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1984 – 두려움

한국 나이로 26살에 의사가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어깨에 꽤나 힘이 들어갔던 걸 생각하면 매우 창피합니다. (하지만 환자.보호자.간호사들이 어린 의사들을 무시하는 건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respect and professionalism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어리게 보이지만 26살에는 정말 어렸으니 의사 생활을 마무리 하던 29대 중반에도 “진짜 의사 맞아요?”란 얘기를 많이 들었었고 조금은 상처를 입었더랬습니다. 그래도 나름 1차 진료는 자신있었는데…

의료법과 정책 공부를 시작한지 어언 12년이 되어가지만 여느때 보다 두려움이 큽니다. 세상에는 저보다 똑똑한 사람들도 너무 많고 경험이 많은 사람들도 너무 많습니다. 작은 우물에서 동동 떠다니다가 커다란 바다 한가운데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매일 듭니다.

지난 주 마음의 평정심을 찾기 위해 퇴근 후 읽을 책을 찾다가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었습니다. 어렸을 때 영어 수업을 위해 읽었던 것 같긴 한데 메멘토 마냥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 새로웠습니다. 어쩌면 20-25년의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읽어서 더욱 더 새로웠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1984는 마음의 평정심을 얻기 위해 읽을 책은 아닙니다. 정치적 억압과 권력이란 주제를 매우 비관적으로 표현한 책이니까요. 하지만 현재 전 세계의 정치상황과 책의 세계를 비교하면서 큰 재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 이동의 자유, 더 나아가 삶의 자유 등을 정치적으로 억압 당하는 다양한 지구상의 사회들을 보도하는 뉴스와 책을 번갈아 읽으면 순간 순간 어떤 것이 책인지 어떤 것이 현실의 신문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입니다.

하지만 저를 생각하게 만든 부분은 권력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소설에서 절대 권력을 지닌 정당을 대표하는 당원인 오브라이언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과거 권력들이 무너진 이유는 자신들의 권력 (power)을 타인, 또는 사회를 위해 쓰려고 한다는 착각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를 위해 권력을 가지고 있고 지킬 것이다.

처음에는 “정말 악한 캐릭터들이군!”이란 생각을 했지만… 책을 덮고 침대에 누워 생각을 해 보니… 정말 가슴의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저도 저를 위해 힘을 쌓으려고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의료시스템을 이해하고 의료시스템을 발전 시키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제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인지 제가 알지 못하는 다수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겉으로는 “사회를 위한 거야!”라고 말하고 싶지만… If I look deep into myself, 결국 제 욕망을 충족 시키기 위한 것이 더 강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욕망이 결국 꿈 또는 삶의 목표가 되어 저를 이끄는 것이었고 꿈을 이루기 위해선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비겠다는 제 정신 상태를 봤을 때 결국 오브라이언과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결론에서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아직 아는 것도 부족하고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세삼 eye opening 한 책을 읽어 오랫동안 여운이 남을 것 같습니다. 우울한 책이긴 하지만 정치인, 공무원, 사회지도층 분들이 꼭 읽으셨으면 좋을 법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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