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Work-life Balance

남을 위한 희생 v. 자신을 위한 자기착취

한국은 60년간 눈부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이는 매우 대단합니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발전속도는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그 중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 현상은 한국의 “희생을 강요하는 문화”입니다.

국가를 위해, 직장을 위해, 가족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해 일으켜 세운 나라가 한국입니다. 저희 부모 세대는 한국전쟁 전후로 태어나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자랐고 군사정권과 민주화운동을 겪었으며 IMF까지 겪은 분들로 태어난 순간부터 자신이 아닌 가족과 사회, 더 나아가 국가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습니다. 가장들을 가족보다는 직장을 더 우선시 해야했고 자녀들은 자신의 적성이나 행복이 아닌, 때론 부모의 강요로 인해 높은 성적을 통한 “사회적 성공”을 목표로 살아야 했습니다. 저는현재 한국의 높은 자살률과 낮은 행복지수는 결국 과거 자신이 아닌 타인과 사회를 위한 희생의 문화와 이제는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는 젊은세대들의 욕구에서 발생하는 마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은 남을 위한 희생을 강요당한다면 미국은 자신을 위한 자기착취를 강요당하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네가 무엇을 원하는 지 찾아라. 찾아서 달려라.”
“Push yourself to get what you want. Expect more from yourself. Don’t give up. Yes, I can.”

이 모두 동기부여를 하는 말들이지만 결국 자신을 채찍질하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즉, 자신이 자신에게 자신을 위한 희생을 강요하고 자신이 자신을 착취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내가 열심히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열흘 째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했는데 집에 못가는 것이 아니라 안가고 있습니다. 이미 3-4시쯤 퇴근했어도 됐지만 남보다 조금만 더 하고 싶어서, 집에서보다 회사에서 능률이 더 높으니까, 조금만 더하면 되니까란 생각으로 회사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1년차가 늦게까지 퇴근을 못하는 결과는 같습니다. 그런데 누가 그 원인을 제공하고 있느냐의 차이입니다. 그런데 남을 위한 희생을 강요당하는 문화도, 자기착취를 하는 문화도 결과는 같은 것 같아 세삼 놀랍습니다. Perhaps it’s all in the mind.

Work life balance – 장 본지 두 달이 훌쩍 넘었어요

초짜 로펌 변호사로 일을 시작했을 때 처음 몇 주를 정신없이 보내고 있는 저를 본 윗 년차가 “이 곳에 있으면 계절이 훅훅 지나가요!”란 말을 했었는데 그 때는 ‘계절까지는 좀…’이란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근데 그거…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초가을이었던 9월에 로펌 정식 변호사로 복귀를 했는데 어느새 5월도 반이 훌쩍 지나갔으니 말이죠. 어느새 가을과 겨울은 다 지났고 봄 조차 얼마남지 않았으니까요. 온도와 습도가 조절되는 건물에서 매일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보다보니 이렇게 계절이 바뀌고 있네요.

게다가 어저께 일을 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장보러 간 지 두 달이 넘었구나…’

그랬습니다. 4월 한국에 출장을 준비한다고 3월 이후 바뻐서 단 한 번도 장을 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게다가 아무리 2주 동안 출장을 다녀왔다 하더라도 얼마나 집을 비웠으면 한 달 전기세가 단돈 $11 정도였습니다 (보통 저희집 크기면 겨울에는 $40-50, 여름에는 $70-80 정도는 기본입니다).

최근 잭 웰시가 work life balance란 없다, 여성들이 높은 사회적 지휘를 얻고자 한다면 일에 집중하라는 말을 했고 이에 대한 반박까지는 아니지만 여성 CEO들로써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담은 기사가 WSJ에 났습니다.

아직 사회적 지휘가 있는 여성은 아니지만 솔직히 그러한 욕망이 없다고는 부정할 수 없는 제 입장에선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즘 같이 선선한 보스턴의 봄날씨 속에서 어린 자녀들과 뛰어노는 부모들을 보며 뭔가 제가 갖고 있지 못한 걸 갖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부러움은 아니지만 뭔가 제가 즐겨야 할 걸 즐기지 못하고 있나 싶기도 하다가도… 흥얼거며 제가 즐기는 일을 하는 제 모습에 큰 만족감을 느낄 때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건 비단 여성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건물 1층에는 변호사인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며 세 명의 자녀를 돌보고 교육을 시킵니다. 오늘은 건물 뒤에서 식구들이 모여 왁자지껄 바베큐 파티를 하더군요. 남자라고 해서 육아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욕구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이제는 남성들이 가정을 돌보는 역할을 해도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사회적 선입견이 완화되고 있는 모습에 다행이란 생각을 합니다.

Work life balance를 위해선 그 이전에 prioritization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내 가족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우선 순위를 바탕으로 삶을 설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이 우선일 수도 있고, 가족이 우선일 수도 있습니다. 선택은 자유지만 선택을 한 후에는 뒤돌아 보고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지금의 생각인 것입니다.
 
냉장고가 텅텅 비었다고 해서 힘들거나 슬프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자랑거리도 아닙니다. 지금 제 단기적 우선순위는 일이고 일이 바뻐 집에서 밥을 못 먹는 것 뿐입니다. 몇 번의 계절이 더 지나고 난 후 우선순위가 바뀌고 이런 제 삶이 안스러워지면 그 땐 다시 열심히 냉장고를 채워 넣고 인생의 계획을 다시 세워야 겠지요.

