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의료관련

한국의 의료개혁을 위해

저는 한국의과대학을 졸업한 한국의사로, 현재는 미국변호사로 보스턴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변호사가 되기로 결정한 이유는 한국의 의료정책은 큰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14년 동안, 다양한 의료시스템을 공부해 왔고, 현재는 바이오 산업을 배우기 위해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 스타트업 바이오 회사를 대리는 세계 유수의 글로벌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어저께 제가 휴가지에서 잠들기 전 끄적인 글이 페이스북에서 반응이 있음을 확인했고, 그 중 한 분께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올려달라고 하신 부탁을 받아들여, 한국의료시스템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의견을 써 볼까 합니다. 충분히 반대의견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반대의견은 존중하나, 이 블로그는 제가 11년 이상 운영해 온 개인적인 공간이므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실 것을 부탁 드립니다.

 

한 분께서 물으셨습니다.

 

그럼 당신이 원하는 해결책이 무엇이냐.

 

때마침 의료계에서는 매우 존경받는 저널 중 하나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저뿐만 아니라 의료정책자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의료 시스템에 대한 논문이 나와 링크해 드립니다.

 

링크 (http://www.nejm.org/doi/full/10.1056/NEJMp1406033)

 

이 그림이 모든 의료정책자들이 꿈꾸는, 한국의 국민들도 꿈꿔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NEJM

(클릭하시면 더 깔끔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NEJM: http://www.nejm.org/doi/full/10.1056/NEJMp1406033

Note to NEJM: The fundamental focus of this post is educational in nature for the general Korean audience interested in the overall health care system.

 

이미지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의과대학교 본과 2학년이었을 때 김치전을 먹던 중 갑자기 왼쪽 턱이 부어 올랐습니다. 흡사 혹이 달린 것 같았습니다. 의과대학생이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진료를 받아야 할 지 매우 난감했습니다.

동네 이비인후과를 갔더니 엑스레이를 한 장 찍어 주시고 침샘에 돌이 있으니 큰 병원에 가서 “알아서” 수술을 받으라고 하시더군요.

 

그것이 끝이었습니다.

신촌 한복판에서 혹을 달고 어리둥절 서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이 모습은 한국 일반 국민들이 겪는 모습 아닌가요?

“암이 의심되시네요. 큰 병원에 가보세요.”

왜 의사가 큰 병원을 연결해 주지 않는 것인가요?

왜 의료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환자가 암일지도 모른다는 충격을 받은 채로 알아서 병원을 찾고 의사를 찾아서 큰 병을 해결해야 하는 것인가요?

제 경우 미국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의 지인들로부터 의사를 연결해 달라는 연락을 받습니다.

의사 친구 한 명 없는 일반인들은 도대체 지금의 이 시스템을 어떻게 헤쳐 나아가 진료를 받으라는 말인가요?

제 경우 결국에는 제 의과대학 동기의 도움으로 세브란스 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님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드려 진료를 받아 무사히 간단한 수술을 마치고 완치가 되었지만, 이러한 동기가 없는 일반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진료를 받으라는 것인지요?

그래서 티비나 신문에서 “명의”들이라고 기사가 나오긴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그들이 명의인지요?

하지만 이것은 의사들 개개인의 잘못이 아님을 말씀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의사집단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시스템 개선에 힘쓰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 열심히 시스템 개선에 참여해야 하고, 그래서 저도 이렇게 블로그 글도 쓰고 일반인들에게 한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이야기 해 드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스템은 국가가 운영하는 것이지, 의사, 병원들만이 노력한다고 개선되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한국 국민이 제대로 된 의료의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한 것은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정치인과 정부의 부족함도 한몫을 합니다.

그리고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개혁을 요구하기 위해선 의료 소비자인 국민 개개인이 제대로 된, 이상적인 의료체계란 무엇인지를 먼저 알고 당당히 요구해야 합니다. 이는 국민의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NEJM의 이미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미지를 보시면, 가운데에는 PCP와 환자가 있습니다. PCP primary care physician으로 1차 진료의사를 말합니다.

한국에는 정말 많은 1차 진료의사가 존재합니다. 흔히 말하는 동네병원 의사들이 다 1차 진료 의사들입니다.

