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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자식이 있다면 한국어를 가르치겠습니다

이 글은 어떤 카테고리에 들어가야 할 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로펌과 관련 된 것이기도 하고, 커리어 어드바이스이기도 하고. 하지만 부모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어서 우선은 조기유학 폴더에 넣어 두겠습니다.

저는 자식이 없습니다. 제 앞가림 하기도 바쁜데, 다른 생명을 키울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종종 제게도 자식이 있다면 어떻게 키울까 고민을 합니다. 특히, 한국이 아닌 국가에서 크면서 제가 느꼈던 것들과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일을 고려하게 됩니다.

제가 가장 드리고 싶은 말씀은, “영어도 중요하지만, 꼭 한국어를 제대로하는 아이를 키우세요”입니다.

저희 로펌의 보스턴 사무소에는 500명이 넘는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중 한국인 국적은 저 한 명입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정말 급한 한국어 문서들일 경우 분야를 막론하고 제 책상을 거치게 됐습니다. 제 한국어 때문/덕분에 1년차로서 클라이언트와 1:1로 대면을 하고 “you have a great brain”이란 칭찬까지 들은 적이 있습니다. It wasn’t about my brain, it was about my Korean.

아무리 국적이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한국인(Korean ethnicity)라면 한국어를 하는 건 이제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자신의 뿌리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매게체이기도 하고요. 제가 제대로 배운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외에도 곁눈질하며 배운 언어들이 몇 가지 더 있긴한데, 매우 강한 편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한국어는 정말 아름다운 언어입니다. 한글의 날이 다시 공휴일이 된 것도 매우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감정적인 생각을 떠나서, 실제로 갈수록 한국어는 글로벌 시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언어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특허나 기업관련 문서들의 경우 영어뿐만 아니라 한국어로 작성되는 일이 많고, 이를 제대로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은 갈수록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물론 번역가들이 있긴하지만, 번역된 문서를 읽는 것과 자신이 유기적으로 배운 언어의 문서를 읽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기업들이나 한국인들과 업무를 할 때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이는 언어적인 면보다는 문화적인 면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즉, 제가 한국어를 한다는 것은 한국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이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문화적으로 배려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똑똑한 사람들은 정말 많습니다. 일을 잘하는 로펌변호사도 많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이 사람과 일하고 싶은가, 이 사람이 나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해 줄 수 있는가이며, 여기에는 cultural understanding and sensitivity가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And you can’t understand the Korean culture fully without knowing the Korean language.

그래서 한국인으로서 한국어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게 자식이 있다면, 영어도 중요하지만 무조건 한국어를 가르치겠습니다.

조기유학에 대한 단상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외국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학이 주 목적은 아니었고 가족적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조기유학생은 아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살았던 사람으로 항상 갖고 있는 생각을 조금 적어 보고자 합니다.

조기유학을 딱부러지게 반대하거나 찬성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사정이 다른데 무조건적으로 흑과 백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그냥 저와 제 주변에 저와 같은 하이브리드를 보며 느낀 바는 이렇습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중간만 해” “튀지마” “남들 하는 대로 해”라는 말을 듣습니다. 하이브리드들은 중간만 하기도, 튀지 않기도 힘든 존재들입니다. 강한 단일 문화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왔고 그로 인해 다른 배경을 갖게 된 하이브리드들은 한국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대로 모든 것을 따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희는 대부분 어려서부터 실제 지능에 상관 없이 바보 취급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외국에 가면 외국어를 못 해서, 그들의 문화에 익숙치 않아서, 한국에 돌아오면 한국어를 못해서, 획일적인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다르게 보일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바보 취급을 받기 일쑤입니다.

한국에서 성장한 후 외국에 가서 성공하면 국가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지만, 어린 나이에 외국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교에 입학하려 하면 뒷구멍으로 입학을 한다고 구박받는 존재들입니다.

동일한 경험을 하지 못 한 부모님에게 서포트를 받기는 힘듭니다. 친구들이 내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놀고 싶어도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모르는 아이들의 마음을 부모님이 헤아리기 힘듭니다. 한국에 돌아와도 획일적인 문화에 갑갑해 하는 아이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정서적으로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어린 자녀들에게 충분한 정서적 서포트를 해 줄 수 있다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조기유학도 나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을 뒤집어 엎는 것 같은 경험을 겪어야 하는 아이들의 인생은… it will never be the s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