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Archives: Jekkie

Play by the Rules

인간의 심성이 다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효율성을 찾는 것 같고, 그 효율성을 찾는 방법 중 하나가 때론 영어표현으로 cutting corners일 때가 있는 것 같다. 즉, 일반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정 또는 과정이 1-10이라면, 그 중 뛰어 넘어도 티가 나지 않는, 반대로 해도 별로 티가 나지 않는, 그래서 하나 안하나 별로 차이가 없는 규정이나 과정은 무시하고 넘어가 버리는 행위를 하곤 한다. 나 또한 그러고자 하는 욕구가 매일 매일 몇번씩 있다. 이를 영어표현으론 cutting corners라고 한다. 또한. Not playing by the rules이기도 하다. Rule은 1-10을 차례대로, 또는 차례대로가 아니더라도 1-10을 모두 하는 것인데, 하나라도 뛰어 넘으면 룰대로 하는 것이 아니니까.

예전에 왕짱님이 종종 breaking the rule, not playing by the rule까진 아니어도 뭔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bending the rule을 하는 것처럼 보일 때마다 나에게 말씀해 주셨다,

그런 열정과 용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돌진해 나아가는 것은 매우 좋은 자세다. 그러나 언제나 기억해라.

Play by the rules. You always need to play by the rules.

한번 내가 룰을 어기면, 아무리 내 의도가 좋았다 하더라도 내가 룰을 어겼다는 것 때문에 의도 자체가 무관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며 배우고 있다.

그렇다면 룰이 마음에 안들면, 룰 자체가 불공평하다면.

맞다. 그래서 정책/법 공부를 시작한 것이었다.

불공평한 룰이 있다면 룰을 어떻게 만들고 바꿀 수 있는지 배워서 룰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것이지, 룰을 건너 뛰거나 룰을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캘리포니아 바시험을 준비하며 

캘리포니아 바시험 공부를 하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운동도 많이하고 근력도 좋다지만 고등학교, 대학교, 하물며 로스쿨 때만 못하다. 쉬엄쉬엄, 천천히 할 수 있는만큼 하고 있다.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이 많다. 신생아 수준으로 자는 날도 있어 남편이 놀란다. 나도 놀랍다. 

악몽을 꾸는데, 오늘 아침엔 잠을 하도 자서 시험 전날 저녁에 깼는 꿈을 꿨다. 아직 진도도 다 못 뺀 상태에서 시험공부용 책이 든 가방을 어디다 두고 집에 온 설정이었는데, 로펌 후배 왈, 가수 “비”씨가 그 가방을 의대 “과방”에 가져다 두었다는 것이다(나는 “비”씨 노래 중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그 분을 잘 모른다… 최근 결혼 축하 드린다). 

그래서 이과대학에서 의과대학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이콰가 반원을 그리고 합창을 시작했다. Soo Jeong Kim 왜 그곳에 있었을까. 

어쨌든 이런 악몽들을 꾼다. 

그래도. 2010년 뉴욕.매사추세츠 바시험을 준비할 때보단 상당히 인간다워졌다. 

남편에게 성질도 훨씬 덜 부리고 밤낮도 거의 안 뒤집어 졌으며. 마음이 편하다. 나이 때문일수도 있고. 경험이 쌓인 것일 수도 있고. 그냥. 그냥 이젠 나도 사람이 변한 것일 수도 있고. 

시험 공부를 하면서 재미도 있지만. 

법이란 것이 이렇게 현실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건데. 이렇게 망나니 대통령이 들어와도 법체계가 사회를 보호할 수 있는건데. 

그렇지 못할 경우 피해 보는 것은 마찬가지로 개인 하나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 10-15분에 한 번씩 책을 내려놓고 한숨을 쉰다. 

정치인들을 잘 뽑아야 하는 이유. 입법체계가 강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법을 쓰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성폭행. 

장애인보호. 

옥시와 같은 제품으로 부터 소비자 보호. 

이 모든 것은 사법부가 아닌 입법부. 즉 정치인들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고. 

현재 한국의 법이 국민을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바시험 강의해 주시는 교수님들의 농담에 웃으면서. 혼자 울면서. 마음 아파 하면서. 

