낼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큰맘 먹고 레이저젯 all-in-one을 구매했습니다.

프린터를 고르기 위해 아주 많은 시간을 투자할 여건이 안됐고, 비용절감보다는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중요했으므로 비슷한 제품군 중 조금 비싸 보이는 HP Laserjet Pro 200 Color MFP (m267nw)를 아마존에서 구입했습니다(링크). 사실 HP를 사고 싶어서 샀다기 보다는, 다른 브랜드를 rule out하다보니 HP 밖에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 2006년 로스쿨 입학 당시 캐논 all-in-one을 사서 약 1년 만에 고장이 난 경험이 있는데, a/s를 맡기러 갔더니 고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것이 더 쌀 것이란 얘기를 듣고 기계를 버린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캐논은 신뢰가 안 갔습니다. Epson은 잉크젯은 좋다는 리뷰가 많았지만 레이저젯은 별로 제품이 없어 보였습니다. Brother나 Lexmark는 MBA를 할 당시 왜 이 회사들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지에 대한 케이스 리뷰를 한 바 있어 신뢰가 안갔습니다. 결국,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 중 HP 밖에 남는 것이 없어 HP를 구입했습니다.

참고로 제품이 꽤 무겁습니다. 20-25키로 사이인데, 1층에서 3층까지 들고 올라오는데 고관절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일주일 동안 근육통에 시달렸습니다…

제품 설치 자체는 상당히 쉬웠습니다(scan to email 제외; 아래참조). 저는 원래 기계를 만질 때 메뉴얼을 잘 보지 않는데(쓰기 쉬운 기계는 기본적으로 메뉴얼이란 것 자체가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기능은 메뉴얼이나 인터넷 조사 없이 설치 가능했습니다. 단, 제품과 함께 오는 CD에 저장되어 있는 프린터 드라이버는 이미 outdated 되어 있어, 웹사이트에서 드라이버를 직접 설치해야 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써 본 결과, 제가 일을 할 때 필요한 기능은 모두 갖추고 있어 만족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패드와 아이폰에서 AirPrint를 할 수 있어 신세계를 맞이한 느낌입니다. AirPrint란 동일한 인터넷 네트워크에 연결된 무선 프린터를 이용하여 컴퓨터를 통하지 않고 바로 모바일 기계에서 프린트를 하는 것입니다.

이 프린터에서 셋업은 정말 간단합니다. HP는 대부분 비슷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선 프린터 터치 스크린에서 와이파이 표시를 누릅니다. 그럼 Wireless Menu 옵션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Wireless Setup Wizard를 통해서 네트워크를 선택하고, 비밀번호가 필요한 경우 네트워크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세팅이 끝나게 됩니다.

That’s really it. 셋업이 끝난 후, 아이패드나 아이폰으로 문서를 열고, share, print를 한 후 select printer를 누르면, 네트워크 상의 프린터가 자동적으로 표시됩니다. 프린터를 선택하고 print를 누르시면 문서가 프린트 됩니다. How wonderful is that…

AirPrint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프린터 리스트는 애플에서도 유지하고 있습니다(링크).

이렇게 프린터를 네트워크에 연결해 놓게되면, 당연히 iMac이나 Mac Air 등의 컴퓨터로도 따로 케이블 연결 없이 프린트를 할 수 있습니다.

위의 셋업은 정말 쉬웠던 반면, 스캐너를 셋업하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컴퓨터와 케이블로 연결이 되어 있을 경우, HP Scan application을 이용해 바로 컴퓨터로 스캔을 하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었지만, 케이블 연결을 하지 않고 Scan to Email 기능을 사용해 이메일로 스캔파일을 보내고 싶었는데, 이 세팅은 프린터만에서 마무리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봐야 했습니다.

프린터에서 Scan to Email 세팅을 마무리 할 수 없는 이유는, 받는 이메일을 셋업하는 건 쉽지만, 보내는 이메일을 셋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메일이란 것이, 받는 사람이 있으면 보내는 사람이 있어야 하듯, Scan to Email도 프린터가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메일 주소에서 또 하나의 이메일(동일한 이메일도 물론 가능)로 문서를 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프린터에서는 이 보내는 이메일을 셋업할 수가 없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결과, 다음 HP 웹사이트가 가장 도움이 됐습니다(링크). 제 경우, 맥을 사용하고 있어서 그냥 프린터 IP를 통해 브라우저로 바로 세팅을 했습니다. 세팅을 할 때에는 기본적으로 보내는 이메일 주소의 서버와 port가 필요한데, Gmail의 경우 서버는 smtp.gmail.com이며, port는 465입니다.

이메일을 셋업 한 후에도 스캔되는 문서의 기본 세팅을 해야하는데(예: 종이 사이즈, 화상도 등), default setting 또한 컴퓨터에서만 바꿀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Email Option tab에서 바꾸시면 됩니다.

셋업을 한 후 Scan to Email을 해 본 결과, 케이블을 통해 컴퓨터에서 스캔하는 것보다는 속도가 꽤 느립니다. 보아하니, 서버에 연결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막상 스캔을 하면 이메일 전송 자체는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

약간의 불만이라면 프린트나 스캔을 취소하면, 프린터의 터치 스크린이 반응을 멈추는 현상이 종종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프린터를 껐다가 다시 켜야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불편합니다. 또한, 컬러 레이저젯은 정품을 사용할 경우 토너가 비싼 편이어서 부담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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