Work-life balance

크리스마스 주말 동안 남편과 시간을 보내던 중 work-life balance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일-가정 균형일 것 같고 이 문구를 사용하는 학술논문은 몇 개 찾았지만 아직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Work-life balance에 대한 얘기가 나온 이유는 남편이 작년에 미국 레지던트 인터뷰를 하면서 대답을 잘 하지 못했던 질문이 “어떻게 work-life balance를 유지하느냐”였다고 합니다. 남편왈, “이건 완전 bullshit 아니야?”

사실 1년 전, 아니 반 년 전만 해도 저도 work-life balance란 건 존재하지 않는 사탕발림 같은 얘기라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높은 스트레스 환경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work-life balance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됐습니다.

처음에 로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아침 9시에 딱 맞춰 출근해서 1-3시 사이에 점심을 먹고 7시 반에 회사에서 주는 밥을 먹고 9-10시 정도에 택시를 타고 퇴근을 했습니다. 주말에도 근무를 하기 일쑤여서 “나만의 life”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두 달 근무를 하고 나니 영어 표현으로 매우 매우 지치다인 burnt out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일이 재미 있다고는 해도 온 몸이 쑤시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고, 일도 하기 싫고 정말 회사에도 나가기 싫은 상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조금 쉬면 좋아지려니 생각을 했지만 주말 한 번 정도로는 체력도, 정신상태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밥은 밥대로 제대로 못 먹어 중학교 이후 처음으로 body mass index가 20 이하로 떨어질 정도였습니다. 물론 일은 재미 있었지만 이대로는 오래 버티지 못 할 것이란 것이 너무나도 확실했습니다. 나만의 삶도 없는 것 같았고 너무 힘든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work-life balance란 상상속, 또는 학계의 이론 중 하나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상생활에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조절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아침에는 가능한 늦게 일어납니다. 제가 아침형 인간이 아니어서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활동을 해 봤자 스트레스만 쌓일 뿐 생산적이지는 못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하루에 30분 정도 더 자고 있는데 확실히 하루 피로도가 덜 합니다.

두 번째로는 식사 시간과 양을 일정하게 정해 놨습니다. 일이 바쁠 때는 잘 조절할 수 없지만 식사 시간을 놓칠 수록 더 대충, 더 많이 먹어서 속이 불편하고 오히려 그래서 다음 끼니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 번째는 무조건 6시면 퇴근을 하려 합니다. 집에 와서 집안 일도 하고 책도 읽고 노래도 듣고 라디오도 듣고,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저만의 시간”을 보내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럴 경우 자기 전에 2-3시간 정도 더 근무를 해야 하지만 지쳐서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 오자마자 가방을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잠을 자는 것보다는 더 선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 침대에는 아무리 늦어도 12시 이전에는 누워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네 번째는 6시에 퇴근을 하려면 집에 먹을 것이 있어야 하므로 가능한 자주 음식을 하려고 합니다. 요리를 잘 못하는 편이고 매우 즐기지도 않지만 집에서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서는 억지로라도 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규칙적인 운동을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로펌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무리 운동을 안 해도 하루 30분씩 걷고 뛰기를 했는데 최근 몇 달 동안 바쁘고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운동을 안 했더니 온몸이 쑤시고 몸무게는 주는데 배만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궁금해 진 것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을 할 때는 새벽 같이 일어나 출근을 하고 저녁 늦게 퇴근을 하거나 회식 같은 모임에 자주 참석을 했었는데 젊었을 때야 가능한 생활패턴이라고 해도, 가정이 있고 40-50대가 되어서도 이런 생활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제가 느꼈던 burnt out 현상은 없는지입니다. 더 궁금한 것은 늦게 집에 들어오면 하물며 고양이들도 졸졸졸졸 쫓아 다니며 “왜 이제 왔어!” “만져줘!” “이뻐해줘!”를 외치는데 (샴 고양이들은 말이 정말 많고 애정표현이 강합니다) 어린 아이가 있는 부모님들의 경우 이 work-life balance를 어떻게 조절하는 지가 궁금해 졌습니다.

2년 만에 한인수퍼에서 보이길래 OB Lager를 사왔는데 꽤 먹을만 합니다. 맥주 다 마시고 다시 일 시작!

취미

주말 동안 의대 친구들을 만났다.  근 10년 만에 처음 만나도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음을 감사히 생각한다.

모두 집에 떠나고 승범이가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어봤다.  순간적으로는 그냥 신문 읽고 책 읽고 종종 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뭔가 나도 확신이 없는 답이었다.

곰곰히 생각해 봤다.  내 취미가 뭔지. 

취미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취미4 [趣味][취ː미] [명사]
  • 1.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 2.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 3.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

From Naver 사전

내 즐겨하는 일은 내 일과 내 일과 관련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의료 관련 기사를 읽고 관련 일을 하고 관련 책을 읽고 관련 사람들과 얘기를 하는 것이 난 진정 즐겁다.  문제는 사전적 의미상에서의 취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일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workaholic인가?  사전의 workaholic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 A person who compulsively works hard and long hours (Google)

일벌레 (Naver)
[명사] 다른 곳에 관심을 두지 아니하고 만 열심히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 정의도 내게 맞지는 않다.  내가 compulsively (강박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다른 곳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아니다.  맛집도 좋아하고 날씨 좋은날 산책도 좋아하고 동물도 사랑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 친구들을 만나는 일도 중요시 여기며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것도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고민 끝 결론은.  난 딱 한 가지의 취미는 없다는 것.  내가 무엇인가에 잘 중독되거나 빠져 들지 않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굳이 내 일상생활에서 도피할 수 있는 활동을 찾을 필요도 없고 한 가지 일에만 빠져들 기엔 너무 쉽게 흥미를 잃는다. 

난.  그냥.  사는게 취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