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의료개혁을 위해

저는 한국의과대학을 졸업한 한국의사로, 현재는 미국변호사로 보스턴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변호사가 되기로 결정한 이유는 한국의 의료정책은 큰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14년 동안, 다양한 의료시스템을 공부해 왔고, 현재는 바이오 산업을 배우기 위해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 스타트업 바이오 회사를 대리는 세계 유수의 글로벌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어저께 제가 휴가지에서 잠들기 전 끄적인 글이 페이스북에서 반응이 있음을 확인했고, 그 중 한 분께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올려달라고 하신 부탁을 받아들여, 한국의료시스템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의견을 써 볼까 합니다. 충분히 반대의견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반대의견은 존중하나, 이 블로그는 제가 11년 이상 운영해 온 개인적인 공간이므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실 것을 부탁 드립니다.

 

한 분께서 물으셨습니다.

 

그럼 당신이 원하는 해결책이 무엇이냐.

 

때마침 의료계에서는 매우 존경받는 저널 중 하나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저뿐만 아니라 의료정책자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의료 시스템에 대한 논문이 나와 링크해 드립니다.

 

링크 (http://www.nejm.org/doi/full/10.1056/NEJMp1406033)

 

이 그림이 모든 의료정책자들이 꿈꾸는, 한국의 국민들도 꿈꿔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NEJM

(클릭하시면 더 깔끔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NEJM: http://www.nejm.org/doi/full/10.1056/NEJMp1406033

Note to NEJM: The fundamental focus of this post is educational in nature for the general Korean audience interested in the overall health care system.

 

이미지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의과대학교 본과 2학년이었을 때 김치전을 먹던 중 갑자기 왼쪽 턱이 부어 올랐습니다. 흡사 혹이 달린 것 같았습니다. 의과대학생이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진료를 받아야 할 지 매우 난감했습니다.

동네 이비인후과를 갔더니 엑스레이를 한 장 찍어 주시고 침샘에 돌이 있으니 큰 병원에 가서 “알아서” 수술을 받으라고 하시더군요.

 

그것이 끝이었습니다.

신촌 한복판에서 혹을 달고 어리둥절 서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이 모습은 한국 일반 국민들이 겪는 모습 아닌가요?

“암이 의심되시네요. 큰 병원에 가보세요.”

왜 의사가 큰 병원을 연결해 주지 않는 것인가요?

왜 의료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환자가 암일지도 모른다는 충격을 받은 채로 알아서 병원을 찾고 의사를 찾아서 큰 병을 해결해야 하는 것인가요?

제 경우 미국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의 지인들로부터 의사를 연결해 달라는 연락을 받습니다.

의사 친구 한 명 없는 일반인들은 도대체 지금의 이 시스템을 어떻게 헤쳐 나아가 진료를 받으라는 말인가요?

제 경우 결국에는 제 의과대학 동기의 도움으로 세브란스 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님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드려 진료를 받아 무사히 간단한 수술을 마치고 완치가 되었지만, 이러한 동기가 없는 일반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진료를 받으라는 것인지요?

그래서 티비나 신문에서 “명의”들이라고 기사가 나오긴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그들이 명의인지요?

하지만 이것은 의사들 개개인의 잘못이 아님을 말씀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의사집단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시스템 개선에 힘쓰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 열심히 시스템 개선에 참여해야 하고, 그래서 저도 이렇게 블로그 글도 쓰고 일반인들에게 한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이야기 해 드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스템은 국가가 운영하는 것이지, 의사, 병원들만이 노력한다고 개선되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한국 국민이 제대로 된 의료의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한 것은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정치인과 정부의 부족함도 한몫을 합니다.

그리고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개혁을 요구하기 위해선 의료 소비자인 국민 개개인이 제대로 된, 이상적인 의료체계란 무엇인지를 먼저 알고 당당히 요구해야 합니다. 이는 국민의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NEJM의 이미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미지를 보시면, 가운데에는 PCP와 환자가 있습니다. PCP primary care physician으로 1차 진료의사를 말합니다.

한국에는 정말 많은 1차 진료의사가 존재합니다. 흔히 말하는 동네병원 의사들이 다 1차 진료 의사들입니다.

