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주장하기

날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내 성격상 흑과 백, 옳고 그름이 명확하고 포커 페이스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나이가 되도록 항상 바닥에서부터 일을 시작한 관계로, 또 나름 동양의 위아래가 확실한 사회적 통념에 익숙해 있는 관계로 대부분의 사회생활에 있어 가능한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을 하고 싫어도 싫다는 소리는 하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하지막 이 욱하는 성격 때문에 이건 아니다 싶으면 꼭 한마디씩 말은 하고 넘어간 것 같긴 하다.  한국에서 인턴을 하면서 교수님이 워낙 예뻐해 주셔서 한 펠로 선생님의 눈엣가시였던 적이 있었다.  교수님서 허락해 주셔서 달랑 1달 로테이션을 도는 주제에 대구였는지 대전이었던지 학회를 쫓아 갔던 적이 있었다.  물론 펠로 선생님은 이를 매우 못마땅히 여기셨다.  학회 뒷풀이에서 펠로 선생님이 한참 술을 드시더니 날 보면서 내일 올라갈 차의 자리가 부족하니 넌 버스를 타고 올라오라 했다.  분명 자리가 있었다.  분명 날 고생시키려 함이 분명했다.  그래서 선생님이나 버스 타고 가시라고 했다. 

말턴 때 응급실을 돌면서 r/o acute stroke 환자가 들어왔는데 VIP라며 내과 교수님이 데려와 손을 꼬옥 잡아 주시고 대화를 나누신 후 청진을 시작하셨다.  참다 못한 내가 교수님을 냅다 옆으로 밀어내고 신경과적 검사를 한 후 CT 오더 내리고 바로 신경과를 불렀다.  급한 불을 끄고 교수님이 응급실 밖으로 날 불렀다.  눈빛을 보아하니.  이걸 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심하시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생각했다.  차라리 때려라.  나중에 응급의학과 선생님들이 남자였음 분명 맞았을 거라 했다.  워낙 레지던트 때리기로 유명하신 교수님이셨다. 

미국에 와서는 별로 큰 사고를 친 것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 또 내가 날카로워 지는 것 같다.  한국인으로 기본적으로 내 윗사람이면 우선은 모셔준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고 아는 것은 없으면서 윗사람이란 이유로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 같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양보란 없다. 

한국에 비해 미국이란 환경이 일을 하기 쉽다고 인식되는 경우가 있는데, 내 3년간의 경험상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무능한 윗사람도 당연히 있고, 나이가 차면 승진하는 경우도 많고, 남자라고 여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경우도 있다.  직원들이 상사들을 평가하기 하지만 정말 큰 문제가 아닐경우 실제적으로 반영되는 경우도 많이 없는 것 같다.  또 직장이 마음에 안 들지만 꾹 참고 견디는 사람들도 꽤 많다. 

지금 같이 일하는 상사 중 내가 한 일을 꼭 자기가 한 일인 마냥 credit을 가져가는 사람이 있어서 오늘 해 줄 일은 다 해주고 말했다.  내가 널 위해 뒷배경에서 일하는 건 괜찮은데, 네가 날 제대로 인정 안 해 줘서 사람들이 왜 더 이상 내가 그 프로젝트를 안 하냐고 물어보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속이 시원했다. 

한국처럼 억지로 술 먹이고 상사가 소리지르고 할 일 다 했는데 집에 못 가는 일은 없어도 미국 회사들에서도 다른 건 다 존재하는 것 같다.  내가 당당히 내 권리를 주장했을 때 어떻게 되는 지는 두고 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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