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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전정보 차별금지법 – GINA

유전자 관련 산업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미국 유전정보 차별금지법 관련 내용을 공부하던 중 정리하여 블로그에 올립니다. 저는 변호사이지만, 이 포스팅에 올리는 내용은 법적조언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미국은 지난 2008년 유전정보 차별금지법 (Genetic Information Nondiscrimination Act of 2008, GINA)을 통과한 바 있습니다. GINA의 목표는 미국시민이 자신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보험자와 고용주에게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GINA의 Title I은 미국의 메인 의료정보 보호법인 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of 1996 (HIPAA)와 사회보장법인 Social Security Act의 개정을 통해 보험자의 차별을 방지하였습니다.

Title I의 주요 내용은 보험자가 보험가입자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가입제한 등의 차별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국민건강보험이란 국가운영 의료보험 제도이고, pre-existing condition(기왕증)을 통한 차별이 금지되어 있지만, 미국의 경우 과반수 이상의 시민이 사보험을 통해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고, 사보험의 경우 대부분의 주에서 기왕증을 통한 차별이 가능해 왔습니다. 물론, 2010년 통과된 흔히 말하는 오바마케어인 의료개혁법을 통해 기왕증을 통한 가입자제한은 제한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기왕증을 통한 가입제한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기왕증이 있는 가입자의 경우 의료보험비가 증가하거나, 기왕증과 관련된 질환에 대해서는 의료보험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왔습니다. GINA는 법적으로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이러한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험자는 가입자나 가족으로 하여금 보험 가입 전 유전자 검사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Title II에서는 고용주가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고용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즉, 고용을 함에 있어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고용결정을 하거나, 해고 결정을 하거나, 승진 결정, 월급 인상 또는 인하 결정 등을 하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GINA에도 예외조항은 있습니다.

GINA는 생명보험, 장애보험, 장기요양보험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즉, 이와 같은 보험기관들은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가입자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군인 보험인 TRICARE 가입자, 인디언 의료 서비스 등에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GINA는 15명 미만의 직원을 두고 있는 고용주에게는 해당되지 않으며, 미군에게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즉, 직원이 14명일 경우나 미군일 경우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고용과 관련된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유전정보는 연구단계인 점을 감안했을 때, 유전정보를 수집하는 임상시험에 있어 임상시험 피시험자에게 어떠한 정보를 제공하고 동의를 받아야 할 지도 중요합니다. 실제로, 저도 MGH IRB를 하면서 유전정보 수집과 관련된 스터디를 상당히 많이 검토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되어 피시험자에게 제대로 된 동의를 받고 있는지를 감시합니다.

현재 임상시험 피시험자에게 제공해야 할 정보는 (1) 왜 유전정보를 수집하는지, (2) 이 정보는 어떻게 보호될 것인지, (3) 어떠한 사람들(연구자들)이 이 정보를 볼 수 있는지, (4) 더 이상 자신의 유전정보를 연구자들에게 공개하기 싫은 경우 누구에게 어떻게 연락을 취해서 유전정보를 없앨 수 있는지, (5) 유전정보를 제공할 경우 어떤 위험에 노출되는지(서버 보안 포함), 그리고 (6) 이런 스터디에 참여할 경우 어떠한 보상이나 수혜를 받을 수 있는지(스터디 참여 compensation 포함) 등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유전정보 수집이 유일한 스터디 목적이 아니지만, 유전정보 수집이 포함된 스터디일 경우, 유전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나머지 스터디에는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피시험자에게 명확히 전달해야 합니다.

GINA 관련 주요 regulation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GINA 관련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자신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고용주에게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되는 경우 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 (EEOC)에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보험의 경우 각 보험을 관할하는 정부기관이 다르므로, 이와 관련해서는 보험자의 관할기관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의 경우 대한민국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통해 유전정보를 통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제31조 (유전정보에 의한 차별금지)

(1) 누구든지 유전정보를 이유로 하여 교육·고용·승진·보험 등 사회활동에 있어서 다른 사람을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

(2)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타인에게 유전자검사를 받도록 강요하거나 유전자검사의 결과를 제출하도록 강요하여서는 아니된다.