일반인들은 이들은 감기나 몸살, 두통과 같은 자잘한 질환을 보는 의사들로 생각하시지만, 이들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대부분 4-7년간 대형병원에서 수련을 마친 전문의사들입니다. 이들은 한국의 중환자들을 다년간 치료한 장본인들이고, 세계적으로 비교했을 때 정말 훌륭한 수련을 받은 의료진들입니다. 이들은 동네병원에서 감기환자를 보고 영양제 주사만 놔주고 있을만한 의료진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대부분의 의사들을 이렇게 자잘한 병을 보게 하는 의사들로 전락시키고, 동시에 중환을 봐야 하는 의사는 부족한 시스템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환자들, 국민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추적60분에서 일부 보여진 부분이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보신 일반인들께서도 경악하셨겠지만, 의사들또한 현재의 한국 의료 시스템을 너무나도 혐오하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못 벌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직업에 대한 불만족도가 높아서이기도 합니다. 의사들의 주장은 돈을 더 벌고 싶다가 아닙니다. 의사들의 주장은 자본주의 사회인만큼 일한만큼 보상을 해주되, 의사의 양심을 어기지 않고 환자들에게 최상의 의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돈을 얼마나 더 벌어야 불만을 안 갖겠느냐고는 말씀하지 말아 주세요. 지금 이슈는 의사들이 돈을 더 벌겠다가 아니라, 의사들이 환자들을 위해 더 나은 환경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해 보고 싶다가 맞습니다.

 

다시 이미지로 돌아가보면, 이 논문에서는 80일 동안 PCP가 자신의 암환자가 치료받은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암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80일 동안 총 12명의 의료진이 함께 환자치료를 했고, 1차 진료의의 경우 32번의 이메일과 8번의 통화를 통해 다른 의료진과 자신의 환자에 대한 상의를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1차 진료의는 자신의 환자와 환자의 아내와도 12번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환자의 경우 80일 동안 5번의 수술/시술을 받았고 11번의 외래진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1차 진료의사는 환자와 환자가족의 안내자였습니다. 즉, 1차 진료의사가 “주치의”로 책임을 지고 환자가 암수술을 하고 회복하는 과정까지 책임을 졌을 뿐만 아니라, 완치 후 환자가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지속적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의 동네의원 의사들은 이러한 역할을 하고도 남을 의료진들입니다. 대학병원에서 수년간 수련을 받아왔고, 대학병원의 환경을 너무나도 잘 아는 의사들입니다. 이들에게 이렇게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1차진료 의사들은 너무나도 행복하고 감사하게 환자 진료를 할 것입니다.

암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동네병원을 내원할 경우, 대형병원에 진료의뢰를 하고, 환자의 진료상황을 체크하고, 환자가 대형병원에서 궁금해 하는 사항을 대형병원 의사와 1차 진료의사 모두 답해 주고, 대형병원에서의 진료가 마무리되면 다시 환자의 집에서 가까운, 자신이 평소 진료받던 주치의에게 돌아오는 시스템을 상상해 보세요. 현재 한국의 의사들은 한국환자들에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도 남을 실력과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현재 이렇게 진료를 하고 있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무도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이러한 안내자 역할을 해도 인정을 받지도, 수가를 지불받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돈이나 받을 생각을 하다니!

라는 말씀은 하지 말아 주세요. 이미 여러번 이야기 했지만, 모든 체계는 재원을 바탕으로 돌아갑니다. 인센티브가 있어야 그 행위를 하게 되고, 페널티가 있어야 그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시스템의 기본이고, 자본주의의 기본입니다.

한국의 현재 의료 시스템의 위와 같은 연계적 시스템을 전혀 서포트하지 않습니다.

 

그럼 왜 한국은 이런 시스템이 현재 구축되어 있지 않을까요?

왜 도리어 한국 환자들은 의사를 볼 때 시간이 부족해 물어보고 싶은 내용도 다 물어보지도 못하고 쫓겨 나오듯 진료실을 빠져 나와야 하는 것일까요?

 

 

우선 각 국가의 의료 시스템은 서로 매우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발전해 온 부분이 다르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의료 시스템은 의료 이외의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동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한국의 의료 시스템과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매우 다릅니다. 그리고 비록 제가 지금 미국 변호사이지만, 저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한국에 맞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한국에 맞는 의료시스템을 개발하여야 합니다

아무리 각 국가의 의료시스템이 달라도, 기본적인 틀은 비슷합니다.

계속 드리는 말씀이지만, 모든 시스템은 재원을 바탕으로 흘러 갑니다.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재원, 즉 돈, budget을 바탕으로 시스템이 운영됩니다. 이는 한집안이 가계부를 쓰는 것과 동일합니다. 버는만큼 써야 하는 것이 기본이고, 어디서 벌어서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입니다.

