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재잘재잘

난 성격이 불 같다. 꼭 나쁜 건 아니다. 열정도 결국 화르륵 불 타오르는 것이니까. 난 한 번 불 타 오르면 주변에 보이는 것이 없을 때가 있다.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성격과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끈기와 불이 방향을 잘못 타면 산으로 산으로 갈수도 있다. 누군가 나에게 남편은 나에게 물 같은 존재 같다고 이야기 했었다. 절대로 아니다. 남편은 내 불을 꺼버리는 물이 아니다. 남편은 내 불이 가장 잘 타오를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희생해 주는 내 토양이자 꼬꼬마 동산이다. 때론 내가 활활 타오르고 있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다 타고 재가 될 때까지 옆에서 지켜봐 주는, 그리고 재를 털고 다시 일어날 때 옆에서 부축해 주는. 나의 토양이다. 이제는 화염방사기와 불타는 캠프파이어 단계를 지나 따뜻한 모닥불이 되는 방법도 배우고 있다. 나의 온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게. 그리고 그 모닥불도 남편의 토양 위에서 불태울 것이다. 활활. 🔥🔥

Embrace

포옹하다, 받아 들이다

20대와 30대의 대부분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내 자신을 받아 들이는 과정이어야 하는 것 같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이는 객관적인, 사회적 통념상의 완벽함 뿐만 아니라 내가 나 자신으로부터 원하는, 요구하는, demand하는, 추구하는 완벽함을 포함한다.

아마추어 연극을 하며 배운 것 중 가장 좋았고 기억에 남는 것은 성장하기 위해선 내 자신을 깨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를 나를 감싸고 있는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는 것으로 항상 받아 들였다.

내 자신을 깨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알아서 깨고 나오던지, 내가 나오기 싫어도 내 알이 외부의 힘에 의해 깨지면 어쩔 수 없이 기어 나와야 하는.

내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insecure 했던 것 같다.

이쁘지도 않았고, 몸매가 좋지도 않았고,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공부를 못하는 건 아니었어도 항상 주변에는 천재들이 있었고, 운동을 잘하긴 했어도 항상 운동선수들이 있었다. 나는 그냥 특출나지 않은,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성인이 되며 여자로서는 전혀 보호본능을 일으키지 못하는 강인한 성격의 여자로 성장했고, 나도 한 번 정도는 추운새벽에 남자들이 옷 한 번 벗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지금 남편 조차도 첫 데이트날 바들바들 떠는 나에게 옷을 건네 주기는 커녕, 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표시했었다… ㅡ_ㅡ;;;).

30대 중반을 지나면서 위의 내용은 모두 embrace하기 시작했다.

사실 얼굴이나 몸매와 같은 생긴 것은 내적 자신감이 붙으면서, 삶에 대한 만족도와 행복감이 증가하면서 20대 때보다 훨씬 만족도가 증가했고 증가하고 있고, 남이 뭐라하든 이제 나는 내가 너무 좋다. 나는 나의 생김새를 embrace한다.

공부는. 내가 학교를 좀 오래 다니고 전문직 학교를 많이 다녀서 그렇지, 내가 그렇게 공부를 천재적으로 잘하는 사람은 정말 아니다. 겸손한 척 하려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을 반대로 무시하려는 것도 아니다. 나는 천재들을 정말 많이 안다. 단, 세상은 머리”만” 좋다고, 천재라고 성공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도 배우고 있다. 머리만 좋으면 혼자 보면 되는 시험 성적은 출중할 수 있으나, 사회적인 능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타인과 함께 해야 하는 사회라는 공간에 나아갈 수 있는 potential에는 엄청난 제한이 있다. 타인을 짓밟는 천재는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하려하는 적절히 똑똑한 사람을 사회에서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내가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없고 내가 좋아하는 즐겨하는 분야에 대해서만 “머리가 돌아간다”는 점을 fully embrace한다.

오늘 출근을 하며 한 생각은.

나는 따뜻한 사람이고 싶다. 타인의 아픔을 수용하고 넓은 아량을 갖은 사람이고 싶다.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나에게도 어두운 면이 있다. 나를 아프게 한 사람에 대해선. 날카롭고, 매섭고, 냉정하고, 한 번 등을 돌리면 절대 뒤돌아 보지 않는. 한 번 등을 지면 평생 관계를 회복할 수 없는. 드라이아이스 같은. 무서운. 두려운.

나는 한 편으로 나의 이런 모습이 싫다.

그런데 이 것도 나인 것 같다.

어쩌면 이러한 나의 모습도 embrace해야 하는 것 같다.

내가 나를 알아가는 과정도 꽤나 흥미롭다.