일반인들은 이들은 감기나 몸살, 두통과 같은 자잘한 질환을 보는 의사들로 생각하시지만, 이들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대부분 4-7년간 대형병원에서 수련을 마친 전문의사들입니다. 이들은 한국의 중환자들을 다년간 치료한 장본인들이고, 세계적으로 비교했을 때 정말 훌륭한 수련을 받은 의료진들입니다. 이들은 동네병원에서 감기환자를 보고 영양제 주사만 놔주고 있을만한 의료진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대부분의 의사들을 이렇게 자잘한 병을 보게 하는 의사들로 전락시키고, 동시에 중환을 봐야 하는 의사는 부족한 시스템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환자들, 국민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추적60분에서 일부 보여진 부분이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보신 일반인들께서도 경악하셨겠지만, 의사들또한 현재의 한국 의료 시스템을 너무나도 혐오하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못 벌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직업에 대한 불만족도가 높아서이기도 합니다. 의사들의 주장은 돈을 더 벌고 싶다가 아닙니다. 의사들의 주장은 자본주의 사회인만큼 일한만큼 보상을 해주되, 의사의 양심을 어기지 않고 환자들에게 최상의 의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돈을 얼마나 더 벌어야 불만을 안 갖겠느냐고는 말씀하지 말아 주세요. 지금 이슈는 의사들이 돈을 더 벌겠다가 아니라, 의사들이 환자들을 위해 더 나은 환경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해 보고 싶다가 맞습니다.

 

다시 이미지로 돌아가보면, 이 논문에서는 80일 동안 PCP가 자신의 암환자가 치료받은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암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80일 동안 총 12명의 의료진이 함께 환자치료를 했고, 1차 진료의의 경우 32번의 이메일과 8번의 통화를 통해 다른 의료진과 자신의 환자에 대한 상의를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1차 진료의는 자신의 환자와 환자의 아내와도 12번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환자의 경우 80일 동안 5번의 수술/시술을 받았고 11번의 외래진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1차 진료의사는 환자와 환자가족의 안내자였습니다. 즉, 1차 진료의사가 “주치의”로 책임을 지고 환자가 암수술을 하고 회복하는 과정까지 책임을 졌을 뿐만 아니라, 완치 후 환자가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지속적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의 동네의원 의사들은 이러한 역할을 하고도 남을 의료진들입니다. 대학병원에서 수년간 수련을 받아왔고, 대학병원의 환경을 너무나도 잘 아는 의사들입니다. 이들에게 이렇게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1차진료 의사들은 너무나도 행복하고 감사하게 환자 진료를 할 것입니다.

암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동네병원을 내원할 경우, 대형병원에 진료의뢰를 하고, 환자의 진료상황을 체크하고, 환자가 대형병원에서 궁금해 하는 사항을 대형병원 의사와 1차 진료의사 모두 답해 주고, 대형병원에서의 진료가 마무리되면 다시 환자의 집에서 가까운, 자신이 평소 진료받던 주치의에게 돌아오는 시스템을 상상해 보세요. 현재 한국의 의사들은 한국환자들에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도 남을 실력과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현재 이렇게 진료를 하고 있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무도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이러한 안내자 역할을 해도 인정을 받지도, 수가를 지불받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돈이나 받을 생각을 하다니!

라는 말씀은 하지 말아 주세요. 이미 여러번 이야기 했지만, 모든 체계는 재원을 바탕으로 돌아갑니다. 인센티브가 있어야 그 행위를 하게 되고, 페널티가 있어야 그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시스템의 기본이고, 자본주의의 기본입니다.

한국의 현재 의료 시스템의 위와 같은 연계적 시스템을 전혀 서포트하지 않습니다.

 

그럼 왜 한국은 이런 시스템이 현재 구축되어 있지 않을까요?

왜 도리어 한국 환자들은 의사를 볼 때 시간이 부족해 물어보고 싶은 내용도 다 물어보지도 못하고 쫓겨 나오듯 진료실을 빠져 나와야 하는 것일까요?

 

 

우선 각 국가의 의료 시스템은 서로 매우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발전해 온 부분이 다르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의료 시스템은 의료 이외의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동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한국의 의료 시스템과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매우 다릅니다. 그리고 비록 제가 지금 미국 변호사이지만, 저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한국에 맞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한국에 맞는 의료시스템을 개발하여야 합니다

아무리 각 국가의 의료시스템이 달라도, 기본적인 틀은 비슷합니다.

계속 드리는 말씀이지만, 모든 시스템은 재원을 바탕으로 흘러 갑니다.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재원, 즉 돈, budget을 바탕으로 시스템이 운영됩니다. 이는 한집안이 가계부를 쓰는 것과 동일합니다. 버는만큼 써야 하는 것이 기본이고, 어디서 벌어서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입니다.