즉, 의료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므로 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불결하다는 식의 논리는 통하지 않습니다. 돈이 없으면 시스템은 굴러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의료 시스템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돈의 흐름을 논의해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 의료 시스템의 재원 대부분은 국민건강보험과 개개인의 돈에서 충당됩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의 재원은 국민의 세금과 직장인들의 경우 직장에서 충당되는 것이므로, 결국 한국 의료 시스템의 재원은 국민 개개인이 충당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국 국민은 제대로 된, 이상적인 의료 시스템을 국가에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아래에 차차 설명해 드리겠지만, 현재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후진국 수준입니다. 한국 정부에서는 한국 의료보험 시스템이 막상 선진국 수준의 최상의 시스템인 마냥 홍보를 하지만, 그 어떤 선진국도 한국의 시스템을 모방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현재 시스템은 의료 시스템이 전무한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정도에 적합한 수준의 의료 시스템입니다. 반대로, 한국의료진의 의료수준은 세계적 수준입니다. 한국의료진들의 논문업적이나, 실제로 어려운 술기를 행하는 수준은 웬만한 선진국 의사들에게 뒤쳐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시스템의 후진성으로 의사들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한국 국민들이 엄청난 의료 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훌륭한 의료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국민들은 정부에게 의료 개혁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재원의 흐름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만약 암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하셨을 경우, 병원에서는 입원비 등으로 환자에게 치료비를 낼 것을 요구합니다. 전문용어로 이를 개인부담비 또는 out of pocket cost라고 합니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병원에서는 공단에서 보험료 또한 받을 수 있습니다.

즉, 의사와 병원들은 결국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댓가로 서비스를 받는 개인에게 치료비의 일부를, 그리고 국민건강보험에서 보험료 일부를 받는 것이 한국의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정치인들이 이야기하는 4대질환 무상의료 같은 것들이 진짜 말이 되기나 하는 것일까요?

절대 아닙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무상의료란, 치료를 받는 개인이 치료비를 지불하지 않되, 국민건강보험에서는 보험료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료는 개인과 직장의 세금에서 거둬 들이는 돈입니다.

그렇다면 “무상”의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국민개개인이 의료에 대한 비용을 간접적으로 지불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무상”의 뜻을 곧이 곧대로 받아 들여 개인부담을 없애는 취지에서 무상의료라고 생각해 봅시다.

병원에서는 기본 개인부담비 20원, 보험료 80원을 받던 서비스를 이제 달랑 80원만 받게 됐습니다.

식당을 운영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받던 비용의 20%가 깎였다면 음식의 양이 20%가 줄던지, 식재료가 20% 안 좋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니 사람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이 돈이나 더 받겠다고 사람 목숨 갖고 장난질이야!라고 말씀하지 말아 주세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원의 흐름을 관할하는 정부에서 재원의 흐름을 바꾸게 되면, 의료의 서비스가 바뀌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이는 의사나 병원이 아닌 정부에 대해 국민 개개인이 언성을 높이셔야 할 일이지, 의사들과 병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부분이 아닙니다.

재원이 한정되어 있지 않다면, 한 가정에서 벌어들이는 월급이 무한정이라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마음대로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입고 싶은 것도 입고, 보고 싶은 것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재원은 한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국민은 자신의 소득의 특정부분 이상을 보험료로 지불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한정된 재원을 갖고 최대한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재원이 매우 많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시스템은 낭비에 대한 페널티를 주지 않고 있고 오히려 낭비를 통해 국민들에게 선심쓰듯 의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작은선심들이 국민에게는 결국 더욱 더 큰 해로 다가 오고 있습니다.

이유는 이러합니다.

 

일반인들이 흔히 병원을 찾아가는 감기.

 