GINA 통과 후,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한 차별 관련 기사는 아직 접해보지 못 한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아직 유전자 검사의 가격이 상당히 비싼 점을 감안했을 때, 유전자 검사를 받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 유전정보를 활용하는 방법에 있어 아직 전문가들도 정확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도 있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하지만, 유전자 산업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 법과 제도 또한 빠른 속도로 따라 잡아야 할 것은 분명합니다.

미국 ScioDerm사 160억 이상 투자유치 및 FDA Breakthrough Designation

6명의 “virtual” staff(출퇴근을 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근무하는 직원들)을 둔 바이오텍 회사가 최근 원화 160억 상당의 투자와 대형제약회사에게 밖에 주어지지 않았던 “breakthrough” designation을 받았습니다.

North Carolina주에 위치한 ScioDerm은 Epidermolysis Bullosa 치료제인 피부에 바르는 SD-101을 개발 중입니다. 이미 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Phase II proof-of-concept study를 진행했으며, 이 중 7명은 1달 내에 환부가 말끔히 치료됐다고 합니다.

사장 Robert Ryan에 의하면 동물실험보다는 처음부터 human proof-of-concept 데이터를 구한 것이 FDA의 breakthrough designation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FDA designation은 투자를 받는 것 또한 수훨하게 했겠지요.

ScioDerm Press Release

노동력의 댓가를 인정해 주지 않는 접수비 환불 및 진찰료 지불 거부

제가 3년 반 동안 의사로 진료하면서 응급실 진찰료를 환불해 드리거나, 진찰료를 받지 않은 경우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환자입장에선 당영한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왜 이것이 잘못된 것인지 설명하고 싶습니다.

자본주의의 기본 중 하나는 노동력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노동력은 단순히 몸을 사용하는 노동력만이 아닌, 머리를 쓰는 지식행위도 포함이 되어야 합니다.

힘들게, 아파서, 병원에서 해 줄 것이 있다고 생각되어 병원을 방문한 환자와 가족의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리고, 의사가 “병원에서 특별히 할 것이 없으니 집에 가서 물 많이 드시고 쉬시라”는 안내를 받았을 때 북받쳐 올라오는 짜증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짜증은 의료진의 잘못은 아닙니다. 의료진이 자신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진단을 내리고, 그 진단결과 환자로 하여금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첫 번째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이고(실제로 병원에 오래 있을수록 감염율 증가, 약품 부작용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 두 번째로 의료진은 자신의 노동력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한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력을 제공한 의료진은 합당한 댓가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해 준 것도 없으면서 돈은 왜 받느냐는 따짐이 항상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 해드린 것이 있었으니까요.

아직 서비스 노동력에 대한 가치부여가 부족한 듯합니다.

미국 수련의 근무시간 제한의 역사

미국 수련의 과정은 정부기관이 아닌 비영리단체인 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ion Medical Education의 관할하에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ACGME는 수련의 질을 보장해 주는 단체/기관으로, ACGME의 인가를 받은 기관만의 혜택(예: 정부수가)이 있고, 이 혜택 없이는 불이익이 많으며, 병원의 수익성에 큰 영향이 미칠 뿐만 아니라 지원자들의 quality 자체가 감소하여, 왠만한 수련기관의 경우 ACGME의 인가를 받지 않는 것은 사실상 수련병원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비슷합니다. 수련의들의 경우에도, 각 주의 의사면허 취득을 위해선, 최소한 1년 이상 ACGME 인가를 받은 기관에서 수련을 마쳐야 합니다.

ACGME는 지난 2003년 수련의 근무시간 제한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즉, ACGME의 인가를 받기 위해선, 수련의의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내부규정과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건, 과연 한국에서 수련의 근무시간 제한을 했을 때, 누가 이를 강제하고 처벌할 수 있으냐입니다. 이와 관련된 미국의 경험은 아래 뉴욕 주의 경험에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3년 ACGME rule의 가장 큰 포인트는 수련의의 근무시간을 한 달에 80시간으로 제한했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 이 제도 또한 변화를 겪어, 지난 2011년에는 한 근무 당 16시간의 근무를 초과하지 못하는 제도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Stepping back a little, 이런 미국 수련의 근무시간 제한의 역사를 조금 살펴보고자합니다.