즉, 의료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므로 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불결하다는 식의 논리는 통하지 않습니다. 돈이 없으면 시스템은 굴러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의료 시스템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돈의 흐름을 논의해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 의료 시스템의 재원 대부분은 국민건강보험과 개개인의 돈에서 충당됩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의 재원은 국민의 세금과 직장인들의 경우 직장에서 충당되는 것이므로, 결국 한국 의료 시스템의 재원은 국민 개개인이 충당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국 국민은 제대로 된, 이상적인 의료 시스템을 국가에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아래에 차차 설명해 드리겠지만, 현재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후진국 수준입니다. 한국 정부에서는 한국 의료보험 시스템이 막상 선진국 수준의 최상의 시스템인 마냥 홍보를 하지만, 그 어떤 선진국도 한국의 시스템을 모방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현재 시스템은 의료 시스템이 전무한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정도에 적합한 수준의 의료 시스템입니다. 반대로, 한국의료진의 의료수준은 세계적 수준입니다. 한국의료진들의 논문업적이나, 실제로 어려운 술기를 행하는 수준은 웬만한 선진국 의사들에게 뒤쳐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시스템의 후진성으로 의사들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한국 국민들이 엄청난 의료 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훌륭한 의료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국민들은 정부에게 의료 개혁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재원의 흐름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만약 암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하셨을 경우, 병원에서는 입원비 등으로 환자에게 치료비를 낼 것을 요구합니다. 전문용어로 이를 개인부담비 또는 out of pocket cost라고 합니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병원에서는 공단에서 보험료 또한 받을 수 있습니다.

즉, 의사와 병원들은 결국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댓가로 서비스를 받는 개인에게 치료비의 일부를, 그리고 국민건강보험에서 보험료 일부를 받는 것이 한국의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정치인들이 이야기하는 4대질환 무상의료 같은 것들이 진짜 말이 되기나 하는 것일까요?

절대 아닙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무상의료란, 치료를 받는 개인이 치료비를 지불하지 않되, 국민건강보험에서는 보험료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료는 개인과 직장의 세금에서 거둬 들이는 돈입니다.

그렇다면 “무상”의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국민개개인이 의료에 대한 비용을 간접적으로 지불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무상”의 뜻을 곧이 곧대로 받아 들여 개인부담을 없애는 취지에서 무상의료라고 생각해 봅시다.

병원에서는 기본 개인부담비 20원, 보험료 80원을 받던 서비스를 이제 달랑 80원만 받게 됐습니다.

식당을 운영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받던 비용의 20%가 깎였다면 음식의 양이 20%가 줄던지, 식재료가 20% 안 좋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니 사람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이 돈이나 더 받겠다고 사람 목숨 갖고 장난질이야!라고 말씀하지 말아 주세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원의 흐름을 관할하는 정부에서 재원의 흐름을 바꾸게 되면, 의료의 서비스가 바뀌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이는 의사나 병원이 아닌 정부에 대해 국민 개개인이 언성을 높이셔야 할 일이지, 의사들과 병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부분이 아닙니다.

재원이 한정되어 있지 않다면, 한 가정에서 벌어들이는 월급이 무한정이라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마음대로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입고 싶은 것도 입고, 보고 싶은 것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재원은 한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국민은 자신의 소득의 특정부분 이상을 보험료로 지불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한정된 재원을 갖고 최대한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재원이 매우 많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시스템은 낭비에 대한 페널티를 주지 않고 있고 오히려 낭비를 통해 국민들에게 선심쓰듯 의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작은선심들이 국민에게는 결국 더욱 더 큰 해로 다가 오고 있습니다.

이유는 이러합니다.

 

일반인들이 흔히 병원을 찾아가는 감기.