이 전에 비해 항생제 사용이 많이 줄기는 했다고 하지만, 감기에 걸렸다고 항생제 처방을 위해 병원을 찾는 일은 의료재원 낭비입니다.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이고, 항생제는 세균치료제입니다. 물론 감기가 악화되거나, 사실상 감기가 아니라 세균성 폐렴감염 등일 경우 항생제 처방이 필요해 병원을 내원해야 하지만, 한국의 경우 3천원이면 전문의 진료를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1차 진료의사들을 너무 함부로 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너나 나나 필요할 때마다 전문의사들에게 진료를 받는 것은 좋지만, 결국 우리 모두가 한정된 의료재원을 사용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는 감기몸살, 링거(영양제 — 그냥 물 드세요), 술병, 배앓이, 열, 두통 등으로 병원과 특히 응급실을 내원하는 경우가 특히 그렇습니다. 참고로, 응급실은 실제로 중환과 같은 응급한 환자를 위한 공간이지, 술병으로 배아프신 분들이 영양제를 맞으러 오시는 공간이 아닙니다. 열이 난다면 해열제를 드시고 아침에 동네병원에 가셔야지, 이 또한 바쁜 응급실에 내원하셔서 당장 진료를 요구하셔야 할 일도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이 의료재원을 낭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계속 이야기하지만 재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재원은 한정되어 있고, 현재 재원의 많은 부분이 낭비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중증질환을 앓을 경우 비싼 치료비 전액을 국가에서 모두 보험료로 지불해 줄 재원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정말 심각한 병에 걸리면 상당 부분을 자신의 돈으로, 즉 개인부담비로 치료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피하기 위해 수많은 종류의 사보험(암보험, 중풍보험 등)이 판을 치고 있고, 한국 국민들은 민간보험은 반대하면서도 사실상 수많은 민간보험에 이미 가입되어 있는 기이한 형태에 구조를 갖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의료체계는 반대여야 합니다.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는 개개인이 필요에 따라 자신의 돈으로 서비스를 받고, 정말 중한 질환일 경우에는 국가에서 의료재원을 통해 최대한 커버해 주는 것이 국가 안정망입니다. 암에 걸려서, 중풍에 걸려서 직장을 잃고 가정에 큰 재정적 부담이 가는 상황에서 빚을 내고, 집을 팔아야 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이 때야 말로 국가보험이 치고 들어와 국민을 보호해 줘야 하고 그것이야 말로 선진 의료 체계입니다. 또한, 아픈데 알아서 병원을 찾고 의사를 골라서 진료를 받는 것도 말이 안됩니다. 제대로 된 의료체계라면 중증환자들이 최대한 고민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진료를 재정적 부담없이 받을 수 있도록 구축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은 이러한 사회안전망과 제대로 된 의료체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아, 그리고 야간에, 주말에 대형병원에 전문의사가 없다는 사실 또한 추적60분에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원으로 생각해 보세요.
재원이 충분하다면, 야간과 주말에도 전문의를 배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현재 대형병원의 의료진은 자신들의 다리가 찢어질 대로 찢어질만큼 일도 하고 연구도 하고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즉, 그들에게 추가적으로 주말과 야간근무를 강요하기엔 너무 비인간적인 것이 현실입니다. 아무리 사명감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도 인간이고, 이들에게도 자식이 있고, 이들에게도 가족이 있다는 점은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는 지금 의사들에게 돈을 조금 더 준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이들 또한 돈을 더 준다고 추가로 근무할 생각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현재 대형병원들은 단순히 말해서 인력이 부족합니다. 현재 대형병원들에게 주어지는 재원 하에서 짜고 짜고 짜내어 돌아고 있는 것이 현재이고, 이들에게는 더 이상 짜낼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형병원이 추가인력을 고용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대형병원들은 더 작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국민들에게 묻습니다.

왜 대형병원을 찾으시나요?

왜 당뇨로, 고혈압으로, 알러지로, 이미 오래 전 앓은 질환들 때문에 대학병원을 찾으시나요?

실제로 1차 진료의사들이나, 한국에서는 이제 망해가는 2차급 병원들은 현재 대형병원에서 진료하고 있는 간단한 질환들은 충분히 관리하고도 남는 질환들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들도 실력이 충분한 의사들입니다.

그런데 왜 굳이 대형병원을 선호하시나요?

다시 NEJM 이미지로 돌아겠습니다.

암치료를 받은 환자는 80일간의 치료여정 후 다시 1차 진료의사에게 돌아왔고, 이후 다시 암이 재발하지 않는 이상 1차 진료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것입니다.

즉, 대형병원에서 몇년씩 외래를 볼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대형병원의 쏠림현상도 의료재원의 낭비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고 여쭤보실 것입니다.

 

의료정책 전문가들은  이미 좋은의료체계, 국민들에게 가장 최적의 의료체계가 어떠한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자 한 명 한 명이 국가제도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의사, 환자/국민, 정부, 정치인이 모두 힘을 합쳐 의료개혁을 해야 합니다.

의사들은 조금 더 낮은 곳에서, 조금 더 환자와 가까이 의사소통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의사들이 요구하는 것이 단순히 돈이 아닌, 더 나은 의료환경과 의료체계라는 점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의료소비 패턴을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의 한국 의료체계가 후진국 형태라는 것을 인식하고, 무상의료가 아닌(다시 말씀드리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무상은 무상이 아닙니다), 제대로 된 의료 시스템 하에서 국민 개개인이 아플 때 최대한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를 요구하셔야 합니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국민이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움직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정부와 정치인들은 선심쓰기 식의 후진국 의료체계에서 벗어나 실제 한국의 경제수준에 맞는 선진국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합니다. 무조건 미국을 따라 하려고 하거나, 수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방식만을 고수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재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국민들에게 가장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을지 고민 또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11 thoughts on “한국의 의료개혁을 위해

  1. Hoyoung

    Great posting! Agree 100% that usual well controlled HTN DM resolved strok should go back to community service and Teaching hospitals should focus on innovative Tx, research and teaching next generation professionals. Thank you!