사실상 “resident physician”은 병원에 상주하는(resident) 의사라는 의미로 시작되었습니다. 즉, 풀당을 서며 수련을 받는 의사들을 일컫는 단어였습니다. 그러나, 불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근무하는 어린 의사들의 performance에 대해 연구자들의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고, 1971년 처음으로 당직을 마친 의사들이 심전도 판독에 있어 당직을 갓 마치지 않은 의사들에 비해 더 많은 오류를 범한다는 스터디가 발표됐습니다. (NEJM: The Intern and Sleep Loss, 1971)

사실 1970년대 이전부터 수련의 환경개선에 대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10년, 이미 미국의사협회인 AMA는 “approved” program list를 발표했고,
1950년 대에는 각 과의 Residency Review Committee가 수련의 과정 인가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1970년대부터 비로소 수련의 과정을 인가하는 독립적인 단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1972년에는 Liason Committee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LCGME)이 발촉됐으며, 1981년에는 현재 저희가 알고 있는 ACGME가 발촉되어 LCGME의 역할을 물려받았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련과정 인가단체로 발돋움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수련의 근무시간 제한에 대한 논의가 있기 시작한 것은 1984년 Libby Zion 사건 이후입니다. 뉴욕의 한 대학병원의 응급실 도착 후 레지던트 1-2년차에게 진료를 받은 후 8시간 만에 사망한 대학교 1학년 학생의 사건이 형사사건으로 진행되면서, 학생을 진료한 의사들이 한 번에 36시간의 근무를 선다는 사실에 경악한 뉴욕사회의 반응을 토대로 New York Health Commissioner는 Bell Commission으로 알려지게 된 advisory committee를 발촉하게 됩니다.

1987년 발표된 Bell Commission의 보고서는 수련의의 근무시간을 일 주일에 80시간으로 제한하고 한 근무당 24시간 이상 근무하지 않게 하라는 정책제안을 하게 됩니다.

이 제안은 결국 1989년 뉴욕법안으로 제정되었습니다.

이 다음이 한국에서 유의주시해야 할 부분입니다.

비록 법이 통과됐지만, 약 13년 후인 2002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뉴욕의 118개 수련병원 중 60%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었습니다. 즉, 법이 만들어졌지만 이를 감독 및 강제하는 기관이 없었으므로, 법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입니다. 한 1989년 스터디에 따르면, 이렇게 지켜지지 않는 법을 유지하고 관리감독하기 위해 병원들이 추가로 필요로하는 비용은 1989년 돈으로 약 3500억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JAMA: House Staff Supervision and Working Hours Implications of Regulatory Change in New York State, 1989)

그 사이 ACGME도 수련의 근무시간에 대한 연구에 나섰습니다. 1987년에는 수련의 근무시간을 포함한 몇 가지 사항을 조사하는 task force를 형성했으며, 1988년에는 주 당 근무시간 80시간, 밤 아르바이트(moonlighting) 주 당 80시간 제한을 권고하였습니다. 이 때까지도 단지 권고였을 뿐, 강제화하는 rule은 아니었습니다.

이후 1990년 ACGME가 처음 수련의 근무시간 관련 rule로 도입한 용어는 ACGME내의 정치환경을 잘 반영합니다. 미국병원협회가 멤버로 포함되어 있는 ACGME가 1990년 승인한 내용은 수련의 근무시간을 강제하지 않고, 각 과 프로그램이 정책을 세울 것만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동안 잠잠했던 수련의 근무시간 제한은 1999년 Institute of Medicine의 보고서에 의해 다시 이슈화 됐습니다. 이 보고서는 수련의의 근무시간에 대한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보단, 레지던트들의 medical error를 포함해 전반적인 수련과정과 관련된 이슈를 다뤘습니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ACGME는 다시 한 번 몇 번에 걸쳐 수련의 근무시간에 대해 논의하게 되었고, 2003년 주 당 80시간 제한이라는 rule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80시간 제한으로 정책자들이 원했던 수련의 수면의 질 향상, 의료의 질 향상 등이 나타나지 않자 특단의 조치로 한 근무타임 당 16시간이란 새로운 제한을 2011년에 만든바 있습니다.

정책자라면, 단순히 근무시간만을 봐서는 안될 것입니다. 즉, 이러한 제도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고민해야합니다. 이와 관련된 논문은 꽤 많지만, 한국에 직접적으로 대입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스터디를 하시고자 하는 분들은 다음과 같은 논문을 참조하실 수는 있겠습니다: Cost Implications of ACGME’s 2011 Changes to Resident Duty Hours and the Training Environment (2011년 정책 도입 후 비용에 대한 고찰).