 

이 전에 비해 항생제 사용이 많이 줄기는 했다고 하지만, 감기에 걸렸다고 항생제 처방을 위해 병원을 찾는 일은 의료재원 낭비입니다.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이고, 항생제는 세균치료제입니다. 물론 감기가 악화되거나, 사실상 감기가 아니라 세균성 폐렴감염 등일 경우 항생제 처방이 필요해 병원을 내원해야 하지만, 한국의 경우 3천원이면 전문의 진료를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1차 진료의사들을 너무 함부로 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너나 나나 필요할 때마다 전문의사들에게 진료를 받는 것은 좋지만, 결국 우리 모두가 한정된 의료재원을 사용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는 감기몸살, 링거(영양제 — 그냥 물 드세요), 술병, 배앓이, 열, 두통 등으로 병원과 특히 응급실을 내원하는 경우가 특히 그렇습니다. 참고로, 응급실은 실제로 중환과 같은 응급한 환자를 위한 공간이지, 술병으로 배아프신 분들이 영양제를 맞으러 오시는 공간이 아닙니다. 열이 난다면 해열제를 드시고 아침에 동네병원에 가셔야지, 이 또한 바쁜 응급실에 내원하셔서 당장 진료를 요구하셔야 할 일도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이 의료재원을 낭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계속 이야기하지만 재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재원은 한정되어 있고, 현재 재원의 많은 부분이 낭비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중증질환을 앓을 경우 비싼 치료비 전액을 국가에서 모두 보험료로 지불해 줄 재원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정말 심각한 병에 걸리면 상당 부분을 자신의 돈으로, 즉 개인부담비로 치료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피하기 위해 수많은 종류의 사보험(암보험, 중풍보험 등)이 판을 치고 있고, 한국 국민들은 민간보험은 반대하면서도 사실상 수많은 민간보험에 이미 가입되어 있는 기이한 형태에 구조를 갖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의료체계는 반대여야 합니다.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는 개개인이 필요에 따라 자신의 돈으로 서비스를 받고, 정말 중한 질환일 경우에는 국가에서 의료재원을 통해 최대한 커버해 주는 것이 국가 안정망입니다. 암에 걸려서, 중풍에 걸려서 직장을 잃고 가정에 큰 재정적 부담이 가는 상황에서 빚을 내고, 집을 팔아야 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이 때야 말로 국가보험이 치고 들어와 국민을 보호해 줘야 하고 그것이야 말로 선진 의료 체계입니다. 또한, 아픈데 알아서 병원을 찾고 의사를 골라서 진료를 받는 것도 말이 안됩니다. 제대로 된 의료체계라면 중증환자들이 최대한 고민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진료를 재정적 부담없이 받을 수 있도록 구축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은 이러한 사회안전망과 제대로 된 의료체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아, 그리고 야간에, 주말에 대형병원에 전문의사가 없다는 사실 또한 추적60분에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원으로 생각해 보세요.
재원이 충분하다면, 야간과 주말에도 전문의를 배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현재 대형병원의 의료진은 자신들의 다리가 찢어질 대로 찢어질만큼 일도 하고 연구도 하고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즉, 그들에게 추가적으로 주말과 야간근무를 강요하기엔 너무 비인간적인 것이 현실입니다. 아무리 사명감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도 인간이고, 이들에게도 자식이 있고, 이들에게도 가족이 있다는 점은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는 지금 의사들에게 돈을 조금 더 준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이들 또한 돈을 더 준다고 추가로 근무할 생각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현재 대형병원들은 단순히 말해서 인력이 부족합니다. 현재 대형병원들에게 주어지는 재원 하에서 짜고 짜고 짜내어 돌아고 있는 것이 현재이고, 이들에게는 더 이상 짜낼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형병원이 추가인력을 고용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대형병원들은 더 작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국민들에게 묻습니다.

왜 대형병원을 찾으시나요?

왜 당뇨로, 고혈압으로, 알러지로, 이미 오래 전 앓은 질환들 때문에 대학병원을 찾으시나요?

실제로 1차 진료의사들이나, 한국에서는 이제 망해가는 2차급 병원들은 현재 대형병원에서 진료하고 있는 간단한 질환들은 충분히 관리하고도 남는 질환들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들도 실력이 충분한 의사들입니다.

그런데 왜 굳이 대형병원을 선호하시나요?

다시 NEJM 이미지로 돌아겠습니다.

암치료를 받은 환자는 80일간의 치료여정 후 다시 1차 진료의사에게 돌아왔고, 이후 다시 암이 재발하지 않는 이상 1차 진료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것입니다.

즉, 대형병원에서 몇년씩 외래를 볼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대형병원의 쏠림현상도 의료재원의 낭비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고 여쭤보실 것입니다.

 

의료정책 전문가들은  이미 좋은의료체계, 국민들에게 가장 최적의 의료체계가 어떠한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자 한 명 한 명이 국가제도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의사, 환자/국민, 정부, 정치인이 모두 힘을 합쳐 의료개혁을 해야 합니다.