기록하는 이유, 저장하는 이유

최근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변호사”라고 하면 법정에 서는 법조인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경우 변호사의 반 정도는 자문변호사이다.

자문변호사들은 대부분 은퇴할 때까지 법정에 서지 않는다. 나 또한 2010년 졸업 후 단 한 번도 billable client 일로 법정에 선 적이 없고 서고 싶지 않다(봉사를 위해 프로보노 클라이언트를 대리하는 과정에서 housing court judge와 disability benefit administrative law judge 앞에 선 적은 몇 번 있다).

나는 조근조근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고 주장하고 토론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아마 그래서 변호사가 천직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로스쿨에서 송무 변호사의 위치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했을 때, 송무변호사가 몸에 맞을 것이란 생각도 매우 많이 했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자문변호사로 방향을 잡았던 것은 “기록”과 “기억”에 때로는 의존해야 하는 송무를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어로는 he said she said라고도 표현하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 원고와 피고 그리고 각 각의 증인에 의존해야 하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 때론 정반대의 기억과 해석을 갖고 결국에는 다툼을 해야 하는 송무가 내 평생 직업으로 와닿지 않았다.

자문 또한 기록과 기억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transaction/deal들은 forward looking이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risk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인 경우가 많다. 때론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0에 부합하는 일들을 갖고 의견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에, 이 때문에 골치아프기도 하지만(what ifs), 그래도 지나간 일들을 갖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나는 매력을 느낀다.

아마 그래서 나는 미친듯 기록과 저장을 하는 것 같다.

나는 나와 타인의 기억을 믿지 않는다. 인간의 “기억”은 그 순간을 포착하는 것일뿐만 아니라, 과거에 겪었던 일들, 미래에 겪을 일들, 그리고 그 인간의 value system이 뒤섞여 뇌에 남는 그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자기방어와 자기정당화가 뒤섞이기 시작하면 “기억”이란 것은 매우 subjective한 그 무엇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결국 다양한 “진실”이 존재하게 된다. 

그래서 난 가능한 모든 것을 남겨둔다.

편지. 문자. 이메일.

일기.

블로그.

1개월, 1년, 10년 후에 다시 읽어봐도 한 입으로 두 말 할 수 없는 기록을 남겨둔다.

그리고 잊지 않는다.

나에게 도움을 주셨던 분들.

나를 매우 아프게 했던 사람들.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I never forget.

나에겐 나의 진실 외에도 기록이 있다.

Integrity와 리더십

오늘은 오전부터 integrity란 단어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영한사전을 찾아봤는데, 대부분 이 단어를 “진실성” 또는 “청렴결백함”으로 번역하고 있다.  Bilingual로 내가 느끼는 integrity는 진실성이나 청렴결백함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내가 만난, 내가 따르고 싶어한 리더들은 모두 어느정도 상당한 integrity를 갖고 계셨고 계신다. Integrity는 단면적인 성향이라기 보단 상당히 3D 같은, 성격의 일부라고 느껴진다.

정직함, 솔직함, 일관성(사람들을 대할 때의 일관성, 특정 이슈를 대할 때의 일관성, 즉, 이 분에게서는 어떠한 문제를 가져갔을 때 어떠한 반응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으므로 지적, 감정적으로 미리 준비를 해 갈 수 있으므로 불안한 심리를 감소시킬 수 있고 준비를 철저히 할 수 있으며 보다 productive and efficient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을 수 있는 일관성 – 이는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일을 대함에 있어 professionalism, 자신의 일을 타인에게 미루지 않는 상사의 역할 수행, 어려운 일, 상사로서 해야 할 일은 자신이 피하지 않는 리더십, 윤리적 모범을 보여주는 모습, 때론 자신이 희생을 하는 모습, 고마움을 표현할 줄 아는 모습, 자신도 vulnerable함을 보일 수 있는 자신감,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는 자세, 자신을 믿을 수 있도록 타인에게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세 등등.

물론 모든 사람이 위의 모든 성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integrity는 정말 수년간의 경험과 노력을 바탕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라고 느낀다.

나도 integrity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도 매 순간 실패하고 있고, 좌절하고, 내 자신에게 실망하다.

나도 내 자신에게 “What the hell were you thinking?!!!”

이라고 외치는 순간들이 있고, 그럴 때마다 참 내 자신이 싫어진다.

그래도 끝까지 노력은 할거다.

옆에서 보면 integrity 있으신 분들이 세상에 얼마나 큰 inspiration이 되는지 알 것 같으니까.

남편은 매일 내가 얼마나 완벽하지 않은 인간인지 깨닫게 해준다.

그나마 참 다행이다. 나에게 거리낌 없이 나의 완벽하지 않음을 지적해 주고 나를 바른길로 인도해 주는 반쪽이 있어서.

#착하게살자 #착하게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