그러면서 캘리포니아 바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

자본, 시간, 에너지와 같은 resource의 공통점은 그 양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그 어떠한 개인이나 사회, 국가도 무제한적인 자본, 시간, 에너지 등의 resource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사회/국가보다) 많은 양의 resource를 보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resource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예측성은 resource efficiency를 높여준다. 내 돈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내 열정을 어떻게 쏟아부을 것인지를 결정할 때 나도 중요하지만 내 주변 환경이란 variable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 모두 정치적 카오스에 빠져있다. 예측성이 저하되면 도박성에 가까워지는데(50:50는 동전던지기와 마찬가지이고, 이는 도박에 가깝다) 그런 사회는 생산성과 안정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아까운 자본, 시간, 에너지를 비상식적인, 비헌법적인, 비민주적인 언행에 쏟아붓는 리더들 덕분에. 낭비와 혼란에 빠져있는 것 같다. 

이 또한. 

지나가리. 

Standing Ground / Do Your Job

나는 고집이 센편이다. 경쟁심도 강한편이다.

그런데 경험이 쌓이면서, 나이를 먹으면서. 고집을 부려야할 상황과 양보해야 할 상황을 구분하기 시작했고, 경쟁을 피할 수 있다면 경쟁을 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 그래서. 꼭 고집을 부려야 하거나,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꼭 논쟁이나 언쟁을 해야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피할 수 없는 판단이 서지 않는 이상 굳이 손톱발톱을 내밀지 않는다.

고집의 경우. 결국 내 의견을 굽히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변호사로, 전문가로 내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내 전문적 의견에 확신을 갖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 고집은 항상 상대측, 즉 내 클라이언트의 반대측에게만 부리는 것은 아니다. 때론 내 편에게, 내 클라이언트에게 부려야 할 경우도 있다. 물론 설득하고 설명하고 때론 클라이언트의 반박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전문가라면. 클라이언트가 내가 전문가이기 때문에 나를 찾았다면, 나는 그에게 최대한 프로페셔널한, 내가 판단했을 때 올바란 조언과 전략과 방향으로 딜을 이끌어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내 임무이자 내 역할이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감독인 벨로첵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너의 역할에 충실하라(Do your job)”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패츠 팬들은 이 말을 상당히 좋아한다. 뉴잉글랜드 사람들의 성향도 사실 비슷하다.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다하는 사람들.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타인을 돕고, 자신이 속한 지역에 관심을 갖고 나누고. 그것 또한 자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니까.

보스턴에서 변호사로 성장하면서 내가 배운 것 또한 그것이다: 너의 역할에 충실하라.

내 역할은 변호사로, 클라이언트의 법조인으로 객관적이고 가장 프로페셔널한 법적 자문을 하는 것이다.

나는 대부분 40-60대 백인남자 대표님들와 이사님들을 상대로 업무를 한다. 때론 그분들의 무언의 압박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러한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자문을 하는 것이.

그것이 내 가치이자 역할이다.

이 부분에 있어선. 절대로 양보할 생각이 없다. 언제나 고집을 부리고, 내면의 경쟁을 유지해야 할 부분이다.

Stand your ground. Do your job.

캘리포니아 바시험 공부 2일째 아침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해한 개념이 있다. 너무너무너무 행복하다️.

도대체 누가 날 로스쿨에서 졸업 시켜줬으며, 난 어떻게 변호사 면허를 받은 걸까. 매우 궁금하다.

덧글.

난 커피숍에서 공부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개인취향이므로, 커피숍에서 공부하는 분들에게 뭐라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난 그렇다고 도서관에서 공부가 잘되는 것도 아니다. 즉. 아주 조용한 공간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오늘도. 토요일 아침 필라테스 운동을 위해 스튜디오에 가서 주변에서 다른 사람들은 운동하고 있는 와중에 난 내 차례를 기다리며 이어폰을 꽂고 구석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고 중간중간 딴짓도 하고 남편 운동하는 거 구경도 하며 공부했다. 난 결국. 공부환경보다는. 내가 공부하고자 하는 내용이 훨씬 중요한 것 같다. 내용이 재미있으면. 어디서 공부하든 상관없다.