의사들은 조금 더 낮은 곳에서, 조금 더 환자와 가까이 의사소통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의사들이 요구하는 것이 단순히 돈이 아닌, 더 나은 의료환경과 의료체계라는 점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의료소비 패턴을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의 한국 의료체계가 후진국 형태라는 것을 인식하고, 무상의료가 아닌(다시 말씀드리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무상은 무상이 아닙니다), 제대로 된 의료 시스템 하에서 국민 개개인이 아플 때 최대한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를 요구하셔야 합니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국민이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움직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정부와 정치인들은 선심쓰기 식의 후진국 의료체계에서 벗어나 실제 한국의 경제수준에 맞는 선진국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합니다. 무조건 미국을 따라 하려고 하거나, 수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방식만을 고수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재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국민들에게 가장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을지 고민 또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 원격진료 방향 – 환자 전용 웹사이트

원격진료와 관련된 글들을 읽으면서 원격진료까지는 아니지만, 제가 하버드계열 병원들에서 진료를 받으며 이용하고 있는 환자 전용 웹사이트와 약을 처방받는 CVS 약국의 시스템을 소개하면서 미국 원격진료 방향을 이야기해 볼까합니다.

참고로, 저는 한국에서의 원격진료를 찬성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으며, 아래는 미국에서의 제 제한적인 경험을 쓰는 것임을 명확히 합니다.

프라이버시 문제로 웹사이트를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대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저는 이 웹사이트를 통해 검사결과를 확인하고, 진료비 계산을 하기도 하며, 진료예약을 하고 진료 후 제 담당 의사와 이메일로 연락을 하기도 합니다.

patientgateway 1

 

즉, 로그인을 하면 바로 제 진료예약, 검사결과, 제 담당의사 및 병원 정보가 뜨게 됩니다. 뭐라고 딱히 말로 설명할 것이 없는 것을 보면, 사용하는데에 있어 큰 불편함이 없는, 나름 단순하지만 intuitive한 디자인입니다.

이메일의 경우 최근 1년 동안 담당 primary care physician과 안과의사와 이메일로 communication을 했습니다. 제 1차 진료의의 경우, 간단한 질문에 답해 주거나 이메일을 통해 약을 처방해 주기도 합니다. 지난 겨울 감기가 심해 진료를 봤는데, 진료 당일에는 특별히 약을 처방받지 못/안했습니다(워낙 감기약 처방, 특히 항생제와 코데인 처방에 민감하신 분들이어서…) 일주일 후, 감기가 폐렴으로 악화되어 이메일을 보냈고, 바로 당일 항생제 처방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이러한 진료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의료진에 대한 접근성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 도시에 살고있고, 사실 병원이 걸어서 5분 거리 안에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차를 타고 2-3을 가야 겨우 의사를 보는 동네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거리 뿐만 아니라, 의료진을 보기 위해 예약 등을 해야하는 번거러움, 당일 진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불편함 등도 큰 작용을 합니다.

두 번째는, 높은 의료비입니다. 감기 때문에 의사에게 진료를 봤을 때, 제가 병원에 지불해야 했던 진찰비가 $20(2만원)이고 제 보험회사가 지불한 비용이 약 $80(8만원)이었습니다. 단순히 항생제 처방 때문에, 다시 한 번 10만원이란 돈을 들여야 하는 것은 전체 사회적 의료비용을 고려했을 때 말이 안되는 것이라는 정책적 판단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있고, 두 번째는 보험회사에서 제 재방문을 커버하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즉, 병원이 자체적으로 삭감을 고려해 재방문을 사전에 처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미국의 의료는 치료에서 예방으로 그 방향을 전환하려 무단히 애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자신의 검사결과를 항시 확인하고, 의료 접근성을 증진시켜 사전예방을 도모하고자 하는 의도가 큽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과는 이러한 웹사이트 도입 등의 이유가 매우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이메일을 보낼 경우, 의료진은 대부분 24시간 내에 답을 해 주고, 감지덕지란 생각을 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1-2시간 내에 원하는 진료과목의 의사를 볼 수 있는 한국의 의료접근성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부분입니다.