    Reply
  2. 고영민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진 한국. 정상적인 전달 시스템이 무너지니, 오히려 의사들끼리 영역과 밥그릇 다툼이 심해지고 있죠. 서로가 동료를 비방하는 비정상적인 시스템이 되고 있는거죠…

    Reply
  3. PiacereIna

    길게 써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의료 개혁이라는 화두가 여러가지 다른 용어(http://blog.hani.co.kr/armdaun/54900)들을 중심으로 많은 논쟁이 오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글을 게재 하신 것이 흥미롭습니다. 의료인 각자 뿐 아니라 정치계, 사회운동계에 계시는 분들이 보는 관점과 결을 달리하는 예지를 주시는 것도 그렇고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려고 글을 남기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사회과학 박사과정생이며, 의료와 환자의 경험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고, 마침 한국의 암환자 의료진, 보건의료 사회운동가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필자가 말하시는 것처럼 개인적인 경험도 그 안에 패턴이 있고 그 패턴도 많은 변화를 겪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2013년 제가 보고 들은 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의를 다시 짚어봤고, 이 글에서 잊혀진 부분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예로 들으신 논문에서 핵심은 한 의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얼만큼의 의사소통, 정보 전달을 하느냐입니다. 필자가 재원의 문제가 의사들의 관습, 혹은 습관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저는 모든 의사들의 의사소통을 하고자하는 의지가 얼마나 높으냐가 이 모델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주기 때문에 일하는 것과 자신이 얼마나 많은 정보전달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일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의사소통의 목적(환자를 잘 치료, 치유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잘 숙지하고, 그에 합당한 윤리적 지침을 잘 지키는 개인의 양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도 이미 대형 병원에는 윤리 위원회가 있습니다. 의대와 의료 윤리 학회 등이 이러한 윤리적 지침이 세워져 있나, 현재 일선에서 일하시는 의료인들의 의사소통의 내용, 효과성 등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편으로 환자가 의사와 의사소통을 할 때, 얼마나 의사소통의 장벽을 느끼고 있는지도 문제입니다. 환자들이 의료지식을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사들이 환자들이 원하는 만큼 지식을 전달하지 못하는 이 두 현실이 상당히 혼재되어 있습니다. 무엇이 이들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드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필자가 언급하신 것처럼 환자들이 의사들을 돈 버는 기계처럼 생각하여 불신하고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기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 오해를 풀 방법, 그리고 그 오해를 넘어서 환자 각자가 가장 나은 치료 환경을 스스로 그려나가고 제안할 수 있도록 독려할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지요.

    두 번째. 저는 의사들이 큰 병원을 연결해주지 않는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각각의 상황에서 의사들이, 또 환자들이 다양하게 정보 수집 활동을 하고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의사 친구가 있는 사람은 그 친구가 갖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고자 할 뿐입니다. 친구의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더 진솔하고 광범위하게 정보를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실제로 많은 의사분들이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도움을 줍니다. 일종의 편애라고 할까요? 의사 친구가 없는 환자들은 그들의 의사에게, 혹은 무명의 누군가에게 정보를 구하겠지요. (이런 과정에서 환자 혼자 해결해야 되는 많은 것이 있음에 동의합니다)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개인 상호 관계, 특히 우정이나 사랑, 즉 시간과 재화를 나누는 폭에 따라 달라지는 신뢰의 양이 있기 때문에, 나를 알지 못하는 의사에게 다 말하지 못하고, 그들의 말을 다 믿지 못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환자들이 의료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에도 동의하지 못합니다. 환자들은 다른 방식으로, 특히 자기가 ‘시스템’ 내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들이 흘려준 정보, 혹은 인터넷에서 대기실에 만났던 사람들과의 얘기를 통해 ‘시스템’을 이해합니다. 그들이 다시 생산하는 정보는 의료 전문가들의 언어와 다를 수 있을 뿐입니다.