일 주일에 100-150시간씩 일하는 것은 분명 정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안이 단순히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최근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행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사실상 재래시장의 활성화로 연결되고 있지는 않다는 보도와도 비슷한 개념입니다. 더 큰 그림을 보고,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정책개선 아닐까요.

수련의 주 근무시간 80시간 제한이 해결방안이 아닐 수도 있는 이유

저는 단 1년의 수련과정을 겪었습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제 경험을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1년 동안 주말포함 단 3일의 휴가를 다녀왔으며, 한 달에 한 번 집에 간 적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과 미국 모두의 수련환경은 강제노동과 비슷합니다.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보장해 줄테니(사실 수련병원이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은 고개 숙이고 시키는 대로 일하라는 강압적인 환경이 사실입니다. 한국의사들은 미국 레지던트들은 비교적 편하게 수련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복잡한 의료환경을 정해진 근무시간 안에 해결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갈수록 환자의 인권을 더욱 더 존중해 주고, 낮은 수가 하에서 병원 수익을 걱정해야 하며, 정책인들도 100% 이해하지 못하는 미국의 의료환경 속에서 리더로 활동해야 하기에 그들의 수련환경 또한 challenging하다고 생각합니다. 남편만 해도, 하루 12시간의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파김치가 되어 다음 근무시간을 기다립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보건복지부에서 수련의 근무시간을 주 당 80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우선, 미국에서도 어림잡아 80시간으로 대충 맞춰잡은 근무시간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과도 같은 정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과연 이 80시간이란 제한은 어떻게 정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과학적인 근무시간 계산방식이 있었는지요?

그리고, 주 근무시간 80시간 + 한 근무타임 당 16시간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한 지 이제 2년이 되어가는 미국에서 나오는 연구결과들에 대한 분석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다양한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근무시간을 80/16으로 제한한다고 해서 인턴들의 수면시간이 늘지 않았으며, 수련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렇다고 근무를 하지 않는 시간에 더 많은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JAMA) (주 당 80시간 제한은 이미 2003년에 도입된 바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수련의 중 반은 이런 근무시간 제한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NEJM)

다른 스터디에 의하면 인턴들은 근무시간 제한으로 인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고 했습니다. (JAMA)

특히 정책자들이 눈여겨 봐야 할 논문 중 하나는, 수련시간 제한으로 인해 환자가 겪는 의료의 질이 의미있다고 할 정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결론을 보고한 것입니다. (JAMA)

솔직하게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인턴과 레지던트 3-4년차의 근무시간은 천지차이인 과가 많습니다. 즉, 어린 연차에게 독박을 씌우는 것입니다. 교수님들 중 당직을 서시는 분들이 몇이나 계신지요? 근무시간을 강제적으로 제한하기 전에, 일의 배분을 공평하게 나누는 방식은 생각해 보셨는지요? 근무시간 제한은 풍선의 한 쪽을 꾸욱 누르는 정도의 정책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 쪽을 누르면, 분명 다른 쪽이 튀어나오게 됩니다. 위의 논문과 설문조사가 이를 반영합니다.

미국의 경우, 근무시간 제한으로 인해 한국과 비슷한 night float란 당직 시스템이 개발됐습니다. 즉, 퇴근을 하는 수련의들이 한 명 또는 소수의 수련의에게 자신의 환자를 모두 던지고 퇴근하는 것입니다. 근무시간 제한이 있으니 퇴근은 해야하고, 누군가는 환자를 봐야하니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위의 논문들에 보면,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의 질이 너무나도 낮아져 간호사들이 들고 일어나 night float를 없앤 병원도 있습니다. 어린 의사들 또한, 80/16 근무시간 제한 전보다 더 많은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는 대답도 한 바 있습니다. 이미 night float 시스템을 최소한으로 운영하고 있는 병원들은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요? 낮은 수가를 유지하면서 의사들에게는 울며겨자 먹기로 더 많은 의사들을 고용하라는 것인지요?

절대 비꼬는 글도, 비판하는 글도 아닙니다. 궁금한 것이 많을 뿐이고, transparency를 원할 뿐입니다.

