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미국 로스쿨 MBA 유학기

근황

졸업 한 지 벌써 한 달이 되어 가지만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관계로 여전히 책상과 거리를 두고 있지 못하다.  엄마가 있는 동안은 뭔가 잘 먹은 것 같은데 엄마가 가자 마자 오빠랑 자취 분위기로 돌아가고 있다.  그나마 새로 구입한 Dyson 청소기와 사랑에 빠진 오빠가 2-3일에 한 번씩 청소를 해 주고 있어서 집은 깨끗하다.  

매일 아침부터 이른 오후까지는 barbri라고 변호사 시험 준비하는 로스쿨 졸업생 대부분이 듣는 시험준비용 강좌를 듣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입시학원 비슷한 것 같다.  3년 동안 로스쿨에서 배우는 내용은 면허시험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억 대의 수업료를 내고도 추가로 학원을 다녀야 한다는 것이 좀 웃기긴 하다.  적어도 의대 때는 동화만 있으면 됐는데.  몇 백년 동안의 토론으로도 답이 나오지 않는 헌법적 이슈들을 단 5시간 만에 마스터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barbri는 우리의 구세주이다…  26년간 닦아온 벼락치기가 빛을 볼 때가 왔다.  8주 동안 공부해서 변호사가 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사실상 오후에도 저녁에도 공부를 해야 하지만…  다음 주 런치 준비 중인 악세사리 사업 준비, 그리고 4년 반 만에 찾아온 신혼 (사실 신혼인지 연애인지 잘 모르겠다…  자식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신동은 미카가 딸이어서 이쁘다고 한다…  I’m confused…) 덕분에 공부를 약간 뒤로 미루고 있다.  안되는데.
어쨌던 정말 바쁘게 잘 지내고 있다.  😀
졸업식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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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드디어 졸업을 했다.

무슨 졸업식이 아침 9시에 시작인지 새벽 같이 일어나 다녀왔다.
JD와 LLM이 동시에 졸업하는 관계로 약 4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했다.
연설은 미국 첫 흑인 Attorney General (법무부 장관)인 Eric Holder가 했다.
내용이 매우 감동적이진 않았지만 15분 가량의 연설을 모두 외워서 생동감 있게 한 전달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Litigator (법원에서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로 성공하고 AG까지 될만 했다.
전원이 무대에서 졸업학위를 수여 받는데 나는 그 전부터 무대에서 넘어질까 걱정을 많이 했었다.
다행히 내가 아닌 바로 앞에 있던 애가 삐끗했다.  호호.
마지막까지도 졸업을 한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는데 식이 끝날 무렵 졸업자들이 아닌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는 순간이 있었다.
졸업식 2시간 내내 큰 느낌이 없었는데 그 순간 변호사 한 명을 배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가족들과 친구들의 다양한 support가 필요했는지 생각하게 됐다.
모두에게 감사한다.
특히 4년 동안 많은 배려와 희생으로 묵묵히 참아 준 남편 신동인씨에게 큰 박수를.
사진은 모두 엄마와 오빠 카메라에 있는 관계로 뉴욕 여행 갔다 오면 업데이트 예정.

미국 로스쿨 기말고사

3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한 번도 기말고사가 어떤 과정인지에 대한 글을 별로 쓴 적이 없는 것 같아 마지막 기말고사 끝을 눈 앞에 앞두고 포스팅 하나.

한 마디로 정리하면 로스쿨 기말고사기간은 생지옥이다.  물론 의대 때도 공부는 많이 했지만 솔직히 로스쿨이 더 힘들다.  적어도 의대 때는 누군가가 족보를 만들어 주면 달달달달 외우고 객관식 문제와 답을 외우면 어느정도 준비는 된다.  즉, 외우기만 하면 중간은 간다.  로스쿨은 다르다.  외우려면 교과서 한 권씩을 통째로 외워야 한다.  기본적으로 4-5과목을 수강하므로 4-5권을 외워야 한다.  나도 한창 때는 꽤 기억력이 좋았지만…  현실적으로 못 외운다…  외운다고 해결되는 것도 없다.  모든 문제가 응용 에세이 문제기 때문에 외워 봤다 응용할 줄 모르면 소용이 없다.  족보를 만들어 주는 사람도 없다.  물론 전 학년 학생들이 시험용으로 만든 outline (수업 시간 노트필기와 왕족 등을 정리한 문서)을 구하면 공부가 조금 쉬워질 수는 있어도 이해를 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남이 준비한 문서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험만 있으면 말도 안한다.  학년이 올라갈 수록 세미나 수업을 들으면 페이퍼를 써야 하는데 보통 double space 25-35장을 써야 한다.  나름 학문적인 주제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research도 많이 해야 하고 개인적인 주장도 있어야 한다.  지금은 team work로 페이퍼를 하나 쓰는게 있는데 5개의 서로 다른 천 조각을 하나로 만들려고 하니 창조의 아픔을 겪는 것 같다.