    세 번째, 명의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티비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지는 않습니다만, 각각의 전공에 따라 혹은 일년 환자 수, 혹은 수술 건수 등과 같은 일반적이라고 이해되는 기준에 따라, 때로는 의사 자신의 의지, 즉 의학 과학 정보를 전달하는데 관심과 열의가 있는 대변인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가 아닌가에 따라 정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오히려 언론 매체에서 보는 명의들이 자신을 볼 의사라고 선망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를 묻고 싶습니다. 필자가 주장하시듯, 1차기관에서 일하시는 의사들의 능력을 신뢰할 수 있도록 그에 대한 과학적, 혹은 사회적 재평가 담론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기존의 정책 색을 지키는 기관들부터 대안적인 방법으로 의료를 보급하려는 기관까지 정말 다양한 형태의 실천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것이 개인 대 개인의 관계, 개인의 정치색 혹은 경제적 자원의 한계가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결정하는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환자를 무지하고 아픈 사람, 누군가가 맡아서 돌봐줘야 한다는 패터널리스틱한 치료모델에 갇혀서 볼 수 없는 시대가 이미 왔습니다. 개인의 기호와 취향에 따라, 또 몸과 건강과 관련해 정치적인, 또한 일상적인 담론과의 접촉에 따라 어떤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것이고 그것에 대해 만족할 것인지가 달라집니다. 이런 측면에서 의사소통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의료인들과 정부가 함께 추구하여야 할 목표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서, 필자께서 짚지 않으신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의료 분쟁의 주요 핵심은 의료서비스 제공, 즉 환자와 의료진 관계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기관 운영과 기타 사업의 자율화, 규제 완화의 문제라는 것을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예로 기사 하나 링크해드립니다. http://www.rapportian.com/n_news/news/view.html?no=18967#none) 한국의 시스템이 낭비에 대한 언급을 하셨는데 어디에서 어떻게 그런 낭비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예로 항생제 얘기를 들으셨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아플 때 어떻게 대다수의 환자들이 해결책을 찾는지를 만 각 개인마다 질병을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응급실을 찾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부분의 한국 분들이 감기로, 혹은 사소한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의 수를 너무 크게 잡아 얘기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 의료 제도 안에서 1차의원을 통하지 않고는 2,3차 의료 기관에 가는 경우 병원비가 비싸지기 때문에, 그만큼 이용을 덜 할 것 같다는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암환자들이 암이 아닌 다른 징후와 증상 때문에 항상 자기가 수술한 병원, 3차병원에 가야 한다(갈때까지 기다려야 된다)는 것은 아직 제도상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 (예로 들어주신 1차기관의 주치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매우 효과적일 수 있는 측면입니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한정된 재원을 낭비하는 한 예를 들어보시려고 했고, 일종의 환자의 의료기관 교육을 위해 이런 예를 든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질병을 겪는 개인이, 사소한 질병이다 아니다를 판단하고, 그에 맞는 조처를 자기 스스로 가진 기준을 바탕으로 찾는것에 대해 비판을 하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또, 다른 몸의 이상 증후에 대해서도 1차 병원에 가서 약을 타는 것이 아니라, 의사와 하는 상담 자체가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담을 원하는 환자가 의사를 만날 수 없도록 질병, 즉 병리학적, 생물학적인 특정 사건을 기준으로 하여 의료 서비스에 접근권을 준다는 것은 불평등한 의료 접근권을 양산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의사가 제도상의 약점(제약회사가 필요가 없을 때에도 약을 팔도록 회유한다던가) 난점(재정적자의 우려로 약을 처방해야 한다던가)을 이유로 환자에게 약을 처방해 오던 것이 나아지고 있다면, 이제는, 약을 처방하지 않고도, 자가 증상 인식을 갖고 병원에 찾아와 상담만을 요구할 때, 그 상담 서비스를 어떻게 수가화 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것이 더 나은 방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시고 있는 바를 글에서 다 표현하지 못하셨을 수도 있지만, 한국은 현재 4대 중증 질환 (암, 심장병, 뇌질환, 희귀병)을 선정하여 그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95퍼센트까지 급여적용되는 치료제, 보조 치료 등을 지원해 줍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가보시면 여러가지 자료가 있지요 그 예로 새로이 시작되는 3대 비급여 경감에 대한 내용입니다 http://www.mw.go.kr/upload/content_data/2013/non_payment01.html) 지금으로서는 그 제도들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고, 어디서 무엇이 누구에 의해서 낭비되는지 알기가 어렵고 이에 대한 다학제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대 중증질환 이외에 어떤 질환들이 중증질환으로 인정이 되어야 하는데 되지 않고 있는지를 논의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현 정부의 정책 설정 방향입니다. 정부가 수많은 방식으로 산업화 선진화를 선전해왔고, 이것이 분배보다 성장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전형적이고 고리타분하기까지한 경제 성장 구조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오(테크놀로지) 영역에서 일하고 계시기 때문에 이 부분에 매우 민감하게 대응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발전이 마치 보건의료서비스의 발전과 동의한 것처럼 말하는 정부의 시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위의 기사를 예로 들어 인용하겠습니다.
    보건복지부의 행정 업무 중심에 놓인 키워드는 ‘해외환자 유치’와 ‘의료관광’ ‘해외진출과 수출’, 그리고 ‘투자활성화’이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키워드를 넣고 최근 2년간 쏟어낸 보도자료를 검색해봤다. 검색결과 목록엔 ▲지자체별 해외환자유치 특화상품 개발 지원 ▲한국의료 해외진출 총력체제 구축 ▲병원 해외진출 전문인력 양성 본격화 ▲복합의료타운 조성 통한 의료관광 활성화 모색 ▲의료시스템 수출, 창조경제의 핵심 엔진 ▲의료법인 해외진출 안내서 배포 ▲보건의료 투자활성화대책 실행계획 신속히 마련… (중략)
    이런 정책 기조들에 따라 재원이 흘러갈 것으로 많은 분들이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 기조에 따라서, 정말, ‘시스템’이 바뀌면, 환자들의 out of pocket 비용이 늘어날까요 안 늘어날까요? 이에 대한 답을 주실 수 있는 분 중에 한 분이라고 생각되어 질문을 드려봅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다른 어떤 직업보다도 고귀하고 어렵고 중요한 직업입니다. 환자들을 잘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이 일하고 있는 시스템이 어떤 구조로 갖고 있는지까지, 그 안에서 환자를 보는 업무만을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또 윤리적이고 양심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하는 책임감까지 지고 있어야 합니다. 엄청난 무게를 갖고 있는 직업이지만 점점 의사들이 그 모든 책임을 다하시기엔 버거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사분들에게만 이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한국 의료 시스템에서 중심에 놓여있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이 누구를 통해 어떤 실천을 이루어내는지, 이와 동시에, 그 누군가들이 진짜로 구현하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를 더 활발히 하고, 정부가 주체가 되는 의료가 산업이 아닌, 아픈 이들에 대한 치유로 되살려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Reply
    1. 정영수