아직 미국 의사들은 이러한 이메일을 통한 환자와의 의사소통에 대한 비용을 받지는 않고 있습니다. 즉, 대부분의 서비스가 아직 행위별수가제인 것을 감안했을 때, 수가를 받지 못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이 방향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고 보여집니다. 의사 수는 부족하지만, 예방적 의료를 위해선 접근성이 높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병원들 외에도 약국들 또한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 제공에 혈안되어 있습니다. 제가 약을 처방받는 CVS의 경우 아이폰앱이 있어, 저는 그 앱으로 한 달에 한 두 번 리피트 처방전을 통한 약을 처방받습니다.

photo

 

로그인을 하면 이 약국에 있는 제 모든 처방전 관련 정보가 뜨고, 그 중 처방을 받아야 할 약을 신청하면 한 시간 정도 후에 약이 준비되고 픽업을 하면 됩니다.

물론 위의 웹사이트와 앱은 원격진료는 아닙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개발되고 있는 시스템들을 보면, 원격진료란 가능성을 항상 고려하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실제로 Rite Aid란 약국의 경우 virtual clinic을 제공하고 있습니다(NowClinic Online).

다시 강조하지만, 제가 이 정보를 올리는 것은 한국도 원격진료로 나아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가 절대로 아닙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원격진료 등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면(한국에서는 유헬스란 단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한국외의 국가에서 유헬스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의료접근성이 높고 의료비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시장이 작은 한국이 아닌 미국과 같은 시장을 노려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미국 사보험 – 안과 사례

저는 직장을 통해 미국 사보험 가입자로 미국 의료를 접하고 있습니다. 미국 사보험 관련 이해를 돕고자 제 최근 안과 영수증을 통해 몇 가지를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우선 제 영수증입니다.

MEEI Bill

진료기관은 하버드 의과대학 수련 안이비인후과 병원인 Massachusetts Eye and Ear Infirmary(MEEI)이며 제 미국 사보험 제공자는 Blue Cross Blue Shield of Massachusetts입니다.

저는 지난 4월 소프트 렌즈를 맞추기 위해 MEEI를 찾았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는 안경이나 렌즈를 맞추기 위해 안경점에서 optometrist에게 진료를 보기도 하지만, 저처럼 난시가 심하고, 양쪽 눈 시력이 매우 다르며, 수술 후 cornea가 울퉁불퉁한 사람은 전문 안과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소프트 렌즈를 맞추는 진료는 의료보험에 의해 커버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첫 진료는 한국돈으로 약 15만원을 지불하고 진료 및 테스트용 렌즈 5쌍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 진료에서는 렌즈가 잘 맞지 않는다고 호소하자 cornea scan(각막 스캔)과 안구건조증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기본적인 Schirmer’s test(쉬르머 검사 – 눈을 감은 상태에서 마른 종이에 눈물이 어느 정도 흡수되는지를 파악하는 눈물생성 검사)를 받았고, 기본적인 안과검진을 받았습니다.

보시다시피, cornea scan은 진료비에 포함하지도 않았습니다. 워낙 고가의 검사이고, 의료진(제 안과 1차 의료진은 안과 전문의가 아닌 optometrist입니다)이 학문적 호기심에 한 것도 있었기 때문에 그냥 진료비에서 알아서 제외를 해 줬습니다.

검사결과 안구건조증이 매우 심하므로, lacrimal plug(눈물 배출 후 눈물이 빠져나가는 눈물길을 인위적으로 플러그를 삽입해 막는 것) 치료를 받았습니다.

약 1시간의 진료를 받고 제가 당일 병원에 지불한 돈은 약 2만원($20)이었습니다.

그로부터 2주 후였던 5월 초 병원에서 진료비가 날아왔습니다. 저보고 약 $500불을 추가로 지불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보험 가입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만큼의 비용을 부담하라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아, MEEI billing department로 전화를 했습니다.

Billing department의 대답은 제 사보험이 등록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전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므로, 보험비만 제대로 지불하고 있다면 전국 어느 병원 시스템에나 등록되어 있는 셈이지만, 미국의 경우 정말 다양한 사보험이 존재하고 한국과 달리 선지불 후보험이 아닌, 가입자가 진료 전/후 일정한 진료비만 지불을 한 후 보험회사에서 알아서 나머지 비용을 지불해 주는 시스템이므로, 병원 시스템에 환자의 보험정보가 입력되어 있지 않을 경우, 저처럼 진료비를 덤탱이 쓰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3차례에 걸쳐 전화상 등록을 했지만, 시스템에 입력되어 있지 않다는 이야기만 반복적으로 들었습니다.)