지 난 주에 친구랑 커피숍에서 공부를 하는데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아이들이 말을 시켰다.  로스쿨 교과서는 100미터 밖에서 봐도 알기 때문에 우리가 로스쿨 학생이란 걸 알았나보다.  자기네들은 Boston College 로스쿨 1학년이라고 말하는데 내 친구랑 나랑 둘이 다 정말 안스럽다는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오늘까지 포함해서 4일만 더 버티면 되는데 스트레스 때문에 편두통 때문에 머리는 욱신욱신, 심장은 불규칙, 피부는 울퉁불퉁 난리다.  

하지만 만약 다시 하라면…  아마 다시 한다 하겠지.  컴퓨터가 부팅될 때처럼 뇌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릴 때의 쾌감을 아니까.  그리고 JD로 할 수 있는게 너무 많으니까.  예전에 서울대 인턴할 때 만난 친구가 레지던트 과정을 하나의 훈장을 따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했다.  모든 큰 과정이 그런 것 같다.  하나의 훈장을 따기 위해 이렇게 고생을 하는 것 같다.   

전생

난 분명 전생에 못 배운 것이 한이 되어 죽은 강아지였을 것 같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는데 분명 10년 이상 서당에 살았으나 하늘 천 땅 지 조차 몰라 한이 되어 다음 생에 인간으로 태어나면 세상 풍파 여의치 않고 각종 학위를 국경을 넘나들며 모으리라 맹세한 멍멍이였을 것 같다.  멍멍이인 이유는…  난 내 사람이다 싶으면 필요 이상으로 충직하니까.  어쨌던 중요한 것은 한이 맺혔다는 거다.  제발 이 번에 졸업하면 한이 풀렸으면 좋겠다.  더 이상 외워지지도 않고 공부하기도 힘들다.

(사실 자동차 정비학원 및 스페인어와 요리 강습이 듣고 싶다.  이젠 자격증으로 넘어가는 것 같다.)

마지막에 아프다

4년 동안 hangover은 있어 봤지만 그렇게 아픈 적은 없었는데 어저께는 아파서 바닥에서 뒹굴다가 침대에서 뻗어 잤다.  낮에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나가야 했는데 늦어서 브라우니로 끼니를 대신하고 갔다가 가서도 hot chocolate을 먹고 속이 늬글거려 저녁 때는 falafel (중동 지역 음식인데 콩을 갈아서 튀긴거다)을 먹었는데 결국 체해 버린거다.  너무 아파서 외롭울 것도 없었다.  오후 6시에 바닥에 뻗어 자다가 겨우 침대로 옮겨가서 12시까지 자고 일어나서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만 몇 가지 처리하고 다시 자서 일어나니 오후 2시.  친구 동선과 순엽오빠가 샤브샤브를 먹여줘서 (진짜 떠 먹여주지 않은 것 빼고는 다 먹여줬다) 좀 살아났다.  속도 편하고.  정말 아플때는 아프다고 정신 없어서 모르지만 회복할 때 외로운 것이 문제 같다.  I feel fine now.  언넝 끝났으면 좋겠다!!!

수업 끝!

It’s official.  로스쿨의 모든 수업이 끝났다.  3개의 시험과 2개의 페이퍼가 남았지만 상관 없다, 어쨌던 더 이상 수업에 갈 일은 없으니까. 

이미 다양한 졸업을 해 봐서 그런지 졸업식 자체에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보다는 수업이 끝났다는 것에 대해서 기뻐하는 것 같다.  물론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  만 5세 때 처음 유치원 수업을 들은 후 인턴 때 1년 강의실 밖에서 생활한 것 빼고는 26년간 쉼 없이 강의실이란 공간에서 생활해 왔다.  이제 더 이상 수업도 숙제도 시험도 없을 것이란 사실은 놀랍고 충격적이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 보면 더 깊은 의미가 있다.  이 정도되면 이젠 끝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하면 다시는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안되는 환상이 깨진 후 뭔가 큰 것이 끝나면 다른 큰 것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 버린 것이다.  특히 내 경우 나의 끊임 없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선 난 끊임 없이 뛰어야 할 것이다.  즉, 내가 나를 멈추고 추스리지 않으면 쳇바퀴가 나를 먹어 삼킬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대부분의 로스쿨 친구들은 나보다 5-6살 정도, 많게는 7-8살까지 어리다.  아직 정신 없이 달려야만 한다고 생각할 때다.  하지만 중간 중간 멈춰서 뒤를 돌아보고 숨을 쉬지 않으면 어느 순간 못 버티고 쓰러질 것이란 걸 알게 될 거다. 

담담하면서 좋다. 

Back to book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