      결국엔 의사들이 알아서 하라는 내용이네요. 부족한 돈은 양심으로 떼우고, 불합리한 의료 체계는 의사들이 알아서 고치셔야 한다는 내용인데, 실제 의료 현장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의사들의 희생을 전혀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의사 일주일만 시켜도 도망갈 겁니다.
      돈도 벌어보신적이 없어서 모르시나본데, 돈 벌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의료보험으로 지출하는 돈이 상당합니다. 제키님의 말씀대로 합리적으로, 보건복지부의 낭비 없이(개인적으로 놀고먹는 공무원의 월급은 정말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의료 체계가 갖춰진다면 의료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 같습니다. 해외 환자 유치할 필요도 없습니다.

      Reply
      1. Piacereina

        @정영수님, 답글을 제 답글에 다셨는데, 제키님에게 하시는 말씀인지, 저한테 남기신 글인지 모르겠네요. 제게 남기신 답글이시라면, 제가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네요. “불합리한 의료 체계를 의사들이 알아서 고쳐야 한다” 는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 길게 글을 쓴 건 아닙니다. 마지막 문단에 저는 오히려 “엄청난 무게를 갖고 있는 직업이지만 점점 의사들이 그 모든 책임을 다하시기엔 버거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썼고, 오히려 의사 선생님들의 짐을 내려놓는데 도움을 드리고 싶기 때문에 답글을 달게 되었습니다.

        의료 개혁을 논하기 위해서 국가가 지켜야 하는 기본 원칙을 다시 읽을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의료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세워졌는지,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환자들이 경제적 지위에 상관없이 유능한 치료진과 효과적인 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게 할 목적으로 세워졌는지, 보는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키님이 남기신 글에 반대 글을 남긴 것은 더더욱 아니었고, 저는 후자를 원칙으로 세웠을 때 개혁의 방향이 어떻게 세워질 지 논의하고 싶다는 뜻으로 답글을 남겼습니다.