담당자와 통화 후 또 2주가 흘렀습니다. 5월 말 정도에 새로운 영수증을 받았는데, 이 번에는 $900을 지불하라는 것이었습니다(위에 영수증을 보시면 가장 왼쪽 column을 보시면 됩니다. 이미 $20은 진료비로 지불했으므로, $920-20=$900이었던 것입니다). 혹을 때려다 혹을 붙힌 셈이었습니다.

다시 MEEI billing department에 전화를 했고, 또 다시 제 보험이 등록되어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참고로, 미국병원에서 일하는 administrative staff는 고학력자가 그리 많지 않으므로, 실수가 상당히 많습니다. 미국에서 진료를 보시는 분들은 병원 영수증을 매우 꼼꼼히 확인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보험등록을 하고 또 몇 주가 흘렀습니다.

이 번 주 초, 위에 첨부된 영수증이 날아왔습니다. 이 번에는 $80을 추가적으로 지불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영수증의 내역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column은 원가입니다. 즉, 안과 진료비의 원가는 $260, 쉬르머 검사는 $80, 플러그 치료는 $580이었습니다.

두 번째 column은 보험가입니다. 미국 사보험의 경우 절대로 원가를 병원에 지불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한국 수가협상과 마찬가지로, 매 년 병원과 각 보험회사는 수가협상을 합니다. 수 백개의 사보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매 년 각 개로 수가협상을 해야하는 병원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administrative cost가 높을 수 밖에 없을 지 생각하게 됩니다. 한국에서 미국식의 사보험 제도를 들여올 경우 꼭 생각해 봐야 할 사항입니다.

진료비 내역을 보시면 결국 제 사보험은 병원에 총 $900 중 $222.50만을 지불했으며 $597.50은 삭감을 했습니다. 즉, 병원에서 원가로 청구한 25% 정도만을 지불한 것입니다.

거기에 영수증 가장 아래에 보시면 제 사보험에서 쉬르머 검사는 보험에 커버되는 항목이 아니라고 답변을 했다고 되어 있고, 그래서 병원이 다시 제게 $80을 지불하도록 영수증을 보냈습니다(맨 오른쪽 column).

이렇게 환자에게 보험이 커버하지 않는 항목을 지불하도록 하는 것을 balance billing이라고도 하는데, 보험회사에서 삭감과 지불 후 남은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입니다. 참고로, 대부분의 커버력이 좋은 의료 사보험은 가입자에 대한 balance billing을 금하고 있습니다(치과보험은 예외입니다).

그래서 다시 MEEI billing department에 전화를 했고, 제 사보험과 3자 통화를 거친 후 confirmation number를 받고 $80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확인을 받았습니다.

저는 지난 4월에 진료를 받았고, 지금은 이미 7월입니다. 거의 3개월간 진료비를 갖고 실갱이를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에서 알고 계시는 “미국에서는 XXX가 얼마라더라”는 원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어떤 보험회사도 원가로 병원에 진료비를 지불하지 않습니다. 심평원보다 더하면 더했지, 그들 또한 나을 바 없습니다. 또한, 사보험의 세계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미국 개원의들이 병원 문을 닫고 있고, 다시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의 직원으로 흡수되는 이유 중 하나도, 이와 같은 billing issue를 다뤄야 하는 high administrative cost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미국에서는 의료 소비자로서 자신의 영수증을 철저히 봐야하고, 의문점이 있으면 꼭 보험회사와 병원 billing department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 주에 또 진료를 보러 가야 하는데, 또 한 번 진료비 실갱이를 벌일 준비를 해야 겠습니다.