내 포인트는. 사람마다 공부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남편의 경우 항상 주변소음이 있어야 하고 공부 전에 약간 졸아줘야 하며 집중하면 꽤 오랜시간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것 같다. 남편은 아침에 집중을 잘하고 난 저녁에 집중을 잘한다.

난 스터디를 별로 안좋한다(예외적으로. 2시간 스터디 후 10시간 뒷풀이 모임은 환영한다). 난 암기나 경쟁보단, 시험과 무관한 토론을 즐긴다. 그래서 특정 목적이 있는, 때론 서로 경쟁하는 스터디가 별로다.

정해진 것은 없다.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것. 찾아갈 수 있는 것.

그것이 행복이자 축복이다.

캘리포니아 바시험 공부 1일 후 소감

흠. 난 참 아는게 없구나. 
어떻게 뉴욕/매사추세츠 바시험은 통과했을까?
기적이었다. 

공부는. 외우는 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해하고 공부하니. 공부가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다❤️💕

(난 학교를 정말 싫어한다. 무지 오래 다닌건… 좋아서 다닌게 아니다.)

이해하지 못하고 암기하는 건. 빅데이터로 비유하자면 데이터 덤핑만 하는 것 같다. 데이터를 분석할 줄 알고 그 분석한 내용을 적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빅데이터의 의미가 생기고. 그것이 “지능”(intelligence) 아닌가? 외우는 것. 그냥 “저장”(storage)일 뿐이다. 난 USB가 되고 싶지 않다. 

행복하다. 

월급 다 받고. 심심하면 사무실 놀러가서 친구들과 밥 먹고 수다떨고. 

한 달 동안 공부만!!!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하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보리는 만 5세에 우리에게 왔다라고 하지만 사실은 남편이 데려왔고 남편과 지난 5.5년 중 4년을 보내서 그런지 남편과 더 가까웠다. 난 원래 장난도 심해서, 아이 입장에선 가깝지도 않고 밥도 않주는 인간이(난 밥담당이 아니었다) 자신을 괴롭히는 것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실리콘밸리로 이사온 후 함께 보내는 시간이 좀 많아졌고, 아픈 후론 내가 내 손으로 밥도 해먹이고, 아프면 옆에서 밤새 간호도 한다. 산책할 땐 난 그냥 “너 가고 싶은 곳으로 가” 주의인데, 보리도 그걸 알아서인지, 그리고 아빠.엄마.자신은 한 “무리(pack)”라고 생각해선지, 요즘엔 산책 나갈 때 꼭 함께 가자는 나름의 표현을 한다. 

원래 시바견들은 독립성이 강해서 혼자있는 시간을 즐기고 스킨십도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한다. 보리도 같은 공간 안에 함께 있는건 좋아해도, 누가 옆에 딱 붙어 있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옆에 누우면 짜증내며 옆으로 도망가곤 한다. 

그러므로 최근 보리가 우리를 옆에 허락함과 동시에, 우리와 함께 있고 싶다는 표현을 하는건. 약해진거다. 

오늘 보리는 나와 만난 후 5.5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내 다리에 머리를 얹고 잠 들었다. 수술한, 봉합이 열린 다리가 불편한지 계속 다리를 움직이다 이내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졌다. 

모든 생명체는 언젠간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그것이 생명의 이치이다. 나는 이 이치를 거부할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치료할 수 있는 것을 치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치료하되, 삶의 균형과 삶의 질을 놓쳐가며 생명연장을 하는 것 자체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한 것뿐이다. 

잘 산다는 것. 성공한다는 것. 행복하다는 것. 삶의 의미라는 것. 왜 사는지. 무엇을 향해 이리도 열심히 매일 같이 뛰는지. 

난 결국. 매일 이 순간의 행복을 위해라고 생각하게 됐다. 큰 행복일 필요도 없고 대박일 필요도 없다. 작은 행복들. 보리가 내 품에서 잠드는 경험을 통해 얻은 작은 행복이 오늘의 성공이다. 비록 이 아이의 아픔과 언젠가 다가올 죽음이 슬픔일테지만, 지금 이 순간, 오늘 이 순간엔 나에게 행복이다. 그래서 난 잘 살고 있고, 내 삶은 내 기준에 성공적이고, 난 행복하고, 내 삶은 의미있고, 난 내가 왜 사는지 알 것 같다.