        의료 개혁을 논하기 전에 어쩌면 개인이 갖고 있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공공 의료라는 제도가 자리잡기 이전에 의료가 상당부분 소비품, 서비스 산업으로 인식 되는 상황에서, 의료진이, 국가 체계가 짊어져야 할 ‘희생’ 혹은 대가의 크기(국가가 얼마나 해주어야, 의사가 얼마나 해주어야, 개인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는다고 생각할 것이며, 의료진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가 얼마나 될 지 가늠할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곧 환자에게 양질의 치료를 전달 할 수 있다는 게 아닌 것을 의사 분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계시리라 믿지만, 그와 동시에 이에 대한 제 비판적인 시각이 거슬리셨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겠습니다. 한 편으로, 그 안에서 의사 분들이 어떤 이해 관계에 얽혀 있는지 제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이상 함부로 논할 수 없는 제 한계도 인정합니다. 그 상황에 대해서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는 분들을 찾아봤으나 쉬운 일은 아니었고, 제가 합당한 질문을 마련하지도 못했 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보면 제게 하시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제가 돈을 벌어본 적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시는 건 오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본인 뿐 아니라, 사회가 정의하는 ‘돈을 버는 활동’의 의미를 보여주시는 것은 감사하고, 그 활동을 정의하는 기준은 상대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2. 곽소영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관점으로 글을 쓰신 것 같고 그것은 아마도 사회학을 하시는 분들이 의료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또 보건의료와 관련된 시민단체의 시각도 일부 알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먼저 글쓰신 분의 마지막 문단은 저도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정부가 현재 내세우고 있는 의료정책의 발전 방향은 아마 국민 대다수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방향은 아닌 것 같고, 제가 집단을 대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제 느낌으로는 대부분의 임상의사들이 원하는 방향도 아닙니다.
      하지만 글의 첫부준에서 의사들이 의사소통을 하려는 의지에 따라서 성공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고 하셨는데요 저는 글쓰신 분의 말처럼 의사들이 그런 정보의 전달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서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김정은 선생님 말씀처럼 상담에 대한 부분에서도 수가가 매겨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들도 결국은 평균적인 사람들입니다. 외래에서 환자와 의료상담만 해서 진료비를 책정하게 되면 심평원에서 백발 백중 삭감이 되고 심지어는 환자들도 돈을 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약도 안타고 주사도 안 맞았는데 무슨 진료비내고 생각하시죠) 수술이나 다른 시술 또한 장단점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하는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 수가로 보전을 해 주지 않는다면 의사가 아무리 잘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고 한들 원하는 만큼 설명을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주로 입원환자를 보는 병원에서 일하기에 대부분 상담 시간이 충분한 편이고 대체로 신경과/신경외과 적인 부분도 총합해서 설명을 드리곤 하지만 외래환자 중심의 병원에서 충분한 설명을 하긴 힘들거라고 생각합니다(대개의 1차 의료 병원).
      저 같은 경우도 외래에선 주로 무료 상담이 되곤 합니다만, 제가 일부러 자원봉사를 가지 않는 이상 제가 고용되어 있는 일터에서 30분정도 길게 설먕을 하고 아무런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건 매우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이겠죠. 눈치도 보입니다.

      의사들이 다른 직업군보다 높은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는 데는 저도 전적으로 찬성입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부드러운 의사소통 기술까지 가지고 있으면 좋겠지요. 시스템을 아무리 잘 이해한들 그것을 바꿀수 있는 힘은 의사들에게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책임들이 전적으로 의사들에게 있다는 것이 임상의료진을 제외한 소위 전문가들과 일반대중의 생각이라는 부분은 임상의사로서 좀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그런 시각들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임상의사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긴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문단에 적으신 것은 어느정도는 의사를 싸잡아 공격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지나치게 이상적인 부분을 의사에게 요구하시는 것 같습니다. 다른 집단 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긴 하지만 결국은 의료인 집단도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입니다.

      허준 드라마를 보시고 많은 분들이 의약분업 데모를 하던 의대생이었던 저에게 말씀하셨었습니다. 허준 같은 의사가 되라고.
      하지만 저는 평균적이고 양심적인 의사들도 허준같이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회학을 공부하시니 저보다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이정도에서 줄이겠습니다.
      암환자들은 왜 경한 증상에도 다니던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하는가? 이부분에 대해서도 평균적인 임상의사 입장에서 더 드릴 말씀이 있지만 그건 너무 길어질 것 같네요.

      Reply
  4. 이승홍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에 공유하고 싶은데 안되는 것 같습니다.

    Reply
  5. yik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 입니다. 모든 일에는 budget이 필요하고 budget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실상 할 수가 없습니다. 정치인들은 거시적 차원에서 정말로 국민과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을 추구하기보다는 단순히 표를 얻어 자신들의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기에만 급급하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런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재원 마련은 생각도 하지 않고 성금 한 푼 자기돈 안 내면서 복지를 내세워 국민을 현혹하고 모든 일은 국가에서 책임져야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무리들이 사라져야 합니다.

    Reply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