미국 제약회사의 미국의사 접대 감소

저는 약 3년 반 동안 진료를 하는 의사생활을 했고, 그 중 2년 반은 1차 의료기관에서 일을 했습니다. 언젠가는, 당시 겪었던 파란만장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경찰조사 포함), 오늘은 의사접대에 관한 이야기만 하고자 합니다.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시작하고 몇 주가 지나지 않아 제약회사 직원들의 방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의과대학 시절, 모교에서 학회를 하면 제약회사에서 나눠주던 볼펜이 그렇게 갖고 싶었고, 인턴인척 줄을 서서 펜과 포스트잇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어느순간 깨달았습니다. 저에게는 공짜인 그 물건들에 대한 비용을 누군가는 내야 한다는 것을. 물론 제약회사가 1차적으로 부담하는 것이었지만, 그들 또한 어디에선가 그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는 것을. 결국 그러한 제약회사의 마케팅 비용은 고스란히 환자들의 약가에 반영된다는 것을.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부터 절대로 제약회사나 의료기가 회사의 접대를 받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고, 남편에게도 같은 부탁을 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지금도 병원에서 제약회사가 스폰서하는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습니다.

어쨌던, 진료를 시작한 후 방문해 주시기 시작한 제약회사 직원들에게 저는 절대로 접대를 받지 않겠으니 돌아가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딱 한 번, 뭔가를 받은 적이 있는데, 갓 회사를 시작한 제 동생뻘 되는 직원이 나에게 무엇을 해 줬다는 보고를 꼭 해야하니, 부탁인데 자신이 집에서 구워온 영화 CD를 받아 달라고 부탁을 해서 결국 받았던 기억은 납니다. 그 영화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의사들이 제약회사의 접대를 받으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제가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주제는 priming입니다. 의사들은 자존심을 걸고 제약회사의 접대를 받더라도 처방행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그리고 그런 접대로 인해 처방권을 포기하는 의사는 없겠지만), 인간인지라 이것은 사실이 아님이 다양한 사회적 연구에 의해 반박된 바 있습니다. Priming을 간단히 설명하면, 광고 중간중간에 시원한 코카콜라를 봤을 때 콜라를 마시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는 것과 같습니다. 조금 더 복잡한 실험들과 관련한 좋은 기사입니다. 즉, 접대로 인해 특정 약품 또한 제약회사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되는 것이 priming입니다. 마찬가지로, 최근 한국의사들이 동아제약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는 것도 negative priming의 일종입니다.

미국의 경우 제약회사 판매직원들의 수를 감소하는 추세입니다(릴리 판매직원 30% 감소 기사). 화이자나 영국의 글락소 또한 의사들의 접대비용을 대폭 줄이고 있습니다(관련기사). 참고로, 미국에서 의사 대가성이 없는 접대는 대부분 주와 연방법 하에서 불법이 아닙니다. (이 글은 대가성 접대와는 무관합니다.)

제 의견을 떠나, 미국 제약회사들의 추세는 접대비용과 판매직원 축소입니다.

바이오기업들의 새로운 전략 – 벤처 합작

영국의 글락소가 최근 매우 재미있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기사). 즉, 미국의 벤처회사와 합작을 한 것입니다. 자금은 글락소가 대고, 새로운 바이오기술 발견은 벤처회사가 하되, 성공 가능성이 있는 기술력은 글락소가 구입할 수 있는 조건을 건 합작입니다. 자금이 필요한 벤처회사의 필요와 새로운 바이오기술의 발굴이 시급한 제약회사의 필요가 만나 탄생한 전략입니다.

이런 전략은 제약회사나 벤처회사가 창안하기도 하지만, 한국과 달리 기업변호사들이 매우 큰 역할을 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전략을 구사해야 하며, 복잡한 세법의 이해도에 따라 이익과 세금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양한 기업들과 전략을 구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creative strategy를 고안해 내기도 합니다.

기존 변호사들의 역할은 사건수임 정도였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적어도 미국 변호사들에 있어선 클라이언트들과 함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고안해 내고 실현하는 역할을 이행하는 파트너들입니다.

진료하는 의사가 되지 않겠다고 결심한 지 12년이 되어가는데, 이 정도로 재미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었습니다. 변호사들의 역할은 정말 다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