소아 변비 관련 뉴욕타임즈 기사

왜 소아 변비 같은 “더러운” 이야기를 공개석상에서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임상의는 아니지만, 응급실에 복통으로 내원하는 소아의 1/4의 원인이 변비였다는 보도가 있다면, 이것은 단순히 더러운 얘기가 아니라, 공개적으로 의사가 사회의 이해를 이끌어 내어야 하는 질환 중 하나이므로 블로그에 쓸만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소아 변비.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있었다. 공중 화장실을 다른 사람들과 사용하는 것을 상당히 꺼렸고, 그래서 학교에 가는 날이면 일부러 수업 도중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서 화장실에 갔다. 그냥. 다른 사람들이 내가 볼 일 보는 소리를 듣는 것이 싫었다. 지금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하지만. 속이 시원하지 않으면 일에 지장이 가므로, 억지로 마인트 콘트롤을 하고 화장실에 간다. 중학교 때는 걸스카웃을 했는데, 캠프를 가면 며칠씩 변을 참았다. 대학교 엠티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사를 읽어보면, 나 같은 학생들이 많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인터뷰를 한 의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는 아니었지만, 변이 나오면서 통증을 느낄 경우 defecation anxiety라는 것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기사에 나온 유분증(encopresis)는 소아과 수업 때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간단하게 설명해서, 변비가 생겨 항문쪽 변이 딱딱하게 굳은 상태에서, 대장에 변이 차서 설사와도 같은 액체 변이 항문으로 흘러 나오는 것이다. 소아 관련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계신 선생님의 웹사이트에 잘 설명되어 있다. 부모는 이럴 경우 아이가 변 조절을 못하거나 설사를 한다고 착각하여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뉴욕타임즈 기사는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노동력의 댓가를 인정해 주지 않는 접수비 환불 및 진찰료 지불 거부

제가 3년 반 동안 의사로 진료하면서 응급실 진찰료를 환불해 드리거나, 진찰료를 받지 않은 경우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환자입장에선 당영한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왜 이것이 잘못된 것인지 설명하고 싶습니다.

자본주의의 기본 중 하나는 노동력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노동력은 단순히 몸을 사용하는 노동력만이 아닌, 머리를 쓰는 지식행위도 포함이 되어야 합니다.

힘들게, 아파서, 병원에서 해 줄 것이 있다고 생각되어 병원을 방문한 환자와 가족의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리고, 의사가 “병원에서 특별히 할 것이 없으니 집에 가서 물 많이 드시고 쉬시라”는 안내를 받았을 때 북받쳐 올라오는 짜증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짜증은 의료진의 잘못은 아닙니다. 의료진이 자신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진단을 내리고, 그 진단결과 환자로 하여금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첫 번째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이고(실제로 병원에 오래 있을수록 감염율 증가, 약품 부작용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 두 번째로 의료진은 자신의 노동력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한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력을 제공한 의료진은 합당한 댓가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해 준 것도 없으면서 돈은 왜 받느냐는 따짐이 항상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 해드린 것이 있었으니까요.

아직 서비스 노동력에 대한 가치부여가 부족한 듯합니다.

간병인비가 너무 높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이 기사를 읽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능한 점잖고 논리적으로 말 해 보겠습니다.

1. 아픈 사람을 하루 24시간 돌보는 사람에게 한 달에 200만원이란 월급은 절대로 많은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평생 직업으로 간병인으로 일 한다면, 한 달에 200만원이란 돈이 많다고 생각하시겠습니다? 나는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하고, 남에게 주는 돈은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 다시 곰곰히 그 논리를 생각해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2. 국민건강보험이 간병인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건강보험료를 더 내시면 됩니다.

서남의대 사태를 보며 – 미국 LCME 정책 포함

서남의대와 관련해 이미 졸업생과 학생들이 이수한 학점에 대한 학점을 취소하라는 교과부의 통보가 있었습니다. (기사)

한국과 미국 등의 국가를 비교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지만, 이 번은 예외로 하고 미국의과대학 인증기관인 LCME(Liaison Committee on Medical Education)에 대해 간단히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LCME는 국가기관이 아니지만, 미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했고 미국 의사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선 LCME accredited medical school에서 졸업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한국의 인허가 제도와 비슷합니다.


LCME는 미국의과대학에서 이미 부여한 학점을 취소하지는 않습니다. 해당 의과대학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우선 의대 자체에 대한 probation 기간을 두는 것이 대부분이고 probation 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경우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인증취소를 합니다.

한 의과대학의 인증이 취소되더라도, 이미 배출된 졸업자들의 졸업장을 박탈할 수는 더더욱이 없습니다. 이는 법과 행정적 결정은 예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이상, 일반적으로 소급적용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법리를 바탕으로 합니다.

법리 말이 나와서 그런데, 기본적으로 법과 정책은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지, 피해자에게 두 번, 세 번의 피해를 입혀서는 안됩니다. 용기를 내어 문제점을 지적한 사람들에게 그 죄를 뒤집어 씌우면 안되는 것입니다.

애당초 서남의대 인허가를 해 준 것이 정부이고 그 인허가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 정부였다면, 왜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 한 것에 대해 서남의대생들과 졸업생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지요.

기본적인 법리를 무시해 가면서까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