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련의 근무시간 제한의 역사

미국 수련의 과정은 정부기관이 아닌 비영리단체인 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ion Medical Education의 관할하에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ACGME는 수련의 질을 보장해 주는 단체/기관으로, ACGME의 인가를 받은 기관만의 혜택(예: 정부수가)이 있고, 이 혜택 없이는 불이익이 많으며, 병원의 수익성에 큰 영향이 미칠 뿐만 아니라 지원자들의 quality 자체가 감소하여, 왠만한 수련기관의 경우 ACGME의 인가를 받지 않는 것은 사실상 수련병원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비슷합니다. 수련의들의 경우에도, 각 주의 의사면허 취득을 위해선, 최소한 1년 이상 ACGME 인가를 받은 기관에서 수련을 마쳐야 합니다.

ACGME는 지난 2003년 수련의 근무시간 제한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즉, ACGME의 인가를 받기 위해선, 수련의의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내부규정과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건, 과연 한국에서 수련의 근무시간 제한을 했을 때, 누가 이를 강제하고 처벌할 수 있으냐입니다. 이와 관련된 미국의 경험은 아래 뉴욕 주의 경험에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3년 ACGME rule의 가장 큰 포인트는 수련의의 근무시간을 한 달에 80시간으로 제한했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 이 제도 또한 변화를 겪어, 지난 2011년에는 한 근무 당 16시간의 근무를 초과하지 못하는 제도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Stepping back a little, 이런 미국 수련의 근무시간 제한의 역사를 조금 살펴보고자합니다.

사실상 “resident physician”은 병원에 상주하는(resident) 의사라는 의미로 시작되었습니다. 즉, 풀당을 서며 수련을 받는 의사들을 일컫는 단어였습니다. 그러나, 불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근무하는 어린 의사들의 performance에 대해 연구자들의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고, 1971년 처음으로 당직을 마친 의사들이 심전도 판독에 있어 당직을 갓 마치지 않은 의사들에 비해 더 많은 오류를 범한다는 스터디가 발표됐습니다. (NEJM: The Intern and Sleep Loss, 1971)

사실 1970년대 이전부터 수련의 환경개선에 대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10년, 이미 미국의사협회인 AMA는 “approved” program list를 발표했고,
1950년 대에는 각 과의 Residency Review Committee가 수련의 과정 인가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1970년대부터 비로소 수련의 과정을 인가하는 독립적인 단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1972년에는 Liason Committee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LCGME)이 발촉됐으며, 1981년에는 현재 저희가 알고 있는 ACGME가 발촉되어 LCGME의 역할을 물려받았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련과정 인가단체로 발돋움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수련의 근무시간 제한에 대한 논의가 있기 시작한 것은 1984년 Libby Zion 사건 이후입니다. 뉴욕의 한 대학병원의 응급실 도착 후 레지던트 1-2년차에게 진료를 받은 후 8시간 만에 사망한 대학교 1학년 학생의 사건이 형사사건으로 진행되면서, 학생을 진료한 의사들이 한 번에 36시간의 근무를 선다는 사실에 경악한 뉴욕사회의 반응을 토대로 New York Health Commissioner는 Bell Commission으로 알려지게 된 advisory committee를 발촉하게 됩니다.

1987년 발표된 Bell Commission의 보고서는 수련의의 근무시간을 일 주일에 80시간으로 제한하고 한 근무당 24시간 이상 근무하지 않게 하라는 정책제안을 하게 됩니다.

이 제안은 결국 1989년 뉴욕법안으로 제정되었습니다.

이 다음이 한국에서 유의주시해야 할 부분입니다.

비록 법이 통과됐지만, 약 13년 후인 2002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뉴욕의 118개 수련병원 중 60%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었습니다. 즉, 법이 만들어졌지만 이를 감독 및 강제하는 기관이 없었으므로, 법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입니다. 한 1989년 스터디에 따르면, 이렇게 지켜지지 않는 법을 유지하고 관리감독하기 위해 병원들이 추가로 필요로하는 비용은 1989년 돈으로 약 3500억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JAMA: House Staff Supervision and Working Hours Implications of Regulatory Change in New York State, 1989)

그 사이 ACGME도 수련의 근무시간에 대한 연구에 나섰습니다. 1987년에는 수련의 근무시간을 포함한 몇 가지 사항을 조사하는 task force를 형성했으며, 1988년에는 주 당 근무시간 80시간, 밤 아르바이트(moonlighting) 주 당 80시간 제한을 권고하였습니다. 이 때까지도 단지 권고였을 뿐, 강제화하는 rule은 아니었습니다.

이후 1990년 ACGME가 처음 수련의 근무시간 관련 rule로 도입한 용어는 ACGME내의 정치환경을 잘 반영합니다. 미국병원협회가 멤버로 포함되어 있는 ACGME가 1990년 승인한 내용은 수련의 근무시간을 강제하지 않고, 각 과 프로그램이 정책을 세울 것만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동안 잠잠했던 수련의 근무시간 제한은 1999년 Institute of Medicine의 보고서에 의해 다시 이슈화 됐습니다. 이 보고서는 수련의의 근무시간에 대한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보단, 레지던트들의 medical error를 포함해 전반적인 수련과정과 관련된 이슈를 다뤘습니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ACGME는 다시 한 번 몇 번에 걸쳐 수련의 근무시간에 대해 논의하게 되었고, 2003년 주 당 80시간 제한이라는 rule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80시간 제한으로 정책자들이 원했던 수련의 수면의 질 향상, 의료의 질 향상 등이 나타나지 않자 특단의 조치로 한 근무타임 당 16시간이란 새로운 제한을 2011년에 만든바 있습니다.

정책자라면, 단순히 근무시간만을 봐서는 안될 것입니다. 즉, 이러한 제도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고민해야합니다. 이와 관련된 논문은 꽤 많지만, 한국에 직접적으로 대입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스터디를 하시고자 하는 분들은 다음과 같은 논문을 참조하실 수는 있겠습니다: Cost Implications of ACGME’s 2011 Changes to Resident Duty Hours and the Training Environment (2011년 정책 도입 후 비용에 대한 고찰).

일 주일에 100-150시간씩 일하는 것은 분명 정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안이 단순히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최근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행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사실상 재래시장의 활성화로 연결되고 있지는 않다는 보도와도 비슷한 개념입니다. 더 큰 그림을 보고,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정책개선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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